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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의 선박도 태풍 영향으로 울릉도 지나 북해로 표류했을 것

17세기 법성 스님의 표류 연구②…해류병 실험

2019. 06. 13 by 이효웅 해양전문가

Ⅱ. 동해의 표류원인과 해류병 실험

1. 동해의 표류원인

표류의 원인은 바람, 폭풍우, 파도, 해류, 조류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강한 바람에 의한 표류다. 태풍은 열대성 저기압으로 좌회전하면서 이동하며 기압이 낮아 바닷물을 끌어 올리는 현상이 있고, 강한 바람과 파도를 동반하며 중심의 좌측보다 우측이 강하다.

2018년8월 제19호 태풍 솔릭 ^주9)은 서해안으로 북상하다 한반도를 북동진하였다. 이럴 때 남동해안은 태풍의 오른쪽 방향이므로 강력한 남풍이 발생하여 무동력 선박들은 북동쪽으로 표류하게 된다. 법성의 선박도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태풍의 영향으로 울릉도 밖을 지나 북해로 표류했을 것이다.

과거 선박들은 강한 바람을 맞으면 제일 먼저 돛을 내리고, 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으면 키도 올리고 그대로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밀려간다. 강한 바람을 이기려고 돛이나 키를 사용하면 돛대가 부러지거나 키목이 부러지게 된다. 그러므로 유능한 사공들은 배를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다가 바람이 약해지면 돛을 올려 원하는 방향으로 항해를 하였다. 표류 선박은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다음은 해류와 조류다.

법성의 선박은 부산 근해에서 약162마일(300km) 떨어진 울릉도를 보고도 방향을 틀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바람을 맞았다. 울릉도는 984m의 높은 성인봉이 있어 바람 부는 뒤쪽은 바람이나 파도를 피할 수 있다. 오늘날 동해상에 태풍이 지날 때는 중국 어선들이 많이 모여드는데, 1787년5월27일 라페루즈는 울릉도를 발견하고 바람과 해류를 피하면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다즐레 섬의 높은 산들 덕분에 평온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주10)고 하였다.

[그림 1] 2018년8월 태풍,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 솔릭 /이하 이효웅 제공

2. 표트르대제만의 특성과 해류병 실험

표트르대제 만의 동쪽은 우수리스키만, 서쪽은 아무르스키 만으로 블라디보스토크는 아무르스키 반도 남쪽에 위치한다. 표트르대제 만 ^주11)에는 크고 작은 섬이 30여개로 블라디보스토크 동쪽에 팟야티나 섬과 에스콜 섬이 있고, 남쪽에 가장 큰 루스키 섬과 포포바 섬, 레이네케 섬 등이 있다. 서남쪽으로는 포시에트 만이 있고 두만강과 접해 있다. 표트르대제 만의 연안과 섬들은 높은 절벽의 해식애가 많고, 큰 섬 4개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나 대부분 극동자연보호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라즈돌라나야 강은 아무르스키 만으로 흐르는데 내륙으로부터의 수량과 침전물이 많아 비가 오면 아무르스키 만은 염도가 낮아지고 색깔이 옅은 갈색으로 보인다. 2018년 9월 극동범선대회 때 아무르스키 만에서 범선 퍼레이드를 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의 갈색 바다를 보았다.

쿠로시오 해류는 동해에서 계절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쿠로시오가 강할 때는 포세이트 만까지 이동한다. 2016년3월31일, DBS크루즈로 동해항에서 일본 사카이미나토로 가던 중 삼척 호산 27마일(50km) 해상에 투하한 20개의 해류병 중, 한 개는 직선거리 약330마일(610km) 떨어진 러시아 포시에트 해변에서 2016년8월9일 발견되었다. 이것으로 쿠로시오 영향은 한반도를 지나 포세이트만까지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표1> 코스모스해류병 회수표 ( 2014.6.15.-2019.04.30.)

