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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사회이 불합리한 관행에 저항…뜨거운 호응과 혹독한 평가 교차

19세기 종교적 편견에서 벗어나려 한 소설 ‘테스’

2021. 08. 05 by 박차영 기자

토머스 하디의 장편 소설 ‘테스’를 이해하려면 소설이 발표된 1891년 영국 상황을 전제로 해야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시기에 영국은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상품은 기계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었고, 증기선과 열차라는 운송수단이 등장하고 세계의 물리적 거리가 좁아졌다. 농촌의 지주계급은 몰락했다. 금융자본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에 투자되었다.

급격한 산업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은 종교였다. 종교적 관점의 선과 악이 가족과 사회를 규정했다. 가족은 남성 중심으로 유지되었고, 가정은 순결함을 바탕으로 했다.

소설 테스의 원제는 ‘더버빌 가의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이며 ‘신앙적으로 순결한 여인’(A Pure Woman Faithfully Presented)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원제와 부제에서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 드러난다.

비극은 테스의 아버지가 노르만디 귀족 더버빌 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시작된다. 몰락한 귀족이지만 뿌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아버지는 딸 테스에게 더버빌 가의 친척을 찾아가도록 권한다. 테스는 성을 위장한 더버빌 가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알렉(Alec)이란 남성에게서 순결을 잃게 된다.

19세기 기독교 사회에서 여성의 순결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했다. 소설이 부제로 “신앙적으로 순결한 여인”이라고 한 것은 주인공 테스가 마음속으로, 신앙적으로 알렉에게 순결을 빼앗기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현대의 법질서라면 알렉은 성폭행범으로 처벌을 받고, 테스는 당당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토머스 하디의 소설 테스는 상당한 검열과정을 거쳐 출판되었고, 소설의 주인공 테스는 성적 피해자로 불안하고 우울한 삶을 살아 가야만 했다.

그는 강제로 자신을 폭행한 알렉에게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사생아를 낳는다. 사생아에겐 세례를 해주지 않아 테스 혼자서 세례 행위를 하지만 결국 아이는 죽고 만다.

테스는 엔젤 클레어(Angel Clare)라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결혼 첫날에 테스는 과거 알렉이란 남자에게서 겁탈당해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테스는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 하나로 엔젤의 불신을 사게 되었고, 엔젤은 브라질로 떠나고 만다. 지금의 시대로 보면 엔젤은 쪼잔한 사나이에 불과할 뿐이다. 테스로서도 그런 남자에게 미련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 쓰여진 19세기말, 당대인들의 사고구조는 그렇지 않았다. 테스는 브라질로 떠나간 엔젤을 그리워 했고, 언젠가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다렸다.

여기에 돌발변수가 생긴다. 테스를 범한 알렉이 개과천선을 해 목사가 되었고, 테스와 만나게 된 것이다. 테스는 아버지를 잃고 가족이 풍비박산하면서 알렉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 때 엔젤이 브라질에서 돌아와 테스와 재회한다.

테스는 결국 알렉을 죽이고 엔젤과 함께 도망을 간다. 테스는 결국 경찰에 붙잡혀 교수형에 처해지고, 엔젤 클레어는 테스의 여동생 리자 루(Liza-Lu)와 결합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테스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사회와 충돌했다. 주인공 테스는 불합리한 종교적, 사회적 관행에 저항했고, 고발했다. 토머스 하디의 소설은 당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 일으켰지만, 교화와 보수적 비평가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