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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포에서 출항했을 듯…태풍만나 17일만에 표토르대제만 목미도 도착
17세기 법성 스님의 표류 연구③…태풍 만나다
2019. 06. 14 by 이효웅 해양전문가

 

. 법성전 표류항로 추적

 

1. 법성의 이운 육로와 뱃길

 

승려 법성은 1654년 봄에 경주 천태산에 들어가 쌍계사 나한전에 모실 16나한상을 직접 조성하고 뱃길을 통하여 경남 하동 쌍계사로 불상을 이운하였다. 법성의 동해 표류 이야기를 들은 곡운 김수증(金壽增, 1624~1701)谷雲集』 「法性傳에 자세하게 수록했다.

법성은 경주 천태산에서 16나한상을 조성하였는데, 천태산은 현대 지도에 보이지 않으나 대동여지도에 토함산(745m)과 함월산(584m) 사이에 위치해 있다. 주1)

 

나한은 梵語 아르하트(Arhat)와 아르한(Arhan)을 한자로 옮긴 阿羅漢의 줄임말로 不生 또는 應供이라고도 하며, 석가모니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아라한과를 證得한 열여섯 명의 부처님 제자들을 뜻한다. 불법을 지키고 대중을 구제하라는 임무를 위임받은 아라한들은 뛰어난 신통력을 가진 존재로 널리 신앙되어 16나한, 18나한, 500나한으로 많이 조성되었다.

 

출항지는 1817년 천불전 불상을 이운한 풍계 현정대사 주2)와 마찬가지로 경주에서 가장 가까운 장진포로 갔을 것이다. 장진포는 천태산에서 동해로 흐르는 동해천 하류의 항구로 보인다. 지금은 여러 곳의 저수지나 수원지로 수량이 적지만 과거에는 경주에서 동해로 흐르는 큰 하천이었고 오늘날 대종천이라 한다. 포구 인근에는 신라시대부터 동해바다를 수호하는 문무대왕릉이 있고 왕실에서 다니던 마찻길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였을 것이다.

그림 8. 대동여지도의 경주 동쪽 천태산 /이하 이효웅 제공
그림 8. 대동여지도의 경주 동쪽 천태산 /이하 이효웅 제공
그림 9/ 경주 문무대왕릉, 사적 제158호
그림 9/ 경주 문무대왕릉, 사적 제158호

 

 

법성이 탄 배는 16나한상을 싣고 26명이나 타고도 견고하여 3년 동안 모두 무사하였다. 또 사공은 전에 使行을 따라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해로에 익숙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주3)

현재 쌍계사의 16나한상의 크기는 사람의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당시 옥돌로 만든 16나한상도 비슷하다고 보아 법성의 배에는 42명과 화물, 식수, 식량 등을 실을 수 있는 큰 배였다. 그리고 사공은 조선통신사선을 따라 일본에 다녀온 유능한 사람이었다.

 

16나한을 실은 법성의 선박은 갑오년(1654) 5월에 부산 근해에서 강한 남풍으로 표류하여 동해 울릉도 밖을 지나 북해 흑룡해의 목미도에 17일만에 표착하였다. 주4)

우리나라 태풍의 영향은 보통 2~3일 정도이다. 부산근해에서 강한 남풍이 발생하는 경우는 남해안으로 상륙하여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태풍의 영향으로 태풍의 오른쪽인 남동해상에 강한 남풍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법성의 선박은 강한 남풍의 영향으로 돛이나 키가 파손되었는지? 아니면 강한 바람으로 키를 사용할 수 없었는지? 부산에서 162마일(300km) 떨어진 울릉도를 보고도 항로를 바꾸지 못하고 약594마일(1,100km) 떨어진 북해 연해주로 표류하였다.

