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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유대인 부호 데이비드 사순(David Sassoon)은 전처와 후처에게서 아들 여덟과 딸 다섯을 얻었다. 데이비드는 처음에는 데이비드사순 회사(David Sassoon & Co.)의 지분을 독식하다가 점차 맏아들 알버트(Albert)와 둘째 아들 엘리어스(Elias)도 파트너로 참여시켜 가족기업으로 전환했다.
1864년 데이비드 사순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그는 자신의 가업은 맏아들 알버트에게 물려주었다.
데이비드의 적장자 알버트 사순(Albert Sassoon, 1818~1896)의 원래 이름이 압둘라(Abdullah)였으나, 가족이 영국과 거래를 하면서 영국식 이름 알버트로 바꾸었다.
데이비드가 죽은후 아들들 사이에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장자 알버트와 둘째 엘리어스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면서, 엘리어스는 1867년에 가족기업에서 자신의 몫을 빼내 E.D.사순 회사(E.D. Sassoon & Co.)를 차렸다. 창업자가 죽은지 3년만에 형제 싸움으로 사순 가문의 기업이 둘로 갈라지게 된 것이다.
엘리어스가 떠난후 모기업 데이비드사순 회사는 1972년 본사를 인도 봄베이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겼다. 런던이 봄베이보다 자본을 구하고, 정보를 얻기 쉽다는 게 이유였다. 1874년 사순가의 모기업은 봄베이에 사순방직회사(Sassoon Spinning and Weaving Company)를 설립하고 인도 현지에서 면화에서 실을 뽑아 면직물을 생산했는데, 공장이 7개나 되었다.
알버트는 이어 아버지 대에서 시작한 사순 도크를 준공하고 면화와 면직물 무역을 확대했다. 1883년엔 사순견직물회사(Sassoon & Alliance Silk Mill Co. Ltd)를 설립, 비단 무역에 나섰다. 비단회사는 홍콩과 중국 여러 해안도시에 거점을 형성했다.
알버트는 보험회사를 설립해 화재보험과 해상보험 사업에 참여했고, 그 보험사업은 현재 영국 RSA보험그룹으로 넘어 갔다. 1873년에는 증기여객선 사업을 벌여 캘커타~홍콩, 일본~상하이 사이를 운항했다.
알버트는 금융산업에도 참여해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자본참여하고, 미국의 앵글로-캘리포니아 은행(후에 웰스파고은행에 인수)에도 참여했다. 알버트는 여러 영국인 물주와 협조해 페르시아제국은행(Imperial Bank of Persia) 설립에도 간여했다.
알버트는 1975년에 런던으로 영구 이주하고, 봄베이 사업은 동생 솔로몬(Solomon David Sassoon)에게 일임했다.
알버트도 아버지 데이비드와 마찬가지로 사회공헌에 이낌없이 돈을 내놓았다. 그는 봄베이에 엘핀스턴 고등학교 설립에 후원금을 냈고, 아버지 이름을 딴 데이비드사순 도서관에도 기여했다. 덕분에 알버트는 1890년에 영국 왕실로부터 준남작(baronet)의 작위를 얻어 귀족의 반열에 올랐다. 준남작 지위는 당대로 소멸하지만, 그의 아들 에드워드, 손자 필립도 이 작위를 이어받았다.
알버트가 1896년 런던에서 사망한후 가업은 맏아들 에드워드가 이어받았다.
에드워드는 로스차일드가의 알린 캐롤린(Aline Caroline de Rothschild)과 결혼해 유럽과 중동 및 인도 유대인 상인 간에 혼맥을 형성했다. 에드워드는 영국 정계에도 뛰어들어 1899년 자유통일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3대 에드워드에 이르러 데이비드사순 회사는 자본금 50만 파운드의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사순 가문이 아닌 사람도 회사의 주주로 참여하게 되었다. 사업범위는 영국, 인도, 중국, 일본으로 확대되어 있었다.
사순 가문이 아편 무역을 중단한 것은 1907년이다. 영국 정부는 아편 무역이 뒤늦게나마 반인륜적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중국(청나라)과 아편 수출을 중단하는 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본가인 데이비드사순 회사와 분가한 E.D.사순 회사 모두가 오랫동안 수익을 창출해준 대중국 아편무역을 접었다.
