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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고고학자 안네 스티네는 아이슬란드에 전해지는 영웅전설에 진실이 숨어 있다고 믿었다. 그린란드의 영웅 레이프 에릭손이 북아메리카로 건너가 빈란드(Vinland)를 발견했다는 전설이 1천년 동안 전해졌다. 이 전설이 사실로 입증되면 바이킹족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보다 500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1960년 안네 스티네 잉스타(Anne Stine Ingstad)는 남편 헬게 잉스타(Helge Ingstad)와 함께 캐나다 뉴펀들랜드 섬 북쪽을 탐험하고 있었다. 안네는 빈란드가 노르웨이어로 ‘포도의 땅’(Wine land)란 의미 이외에 목초지(meadow)라는 의미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북아메리카에서 바이킹의 유물을 찾던 고고학자들은 바이킹의 유물을 찾아 포도 재배의 한계선인 미국 매사추세츠 이남의 대서양 해변을 뒤지고 다녔다. 안네는 그들과 생각을 달리해 캐나다 동해안에 목초지가 형성될 만한 곳을 찾아 다니다가 뉴펀들랜드까지 온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조지 데커(George Decker)라는 캐나다인이 안네와 헬게 부부에게 랑스 오 메도즈(L'Anse aux Meadows)라는 곳을 소개했다. 현지인들은 그곳을 고대 인디언들의 유적지로 여기고 있었다. 안네 부부는 그곳의 구릉 8군데를 8년간 조사했다. 부부는 그 유적지가 인디언의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조상 바이킹족이 거주하던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후 현대적인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유물들의 연대를 측정해 보니, 990~1050년 사이로 확인되었다. 안네 부부의 탐사 덕분에 콜럼버스의 발견(1492)에 앞서 500년전에 바이킹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했다는 아이슬란드의 바이킹 영웅전설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바이킹 유적지가 발견된 곳은 1978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이슬란드의 영웅담은 비야르니 헤르욜프손(Bjarni Herjólfsson)으로 시작한다. 헤르욜프손은 배에 화물을 잔뜩 싣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자기 재산까지 다 팔고 ‘붉은 머리’ 에릭(Erik the Red)을 따라 그린란드로 이민을 가 버렸다. 그는 아버지에게 따지기 위해 배를 타고 그린란드로 가는데 짙은 안개로 방향을 잃은데다 폭풍까지 덥쳐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내려 갔다. 마침내 그는 뭍에 도착했는데, 그곳엔 수풀이 무성했다. 그린란드에는 작은 수목만 자랐는데, 그곳은 키 큰 나무가 무성했다. 그는 배를 돌려 그린란드에 도착했다.
에르욜프손은 그린란드 사람들에게 자신이 표류한 곳을 자세히 설명했다. 붉은 머리 에릭의 아들 레이프 에릭손(Leif Erikson)이 그 얘기에 강한 호기심을 느껴 탐험을 시도했다.
서기 1000년, 레이프는 35명의 선원과 함께 헤르욜프손이 말한 곳을 향해 탐험에 나섰다. 그들은 서쪽으로 나아가 그린란드와 캐나다 사이에 있는 라브라도해(Labrador Sea)를 건넜다.
그해 겨울, 그들은 뉴펀들랜드섬 북단의 볼드곶(Cape Bauld)에서 보냈다. 어느 날 함께 온 한 노인네가 술이 취해 있었다. 영웅담은 그 노인이 주변에 널려 있는 포도 알갱이를 먹고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그곳을 ‘포도의 땅’이란 뜻에서 빈란드라고 했다.
그들은 그 다음해도 북미 대륙에서 보내고 그린란드로 돌아왔다. 레이프 일행은 겨울 두 번을 보내면서 탐험한 곳을 ①포도가 나는 빈란드(Vinland) ②숲이 우거진 마크란드(Markland), ③평평한 바위가 있는 헬루란드(Helluland)의 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빈란드는 지금의 캐나다 뉴펀들랜드(Newfoundland), 마크란드는 라브라도(Labrador), 헬루란드는 배핀섬(Baffin Island)으로 추정된다.
