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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性, 1654년 나한상 운송하려다 표류…경주서 출발해 연해주, 일본 거쳐 귀국
17세기 법성 스님의 표류 연구①…서문
2019. 06. 12 by 이효웅 해양전문가

 

이 글은 해양전문가 이효웅씨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 5월호에 투고한 글입니다. 원제목은 곡운집』 「법성전의 표류항로입니다. /편집자주

 

승려 법성(法性)은 쌍계사 16나한상을 1654년 봄에 경주 천태산에서 조성하여 하동 쌍계사로 이운(移運)하려고 하였다. 경주 장진포에서 배에 싣고 출항하였으나 부산 앞바다에서 강한 남풍을 만나 북해로 표류하여 흑룡해로 갔다가 일본을 거쳐 2년 반 만에 조선에 돌아왔다. 법성 일행 26명은 흑룡해에서 해적들을 세 차례나 만났으며, 일본에서 2년간 머물면서 왜경(倭京)에도 갔다 오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16565월 여름에 일본상선과 함께 출발하여 16568월에 부산에 무사히 도착하였고, 16나한상을 쌍계사에 무사히 안치하였다.

김수증은 1665(현종 6) 강원도 평강군 희령산 심적암에서 승려 법성을 만나 표류기와 이웃나라의 소식을 전해 듣고 곡운집』 「법성전에 기록하였다.

흑룡해에서 3개월 동안 표류한 이유와 목미도(木米島), 가리도(加里島), 혈도(穴島), 위도(渭島) 지명이 어떻게 명명되었고, 9일 만에 표착한 일본의 봉화섬은 어디인지 궁금하여 범선항해 경험과 해류병 실험, 구글어스 사진을 통하여 표류항로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법성 일행과 16나한상의 표류항로를 정리하면,

첫째, 장진포는 천태산에서 동해로 흐르는 동해천 하류의 작은 항구로 추정한다.

둘째, 흑룡해는 우스리스크만과 아무르스키만이 있는 표트르대제 만이라고 추정한다.

셋째, 처음 표착한 목미도는 블라디보스토크 동쪽의 팟야티나로 추정한다.

넷째, 가리도는 루스키섬 제일 남쪽의 토비진곶이라 추정한다.

다섯째, 혈도는 해식동굴이 많은 리코르다섬으로 추정한다.

여섯째, 위도는 전라도의 위도와 닮은 볼쇼이 펠리스섬으로 추정한다.

일곱째, 일본 표착지는 조카이산을 발견하고 9일 만에 도착한 도비시마로 추정한다.

 

기록을 정리하면, 첫째, 조선에서 러시아, 일본을 거처 3개국을 돛단배로 직선거리 2,000마일 이상을 무사히 항해하였다. 둘째, 2년 반 동안 태풍과 해적들을 세 차례 만났어도 16나한상과 26명 한사람도 다치지 않았다. 이 기록은 선박과 항해장비가 발달한 오늘날도 이루기 힘든 대기록이다.

 

. 머리말

 

발해 1300 주1) 뗏목 탐사선은 발해 건국 1300주년을 맞아 발해 항로탐사를 위하여 1997123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항하여 남하하다 울릉도를 지났다. 후포 앞 해상에서 쿠로시오 해류를 만나 동쪽으로 표류하다 1998124일 오끼섬(隠岐)에서 참변을 당하였다.

이후 필자는 2001년 해양탐사선 코스모스호 주2)를 제작하여 독도 및 한반도일주를 하였다. 범선 코리아나호로 독도 및 나가사키 항해를 자주하면서 동해상의 쿠로시오해류와 표류를 연구하는 가운데 법성스님의 흥미로운 표류를 알게 되었다.

17세기 중엽 法性은 하동 쌍계사 16나한 주3)을 경주 천태산에서 옥석으로 제작하여 하동으로 이운(移運)하던 중에 부산 앞 해상에서 강한 남풍을 만나 표류하였다. 동해를 지나 북해의 다른 나라로 표류하였다가 일본까지 표류하여 조선에 돌아왔다.

