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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중국 윈난으로 물자 수송, 42개월간 65만톤…국민정부의 생명줄

2차 대전중 히말라야 대공수작전, ‘더 험프’

2021. 12. 16 by 박차영 기자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총성 없는 대규모 공중작전이 벌어졌다. 인도 북부 아샘지방에서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까지 수송기로 군수물자와 생활필수품을 실어나르는 작전이다. 작전명은 따로 없다. 조종사들은 그 작전을 ‘더 험프’(The Hump)라 불렀다.

1942년 3월에 시작된 이 작전은 일본이 패망한 1945년 8월까지 42개월간 전개되었다.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중국으로 실어나른 물량은 무게로 65만톤이나 되었다. 이중 60%가 휘발유등 석유류였다. 이 항공로에는 사람도 수송되었는데, 그 인원은 3만3,400명에 이른다.

‘더 험프’는 위험했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다는 히말라야 산맥 상공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기류의 기복이 심했고, 추웠다. 혹독한 추위와 돌풍을 뚫다가 많은 기체가 중도에 추락했다. 1943년 12월 1일부터 1945년 8월까지 잃어버린 비행기는 373대에 이른다. 험프 루트의 바닥에는 수많은 추락 항공기의 잔해가 깔려 있다.

‘더 험프’는 1942년 일본군이 버마(지금의 미얀마)를 점령하면서 운용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영국은 버마 랭군 항구에서 짐을 내려 육로로 중국 윈난성 쿤밍까지 물자를 실어 날랐다. 이른바 버마 로드(Burma Road), 또는 레도 로드(Ledo Road)라고 하는 것이었다. 일본군이 중국을 조이기 위해 이 육로를 차단했다.

중국은 일본에 동부와 남부 해안을 모두 잃었기 때문에 연합군은 버마의 육로를 활용해 중국에 물자를 공급했다. 하지만 1942년 일본군이 버마 육로마저 차단하자, 연합군은 중국내 미군 공군과 장제스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그동안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던 히말라야 항공로를 연 것이다.

베테랑 조종사들도 ‘더 험프’를 두려워 했다. 인도 아샘은 열대지방이다. 수송기를 탈 때엔 무더웠지만 9,000m 상공을 비행할 때에 뼛속까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영하 수십도까지 떨어지는 추위는 수송기의 엔진을 얼어붙게 할 정도였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 산맥은 상공에서 볼 때 대단히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 위를 날아야 하는 조종사들에겐 엄청난 고통이요, 장애물이었다. 조종사들이 싸운 대상은 일본군이 아니었다. 일본군은 미군기를 보고 포격하기도 했지만 지대공 미사일이 없던 시절에 닭 쫓던 개였을 뿐이다. 일본 전투기도 가끔 출격했지만, 일본 조종사들도 이 루트로 출격하길 꺼려했다고 한다.

파일럿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난기류였다. 산맥을 타로 수시로 변하는 기류는 수송기를 공중에서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충분히 고도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시야가 좋지 않을 경우 항공기는 추락하기도 했다.

1945년초 일본군에 버마에서 퇴각하고 랭군에서 윈난성을 연결하는 육로(버마 로드)가 다시 개통되었으나, 험프 루트를 통한 물자 수송이 육로로 이동하는 물량보다 많았다. 전쟁 막바지에 대량의 물자 수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42개월간 이 루트를 오간 총 비행시간은 150만 시간으로 추산된다.

‘더 험프’ 수송 작전에 많은 군인들이 희생되었다. 3년 6개월의 작전 동안에 모두 1,312명의 승무원과 탑승인원이 사망했다. 이중 상당수가 미군 병사였다.

그러면 미국은 왜 중국에 많은 병력을 희생시켜 가며 물자를 댔을까. 이는 중국군을 2차 대전에 끌어들여 일본군 수십만명을 중국 내륙에서 발을 묶어 놓으려 했기 때문이다.

내륙에 갇힌 중국 국민당 군대는 히말라야를 넘어오는 물자에 기대어 끝까지 일본군에 항전했다. ‘더 험프’는 중국 국민정부에 생명줄이었다.

미국은 이 총성 없는 싸움을 응원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4년 이 작전을 실행한 부대에게 대통령 표창을 주었다. 비전투부대가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참고자료>

Wikipedia, The Hump

Wikipedia, Burma 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