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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아무도 없는 곳에 은둔하려는 심리
‘호밀밭의 파수꾼’에 숨은 외로운 늑대
2022. 07. 09 by 박차영 기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존 레논의 살인범,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저격 미수범이 즐겨 읽었던 책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왜 살인자 또는 미수자들이 공히 이 소설을 읽었을까. 소설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강한 증오심을 갖는다. 샤냥꾼이 쓰는 빨간 모자를 1달러에 사서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홀든은 선생님과 형, 잘나가는 친구들을 경멸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동생 피비에 집착한다. 그는 마침내 서부로 떠날 결심을 하지만 정신병자가 된다. 이런 유형의 인물이 외로운 늑대’(lone wolf)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에서 이탈한 인간, 누군가를 증오하는 인간의 부류다. 그런 사람이 극단적인 정신분열증을 일으켜 증오의 대상을 찾고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영어판 표지 /위키피디아
영어판 표지 /위키피디아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은 작가 J.D,.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2차 대전 직후인 1945~46년에 연재하다가 1951년에 합본으로 내놓은 소설이다. 2차 대전 직후 동서냉전이 격화되고 미국 사회는 보수화되었다. 젊은이들은 기성질서에 반항했다. 그 반항자가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로 나타난다. 홀든의 입에선 욕설이 수시로 튀어 나온다.

17세의 소년 홀든이 펜시 고등학교에서 네 번째 퇴학을 당한 것에서 스토리는 시작한다. 그는 학교를 떠나 집에 들어가지 않고 뉴욕 거리를 3일간 방황한다. 홀든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고지식, 위선을 예리하게 간파한다. 우울한 기분에서 뉴욕의 술집, 호텔, 클럽 등을 전전하며 그는 여자들을 만난다. 몸을 파는 여자에서 어릴 때의 여자친구를 만나 자신을 돌이켜본다.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여동생 피비다. 여동생을 만나 회전목마를 타고 즐거워한다.

주인공은 학교와 사회의 위선에 욕설을 퍼붓는다. 그는 빨간 사냥모자를 쓰고 위선자들을 총으로 사냥하고 싶어한다. 그는 연극배우가 진짜처럼 연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낙제점을 준 스펜서 선생님이 도와주려하지만 홀든은 그를 고지식한 위선자로 본다. 안톨리니 선생님이 친절하게 조언하지만 그는 선생님이 자신을 추행하려 한다고 기겁하고 떠나버린다.

그는 잘난 사람도 싫어한다. 유명해져 헐리우드로 간 형 D.B.에 대해서도 돈을 밝히는 작가로 변절했다고 비아냥거렸다. 여자들에게 인기 있고 운동도 잘하는 기숙사 친구 스트라드레이터가 자신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여자친구 제인 갤러허와 데이트를 하고 돌아오자 그는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스트라드레이터와의 싸움에서 홀든 콜필드의 소극적 저항 자세가 드러난다.

그가 나를 정말 늘씬하게 두들겨 팼다. 곧이어, 땅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 모습을 볼수 있었다. 코피가 주르르 흘러 내렸다. 내가 위를 쳐다보자, 스트라드레이터는 내 바로 위에 서 있었다. 일어날수도 없었다.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 자식을 바보천치라고 불러대고 있었다. 난 미친게 분명했다. 실제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66p, 민음사)

자신이 힘 없는 것도 잘 안다. 자신이 소심하고 비겁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두드려 맞고 코피를 흘리면서도 대드는 홀든 코필드의 모습에서 자신의 세계를 부정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너가 왜 건드리냐는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상징도 외로운 늑대와 오버래핑된다.

홀든은 여동생 피비에게 말한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 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들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앞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229~230p)

이 대목이 소설의 제목이 되었고, 또한 주인공이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대응하는 방식이다.

 

주인공은 스스로 학교에서 사회의 기성질서를 부정한다. 그느 스스로 문제아임을 인식하고 있다.

홀든은 여자친구 샐리에게 말한다. “그래 난 싫어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싫어해. 그뿐만 아니야. 모든 것이 다 그래. 뉴욕에서 사는 것도 싫고, 택시니, 메디슨 가의 버스들, 뒷문으로 나가라고 고함이나 질러대는 운전기사들, 런드 부부를 천사라고 그러는 멍청이에게 소개되는 일이나, 브룩스에 가서만 바지를 맞추는 놈들, 언제나 사람들은……” (175~176p)

홀든에게 집도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아버지는 변호사로 엄격하다. 여동생 피비는 또 퇴학을 당한 오빠 홀든에게 아빠가 죽일거야, 정말이란 말을 수없이 되뇐다. 홀든은 아버지와 어머니 몰래 피비를 만난다. 그에게 가정은 도피처가 아니다. 그는 새로운 곳을 찾는다. 서부다.

 

J.D.샐린저 /위키피디아
J.D.샐린저 /위키피디아

 

홀든은 무리에서 버림당해 홀로 다니는 외로운 늑대의 신세가 된다. 스스로 기성집단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혼자서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부로 가려 했다.

멀리 떠나기로 결심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학교로도 가지 않고, 피비만 만나서 작별 인사를 하고는 그 애의 크리스마스 용돈을 돌려주리라. 그리고는 차를 얻어타고 서부로 떠나리라. 서부는 아주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햇빛도 따듯하겠지. 게다가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을 모르는 곳에 가는 걸로 족했다. 그곳에서는 귀머거리에 벙어리 행세를 하며 살 참이었다. 그러면 누구하고도 쓸데없고, 바보같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될 터이니까 말이다.” 260~261p)

 

번역본 표지(민음사) /네이버책
번역본 표지(민음사) /네이버책

 

홀든은 끝내 서부로 가지 못한다. 집으로도 가지 못한다. 그는 정신병자가 되고 만다. 기성 사회에 대한 저항은 결국 정신병을 유발한 것이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 여러곳에서 이 소설이 금지되었다. 오클라호마의 한 여선생이 1960년에 이 소설을 숙제로 냈다가 해고되었다. 나중에 그는 복귀했지만 보수주의자에겐 소설이 죽음과 살인을 암시하고 증오와 환멸을 예시한 것들을 못마땅해 했다. 1961~1982년에 미국의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이 책은 금서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일부에서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한 것은 너무 책장사 논리에 빠져든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많이 팔렸다. 6,500만부나 나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주인공 홀든 코필드를 자신처럼 여긴 독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홀든은 10대 반항아의 상징이 되었다. 무명의 소설가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샐린저는 스타가 되었지만, 홀든 코필드가 이루지 못한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샐린저가 새 작품을 내는 것도 드물어졌다. 1965년 이후로는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1980년 이후로는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그는 뉴욕을 떠나 뉴햄프셔 시골마을로 가서 원시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극히 꺼렸다. 샐린저는 201012791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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