김수증 주4)1665(현종 6) 강원도 희령산 심적암에서 승려 법성을 만나 체험담과 다른 나라의 소식을 듣고 곡운집』 「법성전주5)에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곡운집 표지/한국민족문화대백과
곡운집 표지/한국민족문화대백과

 

법성전연구는 자료가 많지 않아서 연구물이 거의 없다. 다행히 남미혜 주6)谷雲集소재 법성전의 표류기를 중심으로 ‘17세기 중엽 조선 승려의 이국 체험이 있어 법성 일행의 표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남미혜는 처음 표착한 흑룡해의 목미도로 짐작되는 지역은 두만강 이북 즉, 현재 포시에트 만 근해였을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포시에트만의 크라스키노 항구는 발해시대의 무역 출입항 주7)으로 일본으로 가는 사신단이 이용하던 항구로 법성의 표류·표착지는 아니라고 본다. 우선 바다에서 표류하는 선박들은 대부분 해수 유동과 해상풍 주8)에 의해 이동하는데, 표류 선박은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러므로 강한 태풍으로 울릉도 밖을 지났으므로 부산과 울릉도 밖을 직선 연결하면 타타르 해협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포세이트 만은 거리도 가깝고 섬이 몇 개 되지 않으며 법성전에 나오는 그런 지형의 섬들이 아니다. 또한 가리도에서 북풍을 받아 남쪽으로 이동하였는데 남쪽은 조선 땅이므로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표트르대제만보다 더 동쪽까지 표류하였다가 연해주한류를 타고 남서쪽으로 이동하면서 17일 만에 표트르대제만의 블라디보스토크 동쪽에 있는 팟야티나섬에 표착하였다고 본다.

여기에서부터 느린 해류를 타고 정처 없이 흘러 다니면서 해적들을 세 차례나 만나서 구사일생한 내용이나 이국적인 모습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흑룡해에서 3개월 동안 표류한 이유와 木米島, 加里島, 穴島, 渭島 지명이 어떻게 명명되었는지, 9일 만에 표착한 일본의 봉화섬은 어디인지 궁금하여 범선항해 경험과 해류병 실험, 구글어스 사진을 통하여 표류항로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효웅 프로필

해양탐험가, 해양사진가, ()이사부기념사업회 이사, 범선 코리아나 크루

대통령표창(2008), 홍조근정훈장(2015), 이사부, 삼척 출항의 재조명(2016 한국이사부학회)

해양탐사선 코스모스호 제작, 독도 및 한반도 단독일주 8,000km, 범선 코리아나호(해외6, 국내10여회), 독도사진전 20여회

 


주1) 발해1300: 발해 항로탐사, 길이15m, 너비5m, 25일간 항해거리1283km, 블라디보스토크 출항울릉도-오끼노시마 난파, 장철수(탐험대장38), 이덕영(항해사46), 이용호(사진사36), 임현규(통신사29)

주2) 코스모스호: 1인용 해양탐사선, 16피트, 50마력, FRP보트, 속력20노트, 항해거리300km, 2001년 필자 제작, 2011년 폐선, 독도, 제주도, 가거도, 한반도일주 등 8,000km항해

주3) 정병삼, 2003, 고려와 조선시대의 나한신앙, 구도와 깨달음의 성자 나한, 국립춘천박물관 p154~165

주4) 김수증(金壽增, 1624~1701), 본관은 安東. 자는 延之, 호는 谷雲, 谷雲集, 곡운구곡도첩 저술. 1650(효종 1)에 생원시에 합격하고, 1652년에는 洗馬가 되었다. 그 뒤 형조정랑, 공조정랑을 거쳐 各司을 두루 역임하였다. 젊어서부터 산수를 좋아하여 금강산 등 여러 곳을 유람한 뒤 기행문을 남겼다.

주5)  이경구, 2004, 곡운 김수증의 은거생활과 문예활동p116, p136 , 李鍾虎, 金壽增의 유람의식과 은거의식안동대 한국학과교수

주6) 남미혜, 2007, ‘17세기 중엽 조선 승려의 이국 체험-谷雲集 소재 <법성전>의 표류기를 중심으로’' 동양고전연구28, P61-88

주7) 정진술, 경인문화사, 2009, 한국해양사, p278

주8) 해상풍:발해건국 1300주년기념 발해해상항로 학술뗏목 탐사를 통한 발해의 동해 해상항로 연구, 김윤배 외 2, 동북아역사논총 1676, “최근 표류선박의 이동에 관한 현장실험 결과에 따르면, 선박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선박의 표류속도는 풍속에 비하여 3~5%, 유속에 비하여 8.5~17.4%의 비율을 가지며, 표류방향은 풍향에 대해서는 90~90°, 유향에 대해서는 ±45°의 범위에서 선박은 편향한다.”, 이문진·강창구, 2001, 소형선박의 해상 표류특성, 선박해양기술, p32,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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