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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지리
외환고갈에 채무상환 중단…항만 조차권 내준데 이어 또다시 지원 요청
중국의 덫①…디폴트 덥친 스리랑카
2022. 04. 13 by 박차영 기자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12일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 나라 재무부는 성명에서 “IMF와의 협상이 끝나 채무조정이 마련될 때까지 대외부채 상환을 중단한다고 했다. 당국자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섬나라의 경제위기는 외환부족에서 비롯되었다. 외국에서 돈을 빌려 도로와 항구 등 사회간접자본을 깔았지만 그 시설들이 부채를 상환할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외화벌이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관광수입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외국에서 석유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쳤다. 주유소에는 길게 줄이 늘어섰고, 화력발전소 일부가 가동을 중단했다. 마취제를 살돈이 없이 시급하지 않은 수술이 연기되고 있다.

기층민중의 경제적 궁핍은 정치적 소요로 나타나고 있다. 시위대는 길거리로 뛰쳐 나와 대통령과 총리를 동시에 해먹고 있는 라자팍사 가문이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언론은 라자팍사 정권이 가문의 이익을 앞세우고 국가는 뒷전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집무실 앞은 시위대로 며칠째 장악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외환보유액은 3월말 현재 193,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 규모는 70억달러, 앞으로 5년간 갚아야할 대외 채무는 250억달러로 추산된다.

스리랑카의 경제위기는 겉보기엔 코로나 펜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관광수입 감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는 서기 4세기 중국 동진(東晉)의 법현(法顯) 스님이 불법을 구하기 위해 방문했고, 13세기 이탈리아 여행가 마르코 폴로가 방문해 최고의 섬으로 극찬하던 곳이다.

하지만 관광수입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고, 본질적으로는 중국이 깔아놓은 부채의 덫’(debt trap)에 걸려든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이 나라의 집권층인 라자팍사 가문이 있다.

 

스리랑카의 위치 /위키피디아
스리랑카의 위치 /위키피디아

 

스리랑카는 면적 65,000으로, 우리나라의 3분의2쯤 되고, 인구는 2,180만명이며, 1인당 GDP 1,400 달러로 가난한 나라다. 이 섬나라는 인도에서 불교가 쇠퇴할 때에도, 이슬람이 밀려올 때에도 불교를 지켰다. 하지만 대양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섬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해상 패권이 바뀔때마다 이 섬은 주인이 바뀌어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순서로 식민지로 떨어졌다.

1948년 스리랑카는 영연방 국가로 독립한 이후 타밀반군과 오랜 내전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스리랑카 정부에 무기를 대주며 지원했다.

2005년에 남부 함반토타(Hambantota)를 기반으로 하는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2009년에 26년에 걸친 내전이 종식시켰다. 그는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에 나섰다.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위키피디아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위키피디아

 

마힌다가 집권한 이후 그의 형제 3명이 정부의 주요 요직을 차지했고, 그의 아들도 국회에 진출했다. 라자팍사 집안은 고향 함반토타의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원대한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그곳에 대규모 향구를 건설하고 선박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구상은 사전 경제성 조사에서 실패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웃 인도에 투자를 요청했지만 인도 자본가들이 거부했다. 그 이유는 수도 콜롬보에 대형 항만이 있고, 여유 공간이 남아 있는데, 또다른 항구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라자팍사 가문이 함반토타에 항구 건설을 밀어부친 것은 고향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중국이 함반토타 항만 건설에 선뜻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3700만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조건을 달았다. 중국 항만회사에 시공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중국 국영항만회사인 자오상쥐(招商局)에 공사를 주었다.

함반토타 항구는 201011월에 개장했다. 규모는 남아시아 항구중 최대였다. 하지만 항만이 완공된 후에 배가 들어오지 않았다. 인도양을 항해하는 대다수의 선박들은 기존의 콜롬보 항에 접안하고 함반토타에는 중국배만 들어왔다. 2012년에 콜롬보 항에는 3,667척의 배가 접안했지만, 함반토타에는 34척만 들어왔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타당성 조사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항만은 적자가 누적되었다.

이런 와중에 라자팍사 정권은 중국에 75,700만 달러의 추가 투자를 요청했다. 중국은 또다시 쾌히 승인했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졌다. 처음 3억 달러는 변동금리 조건으로 이자가 1~2%애 불과했지만 나중 것은 고정금리 6.3%였다. 급한 김에 돈은 빌렸지만 라자팍사 정권으로선 이자도 갚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그래도 투자는 계속되었다.

 

중국 일대일로 정책 /위키피디아
중국 일대일로 정책 /위키피디아

 

2015년 대선에서 마힌다가 낙선하고,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Maithripala Sirisena)가 대통령이 되었다. 시리세나 정권은 중국의 경제적 지배를 우려하며 다소 거리를 두었다. 그러자 중국이 돌변해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시리세나 정권은 일본과 서방국가에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중국에겐 함반토타 항구가 필요했다. 실론섬은 중동 석유를 수입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으로 간주되었다. 중국은 항만을 내놓으라고 했다. 중국의 차관은 이자가 붙어 112,000만 달러가 되었다.

2017년 시리세나 정권은 부채를 터는 조건으로 중국 항만회사에 함반토타 항만회사의 지분 70%99년간 항만조차권을 주는 내용의 항복문서에 조인하게 된다. 중국이 19세기 중엽에 아편전쟁에 패해 홍콩을 영국에 조차해 준 것과 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과거 영국은 무력으로 홍콩을 조차했다면, 현대의 중국은 돈으로 스리랑카 항만을 조차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함반토타항을 인민해방군의 군사기지로 사용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함반토타 항만을 상업용으로만 사용하고, 항만 경비는 스리랑카 당국에게 위임한다고 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왼쪽) 대통령과 마힌다 라자팍사(오른쪽) 총리 /위키피디아
고타바야 라자팍사(왼쪽) 대통령과 마힌다 라자팍사(오른쪽) 총리 /위키피디아

 

2019년 대선에서 마힌다의 동생 고타바야(Gotabaya Rajapaksa)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자 마힌다는 격을 한 단계 낮춰 총리로 부임했다. 친중국 성향의 라자팍사 가문이 다시 정권을 쥔 것이다. 내각에 최근까지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 3명이 포진했었다.

라자팍사 정권은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자 중국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중국은 25억달러 규모의 지원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외신들은 전한다. 중국은 지난해 12월에도 스리랑카와 15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며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중국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섬나라를 건져 내는 댓가로 라자팍스 정권에 중국 함정의 기항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돈에는 반드시 댓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중국이 입증할 것이다.

 


<참고자료>

CNBC, Sri Lanka's economic meltdown; is it really a Chinese 'debt trap' & how India is helping

Wikipedia, Sri Lanka

Wikipedia, Rajapaksa family

Wikipedia, Tourism in Sri Lan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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