연번	투하지점 및 거리	투하 일시	수량	회수지점	회수일시 및 직선거리	회수
1	삼척 3km	2014.6.15	20	삼척 맹방	2014.6.19. 6km 2014.6.20. 6km	1개 1개
2	궁촌 3km	2014.6.21	20	삼척 용화	2014.6.24. 5km 2014.8.18. 5km 2014.12.27. 5km	5개 1개 1개
3	울릉도 남쪽	2014.10.23	20	돗토리현 오시노츠	2014.11.10. 320km	1개
4	삼척 6km	2015.7.25	100	강릉 안목 강릉 사천항	2015.8.2. 50km 2015.8.4. 60km	1개 1개
5	호산 50km	2016.03.31	20	러시아 포시에트	2016.8.9. 610km	1개
6	삼척 10km	2016.7.9	100	후쿠이현 쇼쿠미 시마네현 코타가하마	2017.1.17. 620km 2017.7.17. 378km	2개
7	삼척 80km	2016.7.10.	50	울진 기성	2017.1.11. 76km	1개
8	이끼섬 북 20km	2017.7.10	50	울진 후정	2018.1.10. 330km	1개
9	삼척 100km	2017.8.4	50	포항 도구	2017.9.2. 165km 2017.10.26. 165km	2개
10	삼척 56km	2018.6.28	50	쓰루오카 유라	2018.12.2. 889km	1개
11	삼척 2km	2018.6.28	100	효고현 우라카미	2018.12.23. 477km	1개
12	블라디보스톡A zheltukhin 서4.7km	2018.9.14	50	리코다섬	2018.9.19. 12km 2018.10.1. 12km	5개 3개
13	블라디보스톡B Pelis 동14km	2018.9.14	50	에스콜드섬	2018.10.11. 57km 2018.10.12. 57km	3개 5개
계			680개 (1,460)			37개

코스모스 해류병 ^주13)은 동해 및 표트르대제 만의 해류흐름을 알아보기 위하여 2014년부터 2018년까지 35차에 거처 1,460개의 해류병을 투하하여 국내 15개, 해외 22개, 계37개의 해류병이 회수되었다. 5년 동안 삼척-독도 간에 약1,200개를 투하하여 일본에서 5개, 포세이트에서 1개가 회수되었고, 표트르대제만 2곳에 100개를 투하하여 16개가 회수되었다. 코스모스해류병에는 한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영어 등 4개 국어로 작성된 메시지가 들어있고, 회수한 사람이 메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많이 투하하여야 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위성뜰개는 Gps 위성시스템을 이용한 방법으로 실시간으로 해류의 이동을 알 수 있으나 가격이 비싸고 전지수명에 따른 한계가 있다. <그림 5>의 2017년 국립해양조사원 TSA03 위성뜰개 ^주14)는 부산 영도 남쪽 7.5마일(14km) 해상에서 출발하여 쿠로시오를 타고 한반도 연안으로 북상하다 삼척 근해에서 북동진하여 북대화퇴 어장의 조경수역에서 세 바퀴를 돌고 동쪽으로 이동하였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동수로와 서수로가 있어 항해하기 편리하다. 아울러 양쪽의 만과 섬들로 인하여 우리나라 남서해안과 같이 해조류의 흐름이 복잡하다. 표트르대제 만 바깥에는 연해주 한류의 영향을 받으나 만 안쪽에는 만과 섬 사이의 해조류로 인하여 소용돌이 해류가 발생한다. 선박을 무동력으로 해놓으면 하루에 두 번씩 조류의 영향을 받아 배는 표류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움직인다.

2018년 9월 14일(A:pm06:00, B:pm08:43) 극동범선대회를 마치고 귀항 중 「법성전」 항로 연구를 위하여 표트르대제 만에 해류병 100개를 투하하였다. 법성 일행이 탄 배가 표트르대제 만에서 석 달 동안 흘러 다닌 이유를 알기 위하여 블라디보스토크 남쪽 항로 섬 주변에 해류병을 각각 50개씩 2지역 ^주15)에 투하한 결과, 4사람에 의해 2개의 섬 ^주16)에서 16개의 해류병 회수메일을 받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은 9월에도 보트, 요트, 제트스키, 카약 등으로 해양스포츠를 많이 즐기고 있어 예상외로 해류병이 4곳에서 발견되었다. 해류병은 예상외로 북동쪽의 리코르다 섬과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에스골드 섬에서 회수되었다.