 

<3> 한반도와 울릉도를 지나는 강한 태풍 분석

 

년도

태풍명

강풍

반경

남해

최대풍속

상륙

최대풍속

내륙

최대풍속

동해

최대풍속

소멸

온대저기압

태풍

시간

2003

매미

440km~

370km

9.12 18

41m/s

9.12 21

38m/s

9.13 03

31m/s

9.13 09

28m/s

9.14 06

14m저기압

36

48/h

2018

콩레이

340km~

150km

10.6 06

32m/s

10.6 09

32m/s

10.6 15

27m/s

10.6 21

27m/s

10.7 03

24m/s

27

39/h

평균값

390km~

260km

36.5m/s

131km/h

35m/s

126km/h

29m/s

104km/h

27.5m/s

99km/h

·

31.5

43.5/h

 

 

법성의 선박이 부산에서 울릉도 밖을 지나 북해로 표류하였기 때문에 한반도와 동해상을 지나 북해로 가는 태풍 중에서 중심이 부산과 울릉도 왼편에 있는 태풍 2개의 평균값으로 추적하고자 한다.

<3>에서 태풍이 온대성 저기압으로 바뀌어도 반나절(12시간) 정도는 강한 바람이 남아있으므로 동해상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평균 지속시간은 약 43.5시간이다. 그러므로 법성의 선박은 강한 남풍으로 부산에서 북해까지 평균 약 13~14노트(594마일/43.5h=13.7노트)의 속력으로 표류했을 것이다. 만약 2003년 매미와 같이 강력하고 지속시간이 긴 태풍이라면, 12.4노트(594마일/48h=12.37노트) 속력으로 표류했을 것이다.

 

그림 10-1. 2003년 매미 진로 /기상청
그림 10-1. 2003년 매미 진로 /기상청
그림 10-2. 2018년 콩레이 진로/기상청
그림 10-2. 2018년 콩레이 진로/기상청

 

 

참고로 범선 코리아나호의 機舟 순항속도는 9~10노트 정도이고, 바람이 아주 강할 때의 기주와 帆舟 혼합항해 속도는 약14~15노트로 항해한다. 그러나 135톤의 코리아나호는 강선으로 복원력을 위해 용골에 2배가되는 270톤의 납을 적재하여 무겁고 吃水3m로 깊다.

표류선박 거동 특성 관측 및 분석 주5)의 실험 결과, ‘표류 선박은 풍속의 3%∼5의 속도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그러나 매미의 평균풍속 약30m/s를 풍속 5%를 적용(5.4kmx48h=259km)하여도 140마일 정도로 울릉도를 못 가는 거리가 된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선박과 과거의 선박은 재질, 무게, 선저, 선수 모양 등에 많은 차이가 있고, 태풍과 같은 강한 해상풍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태풍이 지나면 기압이 안정되어 무풍이 되는데 이때부터는 해류를 타고 표류하게 된다. 서쪽의 육지까지 노를 저어 연해주 가까이 오면 북쪽의 타타르 해협에서부터 남쪽으로 흐르는 여름철의 약한 연해주한류(1~0.5노트)를 타고 남서쪽으로 표류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법성의 선박은 태풍의 영향으로 북해까지 2~3일정도(594마일: 1,100km) 표류하였고, 해류를 타고 13~14일 정도(162마일(300km)/0.5노트x24h=13.5), 팟야티나 인근에서 1일정도 표류하다 표트르대제 만의 첫 섬인 팟야티나(목미도)17일 만에 도착하였을 것이다.

 

그림11-1. 코리아나호 선저 모습
그림11-1. 코리아나호 선저 모습
그림 11-2. 코리아나호 울릉도 공해상 북상 모습 (2018년9월6일)
그림 11-2. 코리아나호 울릉도 공해상 북상 모습 (2018년9월6일)

 


주1) 甲午春 往天台山 慶州 斲得玉石 刻成十六羅漢 將舟于由斯江 轉于南洋 達于蟾江 以至于雙溪

주2) 日本漂海錄, 1821년 풍계 현정대사가 저술한 것으로 한국불교전서10권에 수록됨

주3) 一船所上二十六人前後三年 無一物故者 蓋所乘船 大且堅緻 沙工曾隨使命 往來日本 熟諳海路 故雖遇天幸 得免沈溺之患 其所得力者亦多云

주4)  五月 行到釜山 猝遇南風 漂過蔚陵島外 過東海又過北海 晝夜行十七日 泊于黑龍海木米島

주5) 이문진·강창구·윤종휘, 2005, 표류선박 거동 특성 관측 및 분석, 한국해양환경공학회지, p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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