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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시베리아 유형시기에 구상…범죄와 현실 사이의 고뇌
죄의식에 대한 자기분열 파헤친 ‘죄와 벌’
2022. 06. 06 by 박차영 기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범죄론은 젊은 시절 시베리아 유형 시기에 형성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28세의 나이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1849년 그가 가입한 페트라셰프스키 서클이 인민 봉기를 획책하는 불온한 조직으로 지목되어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해 23명이 체포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뒤집어 쓴 혐의는 벨린스키의 고골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는 죄목이었다. 서클 멤버 전원에게 총살형이 선고되었다. 사상범으로 몰린 그들은 모두 처형대에 열을 지어 섰다. 그 순간 차르 니콜리아 1세의 사면령이 떨어졌다. 황제가 베푸는 일종의 처형쇼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렇게 해서 살아났다. 이념서클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불온 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는 시절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현실을 부정했다. 사회를 변혁시키려는 비범한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는 정의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살아났지만 시베리아 옴스크 감옥에 갇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위험인물로 찍혀 작업을 할 때나 쉴 때에도 손과 발에 사슬이 채워졌고, 그렇게 그는 4년 가까이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했다. 18533월 형기를 마친 후에도 다시 군에 입대해 5년간 근무했다. 예비역 장교를 사병으로 강등시킨 재입대는 형기의 연장이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10년간의 긴 세월을 감옥과 군대에서 보낸 그는 정신적 분열현상을 겪었다. 그의 자기분열은 사회인식에 대한 분열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페트라셰프스키 서클 멤버의 처형장면 스케치 /위키피디아
페트라셰프스키 서클 멤버의 처형장면 스케치 /위키피디아

 

도스토예프시키의 죄와 벌1865년에 쓰기 시작해 다음해(1866) ’러시아 통보에 연재하며 완성되었다. 그는 작품에서 범죄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논문을 통해 설명한다.

책표지(아름다운날) /네이버 책
책표지(아름다운날) /네이버 책

포르피리: ”세상에는 어떤 범죄를 마음대로 저지를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를 가진 어떤 종류의 인간이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는 법률이란 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암시하고 있더군요.“

라스콜리니코프: ”당신은 내용을 거의 정확하게 말하셨습니다. 단지 한가지 틀린 점이라고 하면, 비범한 사람은 무슨 짓이나 저지를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비범한 사람은 어떤 종류의 장해를 뛰어 넘을 권리를 가집니다. 물론 그건 공적인 권리가 아닙니다. 제 생각으론 만일 케플러나 뉴턴의 발견이 어떤 사정 때문에 그들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희생하지 않고는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을수 없다고 해서 뉴턴이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이고, 매일 시장에서 도둑질을 할 권리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곤란합니다.

제 논문은 이런 논지를 전개하고 있을 겁니다. 가령 리쿠르고스, 솔로몬, 마흐메트, 나폴레옹 등 인류의 입법자들과 제정자들은 모두 새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낡은 법률을 없앤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유혈이 필요하다면 피를 흘리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범죄였던 것입니다. 이들 전 인류적 입법자나 제정자의 대부분이 무서운 유혈자였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지요. 그런데 보통사람과 비범한 사람의 분류는 다소 독단적이라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확한 수치를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대체로 두 개의 부류로 나뉩니다. ’뭐 그렇고 그런 인간과 친구들 속에서 새로운 말을 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간입니다. 첫째 부류는 태어날 때부터 보수적이고 예절바른 인간들인데 복중을 하고 또 복종을 좋아합니다. 둘째 부류에 속하는 자는 대부분 법률 파괴자이고, 그런 경향을 가진 자들뿐입니다. 첫째 부류는 항상 현재의 주인이고 둘째 부류는 미래의 주인입니다. 첫째 부류의 사람들은 세계를 유지하고 그것을 수량적으로 증대시키고, 둘째 부류의 사람들은 세계를 움직이고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둘다 동등한 생존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비범한 사람이며, 초인(超人)이라고 생각했다. 비범한 사람은 악을 처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이런 생각ㅇ[ 고리대금업을 하는 노파를 도끼로 쳐서 죽이고, 그 순간 집에 돌아온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타에게도 계획에 없던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죄의식에 빠지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비범한 자이고 초인이므로 고리대나 뜯는 노파쯤은 죽일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법학을 공부하는 이 지식인은 이렇게 외쳤다. “? 죄라니 무슨죄. 내가 그 더럽고 해로운 이(), 아무 짝에도 필요 없는 돈놀이 하는 노파를 죽인 게 죄란 말이냐. 어째서 모두가 내게 죄다, 죄다하고 야단들이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위키피디아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위키피디아

 

하지만 라스콜리니코프는 초인도, 비범한 자도 아니었다. 그는 사색을 통해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노파를 죽인 것은 악마이지, 내가 아니야라며…….

그는 비탄에 사로 잡힌다. 그는 번민했다. “세상에는 지금도 폭포 같이 흐르고, 지금까지도 늘 흘러왔던 피야.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잘 보아라. 난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대 주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백수천 가지 좋은 일을 할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어리석은 결과가 나타나다니! 난 어리석은 행위로 독립하고, 첫걸을 내딛고 작므을 얻으려 한 거야. 그런데 결국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어.”

그의 범행 동기는 노파의 돈을 빼앗아 자기의 학자금을 삼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연금을 쪼개 학비로 보내주고, 누이동생 두냐는 마음에도 없는 사나이에게 시집가는 것이 못마땅했다. 돈이 몸서리쳐지는 사회에 대한 저항은 고리대를 뜯는 전당포 주인 노파였던 것이다.

 

그는 입법자나 제정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유혈이 합법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죄는 반드시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억압하기 위해 규정한 것만은 아니다. 살인죄와 절도죄는 인간 존엄성을 인정하기 위해 정의된 범죄이고, 종교적 관점에선 신의 섭리에 대한 위반이기도 하다. 사회개혁가와 비범한 자가 저질러도 되는 범죄와 인류 보편적 범죄와의 구분이 애매한 상태에서 저지른 동시적 살인행위에 주인공은 회의와 좌절을 느끼게 된다.

 

소설에서 리스콜리니코프의 맞은 편에 소냐라는 여인이 존재한다. 소냐는 소피야인데, 그리스어로 지혜를 의미한다. 계모와 배다른 동생들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 세상에선 바보처럼 보이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가장 지혜로운 여인이다. 소냐는 우둔하고 비참한 삶을 살지만 오히려 묵묵히 자기희생과 순종, 믿음을 통해서 타락한 세상을 구원으로 인도한다. 그녀가 라스콜리니코프를 회개하도록 돕는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사랑이란 힘으로 죄의식을 극복하는 것으로 소설의 대단원을 설정한다. 그의 생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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