해류병의 이동속력을 회수된 일로부터 단순 계산하면, 리코르다 섬에서 발견된 해류병은 두 사람(Ratashnyuk Ivan, Nataly)이 각각 5개와 3개를 9월19일과 10월1일 회수하였다. A지역의 가장 빠른 이반으로부터 회수한 날짜를 계산하면, 4.5일 동안 약7.9마일(12km)를 0.073노트(135m/h)의 속력으로 북동쪽으로 이동하였다. 볼쇼이 펠리스 섬 동쪽 B지역에 투하한 것은 무명인이 3개를 회수하였으나 장소는 알려주지 않았다. 다음날 Vladimir가 회수한 5개는 아스콜드섬 서쪽해안 ^주17)에서 회수하였다. 이 항로에는 아스콜드 섬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무명인이 회수 한 것으로 계산하면, 만26.5일 동안 약30마일(57km)를 A보다 느린 0.047노트(87m/h)의 속력으로 동쪽으로 이동하였다. 이동 속력은 큰 의미가 없으나 참고할 만하다.

실험 결과, A지역에 투하한 것은 해조류의 영향으로 B보다 북동쪽(55도)으로 조금 더 빠르게 이동하였고, 바깥 B지역에 투하한 것은 늦게 발견되었거나 소용돌이해류의 영향으로 서서히 동쪽(78도)으로 이동하였다. 두 지역의 해류병은 모두 예상외로 거꾸로 이동하였다.

<그림 7>의 표트르대제 만 해류도를 보면 표트르대제 만 곳곳에서 소용돌이 해류가 발생하는데 블라디보스토크 남쪽이 가장 심하다. 바깥쪽의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 한류는 0.4-0.7 노트로 흐르는데, 안쪽의 소용돌이해류는 0.2-0.5 노트로 불규칙하게 거꾸로 흐르고 있다. 그러므로 소용돌이 해류에 휘말리면 계속 돌고 돌기 때문에 무동력선은 북풍이 불지 않으면 남쪽으로 이동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법성의 선박은 표트르대제 만에서 여름철 남풍과 소용돌이해류로 남쪽으로 가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였을 것이다.

<표 2> 표트르대제만의 해류병 이동방향과 속력

지역

투하 지역

투하 일시

수량

회수 수량

회수일시 및 거리

방향

이동속력

zheltukhin

서쪽 2.5마일

2018.9.14.

pm06:00

Rikord 8개

2018.09.19 7.9마일

2018.10.01 7.9마일

55도

0.073노트

(135m/h)

Bolshoy Pelis

동쪽 7.5마일

2018.9.14.

pm08:43

Askold 8개

2018.10.11 30마일

2018.10.12 30마일

78도

0.047노트

(87m/h)

주9) 제19호 태풍 솔릭: 201819 솔릭(SOULIK) 2018/08/16 09:00 ~ 2018/08/25 03:00, 한반도 관통

주10) 번역총서, 국립해양박물관, 『라페루즈의 ‘세계 일주 항해기’』, 제1권, 2016, p527

주11) 표트르대제만은 프리모르스키 지방에 위치한 만이다. 길이 70km, 너비 200km, 깊이 약 65m이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겨울에는 얼어붙는다. 중앙에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반도가 돌출되어 있으며, 그 끝부분에 연해주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가 있다.

주12) Vladimir: 2018.11.28, 해류병 5개를 회수하였고, 서신을 주고받은 내용 중에 The water in Amursky bay and Ussuriysky bay is less salty and brown colour in raine period.(Amursky bay와 Ussuriysky bay의 물은 비가 내리면 염도가 낮고 옅은 갈색이다.)

주13) 코스모스해류병: 동해의 해류조사를 위하여 필자가 고안하여 이사부항로탐사 및 범선항해에 사용하고 있다. PE 요쿠르트병을 재활용하여 부표의 원리로 하단부에 볼트너트를 부착하였고, 상단부에 리본을 설치하여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고 눈에 잘 보이게 하였다.

주14) 국립해양조사원 위성뜰개: 34°57'23"N 129°11'34E, 부산 영도 남쪽7.5마일(14km), 2017.7.22.~8.3

주15) A지역: 42°49'12.65"N 131°33'10.20E, B지역: 42°39'29.29"N 131°37'58.34E

주16) Island Rikord(42°52'32"N 131°39'41E), Island Askold(42°46'3"N 132° 19'3"E)

주17) Vladimir가 해류병을 에스콜드섬 서쪽 해안에서(42°46'15"N 132° 19'11"E) 5개를 회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