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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a
2021-09-12 09:38:31
1945년 5월 7일 독일 나치군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다음날 항복문서에 조인했다. 독일의 항복은 독일인에게 나치로부터 해방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국가의 종말을 의미했다. 오데르-나이세 강 동쪽 영토는 폴란드와 소련에 이양되고, 나머지 땅은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에 의해 넷으로 분할되었다. 독일이란 나라가 사라진 공백 속에 1,000만명의 게르만족은 연합국에 점령된 옛 고국으로 강제 이주되었고, 산업시설은 정지되고, 여성들은 외국군에 의해 유린되었다.
연합군, 특히 소련의 가학성은 나치 독일의 그것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승자의 복수심은 게르만족에 대한 증오로 돌변했고, 게르만 국가를 지구상에서 소멸시키는 수순을 밟았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군은 1943년 2월 스탈린그라드 패전 이후 퇴각하기 시작했다. 전세가 바뀌자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은 1943년 11월 이란 테헤란에서 회담을 갖고 오데르-나이세 강(Oder–Neisse line) 동쪽을 폴란드에 넘기고, 동프로이센을 소련과 폴란드가 분할한다는데 합의했다. 소련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독일 영토를 떼어준 것이다.
소련은 베를린을 향해 진격하면서 점령지 내 게르만족을 추방하거나 강제노동수용소에 수용했다. 오데르-나이세 강 동쪽과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 지역, 폴란드의 단치히, 헝가리에 거주하던 게르만족은 1944년 현재 1,240만명으로 추산되었다. 이중 소련군 점령지에서 600만명의 게르만족이 강제로 추방되었고, 200만명은 전쟁 중에 죽었다. 소련군에 의해 수립된 폴란드 인민정부는 360만명의 게르만족을 추방했고, 폴란드인과 결혼했거나 귀화한 100만명에겐 잔류를 허용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16만~25만명의 독일인은 강제로 추방되었다. 정착지에서 추방되어 독일 본토로 돌아온 인원은 1천만명을 헤아렸다. 도중에 아사하거나 병사한 사람들은 이런 숫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련군에 체포된 포로 수백만명은 전쟁배상금 조로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다. 소련군 전쟁 포로 570만명 가운데 나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200만명에 불과했다.
이들이 돌아온 곳엔 그들을 보호해줄 나라가 없었다. 식량은 극도로 부족했다. 허기를 면하는 최소 식량의 절반 가량만 배급되었고, 전염병이 창궐했다. 독일인들에겐 국가의 존재여부보다는 생존 그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로 되었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을 강제로 끌고가 처형한 것과 소련이 게르만족을 추방하고 강제노동을 시키고 여성을 겁탈한 것에 대해 전범국과 승전국의 논리로 차별화할 수는 없다. 참전국 쌍방 모두가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은 부정할수 없다.
오데르-나이세 강 서쪽의 독일 영토에 대한 분할은 나치 정권이 항복한 직후인 1945년 6월 5일 베를린 선언에서 결정되었다. 이 선언에는 프랑스가 추가되었다. 프랑스는 앞서 얄타회담, 테헤란회담 등에서 미-영-소 3개국이 주도하는데 강한 불만을 피력했고, 그 결과 독일 분할의 한 축에 끼게 되었다. 베를린 선언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로 작성되었고, 나중에 독일인이 읽을수 있도록 번역되었다. 골자는 4개국이 독일 영토를 분할 통치하고, 4개국 사령관이 참가하는 통제위원회를 베를린에 둔다는 것이다. 수도 베를린도 4개국에 의해 분할되었다.
베를린 선언은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이 참석한 가운데 8월 2일 포츠담 선언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포츠담에서 승전국 지도자들은 소련이 주장한 오데르-나이세 강을 독일과 폴란드 국경선으로 정기로 합의했다. 3국 정상은 또 이미 진행되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의 게르만족 추방을 추인했다.
초기 승전국의 목표는 독일의 재기불능이었다. 요약하면 독일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무기제조산업 일체를 제거하고, 독일인에게 국가수립의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이다.
