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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쾌락, 종교적 신앙과 현실의 욕망 사이의 괴로움

‘좁은 문’, 작가의 결혼을 모델로 한 자전적 작품

2021. 09. 25 by 박차영 기자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André Gide, 1869~1951)는 2살 연상의 외사촌누나 마들렌 롱도(Madeleine Rondeaux)와 결혼했다. 그의 결혼생활은 어린 시절에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청교도적 사상으로, 아내와 정신적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성적 관계를 배제한 결혼은 부부관계에 금이 가게 했다. 1914년부터 지드는 파리에, 마들렌은 1938년에 사망할 때까지 노르망디 교외에 위치한 작은 마을 퀴베르빌에 따로 지냄으로써 24년 동안 별거 생활을 했다.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좁은 문’(La Porte étroite)은 첫사랑이자 사촌 누나이며 아내인 마들렌 롱도를 모델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작품은 절대적인 순수의 사랑을 형상화하며,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쾌락, 종교적 신념과 현실적 욕망 사이의 괴로움을 표현했다.

제목 ‘좁은 문’은 성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태복음(7:13~14)에 “좁은 문(narrow gate)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그 길이 넓찍하여서, 그리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너무나도 좁고, 그 길이 비좁아서, 그것을 찾는 사람이 적다.”고 쓰여 있다. 누가복음(13:24)에도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들어가려고 해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고 했다.

주인공 제롬(Jerome)은 연상의 외사촌누나 알리사(Alissa)를 사랑하게 된다. 알리사도 사촌동생 제롬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알리사는 어머니가 젊은 장교와 외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제롬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알리사의 어머니는 가정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 뒤로 알리사의 신앙은 깊어졌고, 보다 순결한 것을 찾게 되었다.

알리사 어머니의 외도사건 이후 제롬은 주일 예배 때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는 목사의 설교를 기억하게 된다.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에 알리사의 줄리에트가 끼어든다. 알리사는 그녀의 동생 줄리에트가 마찬가지로 제롬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줄리에트는 언니를 위해 제롬을 단념하고, 연상의 구혼자와 결혼한다.

동생의 결혼 이후 알리사는 더욱더 제롬을 피하게 된다. 알리사는 제롬과의 지상에서의 사랑을 단념하고, 힘을 다해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천국에서의 영혼 합일을 꿈꾼다. 알리사의 태도에 제롬은 절망하게 된다.

알리사는 제룸과 3년 동안 떨어져 있으면서 완전히 변해 갔다. 제롬은 알리사에게 애정을 되살리자고 하지만, 알리사는 제롬을 밀어 냈다. 그로부터 1개월 후에 알리사는 죽는다.

그녀의 일기가 남겨져, 제롬은 그 속에서 알리사의 고통스러운 비밀을 알게 된다.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고 있었으나, 또 한편으로는 완전한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했다. 그러한 완전이란 사랑을 물리침으로써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알리사가 찾고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의 행복보다도 제롬의 행복이었던 것이다.

알리사는 유언장처럼 남긴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오늘 아침 라 브뤼에르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잃었다.

”인생의 항로에는 이따금 매우 고귀한 쾌락과 애정 어린 약속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금지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허용되어 있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커다란 매력들은 그것을 덕행으로써 단념할수 있다는 오직 그 매력으로서만 뛰어 넘을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 구절에서 나는 왜 변명을 생각해 냈을까? 사랑의 매력보다 더욱 힘차고 더욱 감미로운 어떤 매력이 은근히 나를 끌어당기기 때문일까? 오오, 사랑의 힘으로 우리 두 사람의 영혼을 동시에 사랑 그 이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 ……

주여, 제롬과 내가 함게 서로 의지하면서 당신에게로 나아가게 해 주소소.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길은 주여, 좁은 길입니다. 둘이서 나란히 갈수 없는 좁은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