몇 년후 레이프의 동생 토르발 에릭손(Thorvald Eiriksson)이 30여명의 선원을 이끌고 빈랜드로 건너가 레이프가 지어놓은 야영지에서 겨울을 보냈다. 다음해 봄, 그들은 카누를 타고 온 원주민 9명이 자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토르발 일행은 그들을 급습해 부상을 입혔고, 원주민들은 카누를 타고 도주했다. 얼마후 원주민들은 바이킹의 숙영지를 급습해 토르발을 살해했다. 남은 대원들은 겨울을 또한번 보낸후 그린란드로 돌아왔다.
또 몇 년이 흘러 ‘용사 토르핀’(Thorfinn the Valiant)이 남녀 대원 160명을 이끌고 아메리카로 건너갔다. 이들은 겨울을 보내면서 원주민들과 교역을 하며 평화롭게 지냈다. 원주민들은 모피와 다람쥐 가죽을 가져왔고, 바이킹들은 우유와 붉은 옷감을 건넸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특히 붉은 천을 좋아했다. 그들은 그 천을 모자의 장식으로 활용했다.
바이킹들은 원주민들과 싸우기도 하고 교역을 하기도 했다. 바이킹들은 원주민들을 스크랠링(skræling)이라고 불렀는데, ‘동물 가죽을 입은 야만인’이란 뜻이다.
전설의 내용은 랑스 오 메도즈 유적지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유적지 주변은 지금 풀밭이지만, 1,000년 전에는 대규모 숲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곳에서 벌목한 나무는 배를 건조하고 집을 짓는 목재로, 철을 생산하는 연료로 사용되었다.
유적지에서 주거시설, 야금시설 등이 발굴되었다. 가장 큰 주거시설은 28.8m×15.6m의 크기로 작은 방으로 나눠져 있다. 작은 집들에는 노예나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광석을 녹이다가 남은 슬래그가 출토되었고, 목공용 작업시설 등도 나왔다. 생활용품으로는 오일 램프, 숫돌, 청동제 머리핀, 뜨게 바늘 등도 나왔다. 여성들이 함께 거주했음을 보여준다. 전설에 따르면 레이프의 여동생이 토르핀의 팀에 따라왔다가 원주민의 공격을 받아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한다.
유적지의 거주 인원은 대략 160명 정도로 파악된다. 그린란드 정착 초기에 인구를 2,500명 정도로 잡는다면 그린란드 인구의 10% 정도가 빈란드에서 산 것으로 추측된다.
출토물 가운데 식량으로 사용되었을 버터너트(butternut) 나무의 열매가 나왔는데, 이 나무는 뉴펀들랜드보다 남쪽 지역, 즉 뉴브룬스윅에서 자란다. 따라서 빈란드 거주자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남쪽으로 원정을 갔을 것으로 추정할수 있다.
바이킹들은 캐나다에서 정착하지 못했다. 원주민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북유럽인들은 북아메리카를 발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5세기후 스페인 식민자처럼 후손을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500년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스페인 이민자를 심고,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즈텍 제국을 붕괴시키는데 성공한 것은 총, 균, 쇠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바이킹들은 아메리카의 스크랠링에 비해 월등한 무기가 없었던 것이다.
북미 대륙에 바이킹의 흔적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1965년 미국 예일대는 1440년경에 만들어진 빈란드 지도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지도는 위조품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1980년 배핀섬에서 특이하게 생긴 섬유질 밧줄이 발견되었는데, 캐나다 연구진들은 그것이 바이킹들이 사용하던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그 밧줄이 발견된 나누크(Nanook)가 바이킹의 거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자료>
Wikipedia, Norse colonization of North America
Wikipedia, L'Anse aux Meadows
Wikipedia, Leif Er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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