1902년 3대 에드워드가 죽은 후 막내삼촌 프레데릭이 가업을 이어 받았고, 1917년 프레데릭 사후에 그의 조카 데이비드 구바이가 경영을 하다가 1926년에 에드워드의 아들 필립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데이비드 사순이 창업한 회사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인도의 독립이 가시회하자, 사순의 후손들은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후손들은 데이비드사순 회사를 스위스의 금융그룹 UBS에 매각했다. 이로써 1832년 데이비드 사순이 창업한 회사는 110여년의 영광을 뒤로 하고 사라졌다.
사순 가의 후손으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영화 ‘벤허’(Ben-Hur)의 주연배우 잭 휴스턴(Jack Huston)을 들수 있다.
창업자 데이비드의 둘째아들 엘리어스(Elias David Sassoon)가 아버지 회사에서 분가해 1867년 설립한 E.D.사순 회사는 본가의 회사보다 더 큰 회사로 성장했다. E.D.사순 회사의 자본금이 한때 124만~150만 파운드에 이르렀는데, 이는 본가보다 2.5~3배나 컸다.
엘리어스의 새 회사는 건과일, 난킨(nankeen, 난징의 무명옷감), 금속, 비단, 향료, 장뇌 등을 거래했고, 본가 회사처럼 아편과 면화, 면직물도 사고 팔았다. 무역 대상은 인도와 중국, 일본이었고, 바그다드에도 지점을 설립했다. 엘리어스는 사업 수완이 좋았다. 그는 수익성이 떨어진 봄베이의 면직공장을 크게 일으켜 성공시키기도 했다.
1880년 엘리어스가 사망하고, E.D.사순 회사는 맏아들 제이콥이 승계했고, 그는 사업을 캘커타, 카라치로 확대했다. 1907년 영국 정부가 아편 무역을 금지하자, E.D.사순도 아편 장사를 중단했다. 이 회사는 대신에 면직업에 충실했는데, 1차 세계대전 전후로 인도에서 최대의 면직회사로 부상했다.
E.D.사순 회사는 제이콥에 이어 에드워드, 빅터로 승계되었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이 회사는 파산한 면직회사들을 인수해 한때 15개의 면직공장을 운영하며 3만명을 고용하는 봄베이 최대기업으로 군림했다.
E.D.사순은 금융산업에도 자회사를 두어 영국, 인도, 홍콩에서 영업을 했다.
사순 가문의 대미를 장식한 인물은 빅터(Victor Sassoon)였다. 그는 대부호 상속자로서 한량기가 넘쳤다. 당시 최신 첨단기기였던 카메라를 들고 사진 촬영을 좋아했고, 승마를 즐겼다. 또 당대 최고의 헐리웃 스타 찰리 채플린, 로런스 올리비에와 친교를 맺었다. 그는 상하이에서 유명한 플레이보이로 통했다.
그는 인도에서 번 돈을 대거 상하이로 옮겨 부동산에 투자했다. 1923년엔 상하이에 고층 빌딩 사순 하우스(Sassoon House)를 지었는데, 이 건물은 오늘날에도 평화호텔(和平饭店) 북쪽 빌딩으로 활용되고 있다.
2차 대전은 E.D.사순에겐 기회이기도 했고, 위기이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인도 공장에서 연합군에 물자를 공급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중일전쟁이 벌어지면서 중국 사업이 크게 퇴조했다.
2차 대전후 E.D.사순은 급격하게 쇠락했다. 1948년 인도가 독립하고, 이어 1949년 중국에 공산정권이 수립되면서 그들의 사업을 보호해 주던 대영제국과 중국국민당 정권이 퇴각했다. 1950년 E.D.사순은 카리브해 바하마의 나소로 본사를 이전했다. 바하마는 영국령으로 세금회피처로 활용되었다. 나소에는 사옥이나 직원이 없었고, 회장인 빅터만 그곳에 살다가 1961년 사망했다.
빅터가 사망한 이후 그의 회사는 하나씩 매각되었다. 1972년 금융부문은 영국의 월리스 브러더스(Wallace Brothers & Co)에게 매각되었는데, 지금의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이다. 모기업인 E.D.사순은 1978년 DK인베스트먼트사(DK Investments Ltd)에 매각되었다. E.D.사순도 본가 회사와 마찬가지로 100년을 갓 넘긴채 소멸했다.
빅터는 자식이 없었다. 그의 유산은 빅터사순심장병재단(Sir Victor Sassoon Heart Foundation)에 념겨져 현재에도 운영되고 있다.
<참고자료>
Wikipedia, Albert Sassoon
Wikipedia, David Sassoon & Co.
Wikipedia, Sassoon baronets
Wikipedia, Elias David Sassoon
Wikipedia, E.D. Sassoon &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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