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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 군사기지 건설에 서방 긴장…지부티, 중국 끌어들여 싱가포르화 추구
중국의 덫④…아프리카 거점 지부티
2022. 04. 19 by 박차영 기자

 

지부티(Djibouti)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 홍해 입구에 있는 작은 나라다. 면적은 23,200으로 우리나라의 4분의1 정도이고, 인구는 90만을 약간 웃돈다.

이 작은 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가운데서도 홍해의 좁은 해협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늘상 강대국의 침략 대상이 되어 왔다. 고대엔 이집트의 영향권에 있었고, 중세엔 이슬람 세력의 아프리카 거점, 근대엔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다가 1894년 프랑스의 식민지로 떨어졌다. 프랑스는 지부티를 어떻게든 손아귀에서 내놓지 않으려다 1977년에 뒤늦게 독립을 인정했다.

 

지부티의 위치 /위키피디아
지부티의 위치 /위키피디아

 

이 나라엔 여러 강대국의 군사기지가 설치되어 있다.

미국은 2001년에 중동 산유국의 석유수송로 보호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한 이래 현재 4,000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일본도 2011년에 자위대의 유일한 해외 기지를 설치했다. 일본은 지부티 공항 인근에 15ha 정도의 땅을 임대해 항공기 격납고와 보급창고 숙소 등을 건설하고, 자위대의 수송기와 해상정찰기 등 군용기와 180명 가량의 자위대원이 주둔시키고 있다. 지부티엔 이탈리아도 군대를 파병했고, 과거 종주국이었던 프랑스도 1,500명의 군대를 배치했다.

여기에 중국이 가세했다. 지부티는 현재 중국의 유일한 해외군사기지가 되었다. 지부티 주둔 중국 해군 수는 400명에 불과해 미국이나 프랑스군보다 월등히 적지만 미국과 유럽의 서방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부티는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항만 장사를 벌여왔다. 미국에 해군기지를 빌려주는 댓가로 연간 6,300만 달러를 받는 것을 비롯해 프랑스와 일본에 각각 3,000만 달러, 중국에 2,000만 달러를 받는다. 이 금액이 지부티 GDP5%를 넘는다고 한다.

 

중국 해군기지가 들어선 도랄레 컨테이너 터미널 /위키피디아
중국 해군기지가 들어선 도랄레 컨테이너 터미널 /위키피디아

 

시진핑의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 해양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지부티를 노려 왔다. 중국은 명조(明朝) 정화(鄭和)가 아프리카 동부까지 진출했다는 역사적 근거를 들었다. 본질적인 목표는 지부티를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지부티가 해군기지 건설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쯤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거점으로 지부티를 바라보았고, 지부티의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중국 자본의 투자를 기대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바람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20161월 양국은 중국 해군기지 건설에 합의하고 그해 3월 공사가 착공되었다.

이 과정에 지부티의 겔레 정권은 이중계약을 체결했다. 본래 지부티는 도랄레 컨테이너 터미널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국적의 DP월드(DP World)에 매각했는데, 그 터미널에 중국 해군기지를 건설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DP월드는 이에 항의했고, 겔레 대통령은 직권으로 UAE 회사의 권리를 빼앗에 중국에 주었다. DP월드는 재판을 걸었고, 2020년 런던 국제중재재판소는 DP월드의 손을 들어주었다. 런던 재판소가 물린 손해배상금액은 53,300만 달러로 지부티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겔레 정권은 국제재판의 판결을 무시하고 중국회사에 항만운영권을 주었다.

 

중국이 지부티를 군사기지와 경제거점으로 삼은 것은 현지 정권이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부티의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Ismaïl Omar Guelleh) 대통령은 선거에서 5번 당선되어 19995월에 대통령에 취임환 이후 23년째 정권을 이어가고 있다. 조그마한 나라에 단일 정당을 이끌고 있는 그는 싱가포르를 모델로 하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가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국제도시로 성장한 점을 상기했다. 지부티는 수에즈 운하를 가는 길목에 있고 아프리카 대륙으로 진출하는 거점이며, 아라비아반도와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는 싱가포르의 건국자 리콴유(李光耀)의 강력한 리더십을 본받아 자신의 독재적 권력을 통해 국가주도의 성장을 일으킨다는 야심찬 구상을 추진해왔다.

 

지부티의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대통령이 2019년 4월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 리콴유의 이들 리셴룽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공보부
지부티의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대통령이 2019년 4월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 리콴유의 이들 리셴룽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공보부

 

강대국의 각축장이 된 지부티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지부티는 중국에게 해외 첫 군사기지의 개념을 넘어 경제기지로 전환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지부티에서 에티오피아를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하는데 자금을 지원하고, 아프리카 동부 케냐와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을 연결하는 인터넷 통신망을 연결하고 있다. 중국은 지부티를 일대일로 사업의 아프리카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투자 덕분에 지부티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이후 GDP 연평균 성장률이 6~7%에 달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코로나 펜데믹으로 성장률이 정체했다. 고도성장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부티도 스리랑카처럼 중국에 영토를 내주고 경제적 종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1년 대선에서 중국의 투자가 과연 지부티 국민에게 어떤 이득을 주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중국 기업들은 지부티인을 고용하기보다 자국민을 고용했다. 지부티의 실업율은 여전히 30%를 넘는데 중국의 투자가 실업률 해소에 거의 도움을 주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부채가 갈수록 늘어난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보고서(2018)에 따르면, 중국이 지부티에 투자를 시작한 2016년에 지부티의 대외부채는 GDP50%였으나, 2년후에 85%로 증가했다. 대외부채 가운데 중국 부채가 70% 정도를 차지했다. 대외채무의 77%를 지부티 정부가 보증했다.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 지부티 정부가 파산해야 할 입장에 있다.

또다른 문제는 UAE가 소말리아에 경쟁항만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UAE 기업은 지부티의 겔레 정권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의 견제도 강해지고 있다. 지부티의 미군기지와 중국기지 사이 거리는 7km에 불과하다. 서방 기업들은 중국기업이 설치는 지부티에 투자하길 꺼리고 있다.

겔레 정권의 장기집권도 중국에겐 부담이다. 겔레는 나이 75세로, 이번 다섯 번째 임기를 마치는 2026년 이전에 후계자를 준비해야 한다. 절대권력이 만든 대외관계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스리랑카, 파키스탄에서 권력변동기에 중국 투자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대두된 전례가 있다.

 


<참고자료>

France24, Djibouti-China marriage ‘slowly unravelling’ as investment project disappoints

The Diplomat, China Consolidates Its Commercial Foothold in Djibouti

WP, In strategic Djibouti, a microcosm of China’s growing foothold in Africa

Wikipedia, Chinese People's Liberation Army Support Base in Djibo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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