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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 붕괴
독일 분단②…통화 분쟁에서 촉발, 베를린 접수하려던 스탈린 시도 무산
소련의 베를린 봉쇄 후 동서 분단, 냉전 시작
2021. 05. 12 by 김현민 기자

 

독일 점령지에 대한 서방국가의 입장 변화는 194696일 제임스 번스(James F. Byrnes) 미국 국무장관의 슈튜트가르트 연설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미군의 유럽 주둔을 약속하면서, 독일인 스스로 독일을 통치할 것을 제안했다. 번스 국무장관은 독일의 광산지대 자르란트(Saarland)를 합병하려는 프랑스의 의도를 경고하면서 미국은 독일 영토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번스의 인식 전환의 배경에는 독일의 재기를 막기 위해 농업국가로 만든다는 모겐소 플랜(Morgenthau Plan)이 극심한 식량부족을 초래해 독일인들이 공산주의 선동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었다. 앞서 미국 점령장관 루시어스 클레이 장군은 “1인당 1천 칼로리를 배급받고 민주주의를 지킬 자 없다며 미국의 전략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바티칸 교황청이 굶주리는 독일 어린이들을 위해 칠레산 식량을 수송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연합국 점령기간 동안에 독일인은 1인당 하루 1,000~1,500 칼로리의 식량밖에 받지 못했다. 해외 독일인 1,000만명이 강제 이주해 오고, 포로들이 밀려들면서 식량난은 더 심해졌다. 성인 사망률은 전쟁전에 비해 4, 아동 사망률은 10배나 증가했다. 소련 당국은 베를린에서 공산당을 지원하며 독일 국민들에게 파고들도록 지원했다.

미국은 서방 3개국 점령지에서 반공기지를 구축할 필요를 느꼈다. 독일을 초토화시키는 전략이 오히려 독일을 공산화시켜 소련에 내줄 가능성을 더 걱정한 것이다.

 

굶주려서 쓰려진 독일인 (1848년 12월) /위키피디아
굶주려서 쓰려진 독일인 (1848년 12월) /위키피디아

 

전후 독일은 극심한 물자부족에 시달렸다. 연합국의 폭격으로 공장이 파괴된데다 점령군의 산업해체로 공장이 멈춰섰다. 통화량은 엄청나게 불어 났지만 정작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물품이 턱없이 모자랐다. 상점과 개인은 물건을 사재기했다. 암시장이 극성을 부렸고, 독일인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암시장에 아끼던 물건을 내놓아야 했다. 옛 제국화폐(reichsmark)는 휴지조각에 불과했고, 미제 담배가 대체화폐로 등장했다. 미국산 담배만 있으면 빵과 버터를 얼마든지 살수 있었다.

 

마샬 플랜에 의한 지원금 규모 /위키피디아
마샬 플랜에 의한 지원금 규모 /위키피디아

 

미국은 독일에 대해 두가지 전략을 채택했다. 하나는 독일에 경제원조를 하는 것이고, 둘째는 독일인에 의해 민주국가를 세우도록 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전략은 마샬 플랜(Marshall Plan)으로 나타났다. 19476월 신임 국무장관 조지 마샬(George Marshall)은 전 유럽에 차관, 식량, 원료를 제공하는 원조계획을 발표했다. 소련을 위시해 동유럽 위성국들은 이 원조를 즉각 거부했다.

마샬플랜의 총 금액은 150억 달러로, 2019년 가치로 계산하면 1,30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이 자금 가운데 23%가 영국에 지원되었고, 프랑스에 18%, 서부독일에 11%가 투입되었다. 서독에 투자된 14억 달러는 경제 제건에 큰 힘이 되었다. 당시 마샬플랜 자금은 유럽 GDP 성장에 3% 포인트 기여했다고 한다.

두 번째 전략은 독일인에게 정치적 자율권을 주는 것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의 서방 3개국은 지방의 주와 시 단위의 자치를 허용했다. 정당들이 태어났다. 쿠르트 슈마허는 하노버에서 사민당을 재건했고, 테오도르 호이스와 라인홀트 마이어는 자유민주당을 결성했다. 쾰른 시장을 역임한 콘라트 아데나워는 기독민주당을 창당했다.

동독 지역에서는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이 창당했다. 동독 공산당은 인기가 없었다. 동독 주민들이 소련에 대한 반감이 컸고, 독일공산당을 소련의 압잡이로 보았기 때문이다. 소련은 공산당과 사회당의 통합을 추진했다. 사회당원들은 통합투표에서 62%의 반대표를 던졌지만, 반대자들은 시베리아로 끌려가거나 집단수용소에 감금되었다. 공산당과 사회당은 소련의 강요에 의해 1946년 사회주의통일당으로 합병되었다. 서방 3개국 점령지와 소련 점령지 사이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베를린 분할 /위키피디아
베를린 분할 /위키피디아

 

그때까지 4국의 점령지구에선 전쟁 이전의 제국마르크(reichsmark)가 단일 통화로 통용되고 있었다. 제국마르크는 소련 점령지구에서 찍어냈는데, 소련은 엄청나게 돈을 찍어냈다. 1920년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연상시킬 정도로 물가가 폭등했다. 제국마르크는 휴지조각이 되었고, 독일 경제는 물물교환 경제로 추락했다.