미국에선 독일계 유대인 후손인 헨리 모겐소(Henry Morgenthau Jr.) 재무장관이 전후 독일 경제전략을 짰다. 그는 독일의 공장시설을 모두 폐기하고 목초지로 전환한다는 이른바 초토화(pastoralization) 전략을 구상했다. 이 계획은 한마디로 독일의 제조업을 붕괴시켜 농업국가로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모겐소의 구상(Morgenthau Plan)은 미국 내에서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아 폐기되었지만, 초기 미국의 독일 점령정책에 그 내용의 상당수 반영되었다.
연합국은 독일내 무기공장과 무기산업을 간접지원하는 상품제조공장을 철거했다. 독일의 전투기와 함정은 해체되었고, 일부 소비재 생산공장도 군수시설로 간주해 가동을 중지시켰다.
4개 연합국의 경쟁적인 산업 해체로 1946년 3월부터 1,500개의 공장이 분해되어 제조업 생산력은 전쟁전 1938년의 50%로 떨어졌다. 1946년 1월 4개국 통제위원회는 독일의 철강생산량을 연간 580만톤으로 제한헸는데, 이는 전전의 25%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미국 점령지역에서는 울창한 숲이 벌목되어 그 원목이 미국으로 수송되었다.
2차 대전의 직접 피해가 큰 프랑스의 조치는 가혹했다. 프랑스의 모네 플랜(Monnet Plan)은 점령지 루르와 자르 지방의 석탄-철강 광산의 자원을 가져가 프랑스 산업을 재기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계획은 샤를 드골에 의해 채택되었다. 일종의 점령지 수탈계획이었다. 프랑스의 조치는 1차 대전 직후 루르 광산을 점령한 과거의 선례를 답습한 것이다.
소련도 서방국가들 못지 않게 동부 지역에서 기계 설비를 뜯어갔다. 소련은 뒤늦게 공장 설비 탈취가 공산주의 대의인 독일 노동자들의 삶을 착취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전승국들이 점령지역에서 전쟁배상금 조로 현물을 뜯어가는 바람에 하나의 경제단위로서의 기능은 무너졌다. 전승 4국은 통제위원회를 두어 단일의 정책을 취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개별적으로 점령지에서 초토화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미국은 독일의 지적재산권을 무상으로 몰수했다. 독일의 제조업과 기술능력은 당시 미국과 대등했고, 로켓 등 일부 부문에서는 미국을 추월했다. 원자폭탄 제조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만일 종전이 조금더 지연되었으면 독일은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컸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은 독일 제조업과 과학에서 개발한 모든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2년에 걸쳐 돈 한푼 주지 않고 가져갔다. 영국도 미국처럼 기술 수탈에 동참했다. 미국과 영국이 독일에서 가져간 지적재산권이 당시 돈으로 1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전후 부흥기에 이 기술이 미국 제조업 부흥에 활용되었다.
미국은 또 독일 과학자들에 대해 나치 정권 부역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 페이퍼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이라는 이름의 이 비밀작전은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수행되었다. 미국은 나치 독일을 위해 전쟁무기 개발에 앞장섰던 독일 과학자들에게 전범죄를 면탈시키고 미국으로 데려갔다. 그대표적인 인물이 히틀러의 총애를 받으며 V-2 로켓을 개발한 과학자 쿠르트 데부스(Kurt H. Debus)였다. 그는 미국에서 NASA에 근무하며 후에 우주개발에 참여했다. 미국은 데부스 이외에도 100여명의 독일 로켓 개발자를 데려갔다. 이들이 후에 미-소 무기경쟁에 참여한다.
1946년 2월 프랑스는 국경근처의 자르 지방을 보호령(Saar Protectorate)으로 만들어 영토로 편입시킬 계획에 착수했다. 독일에는 이를 저지할 정치조직이나 세력이 어디에도 없었다.
<참고자료>
Wikipedia, History of Germany (1945–1990)
Wikipedia, Flight and expulsion of Germans (1944–1950)
Wikipedia, Operation Paperc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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