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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의한 침식과 돌리네 침식이 동시에 작용…지질조사와 보호 필요

동해시 한섬해변①…종유석 자라는 해식동굴

2022. 06. 20 by 이효웅 해양전문가

강원도 동해시 한섬해변엔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야트마한 해변 야산엔 소나무가 어우러져 절경을 자아낸다.

바다에서 보면 더 아름답다. 파도로 깎여 수직기둥만 남은 시스택(sea stack)이 아찔하게 서 있다. 추암에만 촛대바위가 있는줄 알았던 사람들이 이곳을 와보면 또한번 놀란다.

한섬해변엔 해식동굴이 있다. 이름하여 한섬동굴인데, 이 동굴은 특이한 구조를 지닌다. 카약을 타고 안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면 내부는 석회암지대에서 형성된 종유동굴이다. 동굴 천장에 고드름처럼 석회암질이 매달려 있고, 벽면을 타고 석회가 함유된 물결이 흘러내린 자국이 보인다.

동해안은 석회암지대다. 동해시는 물론 남쪽의 삼척, 북쪽 강릉 옥계에 이르기까지 석회암지대가 펼쳐졌고,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이 인근에 집중되어 있다.동해·삼척 일대엔 석회암동굴, 즉 종유굴이 많다. 한섬해변애서 내륙쪽으로 1km 정도에 천곡 황금박쥐 동굴이 있는데, 1991년 아파트를 짓다가 발견되었다. 석회암 지대에 흔히 발견되는 함몰 지형인 돌리네(doline)가 천곡 동굴에서 나타난다.

한섬 해식동굴에도 돌리네의 흔적이 있다. 빗물이 동굴 내에 흐르면서 석회암을 녹이고, 석회암이 녹은 물이 오랜 세월 동안 쌓이면서 종유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한섬동굴을 탐사하면서 이 동굴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추정해 보았다. 이 동굴은 파도에 의한 침식과 돌리네에 의한 빗물 침식 두가지가 동시에 작용해 형성되었다고 본다. 이 희귀한 해식지형을 연구하기 위해 본격적인 과학적 탐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필자는 제주도 해식동굴에서 종유석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제주도 구좌읍과 한림읍, 애월읍 일대에 소천굴과 황금굴, 협재굴, 협재굴. 쌍룡굴로 이어지는 용암동굴지대가 있다. 이동굴 안에는 고드름처럼 생긴 종유석과 땅에서 올라온 석순이 만나 기둥을 이루는 석주가 자라고 있다. 제주도의 용암동굴과 동해시 한섬동굴이 같은 양태인지, 아니면 다른 양태에서 형성된 것인지, 지질학적으로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