서방 3개국은 독일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948618일 제국마르크를 대체해 새로운 독일마르크(deutche mark)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소련은 자기들이 찍어낸 화폐만이 정통이며, 새 화폐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련은 서방진영이 새 통화를 찍어내면 베를린을 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 진영은 621일 새 통화를 찍어 유통시켰다. 이에 소련은 3개국 점령지에서 발행한 신통화를 거부하고 동독지역에서만 별도의 화폐를 발행했다.

 

화폐는 하나의 정치단위를 전제로 발행된다. 하나의 나라에 두 개의 화폐가 발행된다는 사실은 독일이 분단의 길로 가고 있음을 반증했다. 독일 분단의 결정적 사건은 베를린 봉쇄였다.

수도 베를린은 소련군 점령지구 내에 섬처럼 고립되어 있었고, 그마저 4개국에 의해 분할되어 있었다. 베를린 시민들은 소련을 싫어했다. 1946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은 비공산주의자를 시장으로 선출했다.

 

소련은 19481월부터 미국과 영국 점령지구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에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325일 소련은 서방 군사요원과 승객이 베를린 지역을 가는 것을 저지시켰고, 49일엔 미군 통신요원을 동독지역에서 철수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던 중에 서독지역에서 신통화를 발행하자, 소련은 기다렸다는 듯이 623일 동독 내에 위치한 서베를린을 연결하는 일체의 철도와 도로를 차단했다. 수로도 봉쇄했다. 명분은 새 통화가 소련 점령지구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1948년 서베를린 주민들이 공항에 착륙하는 서방 수송기를 기다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1948년 서베를린 주민들이 공항에 착륙하는 서방 수송기를 기다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소련은 동시에 4개 연합국 공동통제위원회에서 탈퇴하고, 24일부로 4대국의 베를린 행정위원회 폐지와 베를린에 대한 서유럽 연합국의 통치권 무효를 선언했다. 소련이 베를린을 점령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스탈린은 서방 3개국이 서베를린을 포기할 것으로 믿었다. 소련은 대대적인 선동선전 전술을 펼쳤으며, 곧 소련군이 서베를린에 진주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하지만 연합국은 스탈린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았다.

당시 서베를린에 미군 9,000, 영국군 7,600, 프랑스군 6,000명 등이 주둔했고, 서독지역에 미군이 55만명 주둔했다. 언제라도 전쟁이 벌어질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소련군은 서베를린으로 군대를 진주시킬 수 없었다.

이때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서베를린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영미 연합군은 하늘길을 이용해 서베를린 지역에 물자를 공수하기 시작했다. 7월에 소련이 동베를린에 주둔한 병력을 40개 사단으로 증파하자, 미국은 폭격기를 영국군 주둔지에 파견했다. 아울러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했다.

이후 연합군의 대규모 공수작전이 계속돼 1,000여 대의 수송기가 수시로 오가며 매일 2,000톤의 물자를 공급했다. 이듬해 930일까지 15개월 동안 연합국에서 금액으로는 22,400만 달러, 무게로는 232만톤의 물자를 비행기로 수송했다. 주요 수송물자는 식량, 연료, 기계, 생활필수품이었고, 이중 전체의 3분의2가 석탄이었다. 철도로 날라야 할 석탄을 비행기로 나른 것이다. 수송기의 이륙 횟수만 277,264회에 달했다.

이 작전 수행 과정에서 어느 조종사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과 사탕을 손수건에 싸 공중에서 투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이후 연합군은 일명 '군것질 작전(Operation Little Vittles)'을 펼쳐 어린이들을 위한 초콜릿과 사탕, 건포도 등의 간식거리를 낙하하면서 서베를린 시민들의 환호와 지지를 받았다.

 

결국 소련은 이듬해 1949512일 베를린 봉쇄를 풀었고, 공식적으로는 930일 완전해제했다.

이후 19499월 미국·영국·프랑스의 3개국 점령지구가 통합해 서독 연방공화국이 수립되었고, 한 달 뒤 10월에 소련 점령지구에서 동독 정권이 선포되었다. 이로써 독일은 분단되었고, 세계는 동서 냉전체제로 돌입했다.

 


<참고자료>

Wikipedia, Restatement of Policy on Germany

Wikipedia, Marshall Plan

Wikipedia, History of Germany (19451990)

Wikipedia, Berlin Block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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