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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모비치, 시베리아 최극빈지역 주지사 역임…주민 소득 5배 상승
첼시 구단주가 극동 추코트카 주지사로 한 일
2022. 07. 29 by 김현민 기자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FC 구단주였으며,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구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의 석유재벌로 올리아크(oligarch)의 한사람이며, 유대인이다. 그의 재산은 자산가치에 따라 등락이 있는데, 2021년 포브스지 기준으로 145억 달러로, 그가 보유한 국적에 따라 이스라엘에선 2, 러시아에선 11, 포르투갈에선 최고의 부자라는 조사가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아주 가깝고 푸틴의 돈주머니라는 평을 받는다.

아브라모비치(Roman Arkadyevich Abramovic)1966년 러시아 사라토프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어머니가, 세 살 때 아버지가 죽고 고아가 되어 할머니 집에서 삼촌과 함께 성장했다. 그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을 진행하던 1980년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시기인 1992~1995년 사이에 5개의 정유 및 정유 생산 유통전문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민영화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서 큰 돈을 벌었다. 1995년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시브네프트(Sibneft)를 인수하고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신흥재벌로 부상하였다. 또 러시아 제1의 석유 회사이자 시베리아 석유 시추권과 천연가스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 유코스(Yukos)를 합병했다.

그는 옐친의 재정후원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옐친이 푸틴을 후계자로 선정했을 때 그는 옐친에게서 가장 먼저 이 사실을 통보받은 사람이었고, 그후 푸틴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석유재벌로 성장한 그는 2003년 잉글랜드 첼시주가 되었다. 아브라모비치는 올해 3월에 첼시를 매각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위키피디아
로만 아브라모비치 /위키피디아

 

그의 이력 가운데 독특한 것이 2000~2008년 사이 8년간 극동러시아의 추코트카 자치주(Chukotka Autonomous Okrug)의 주지사를 역임한 일이다. 그가 추코트카와 가진 인연은 없다. 그의 할아버지가 이오시프 스탈린 시절에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수용된 적이 있는데, 그곳이 추코트카는 아니었다.

그가 오지의 주지사를 맡은 것은 푸틴의 요구 때문이었다. 푸틴이 아브라모비치에게 추코트카 주지사를 맡아달라고 했다. 이 지역은 미국 알래스카와 베링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는데, 러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이었다. 원주민 축치족은 순록을 유목해 살아갔다. 추코트카의 축치족은 알래스카에 친인척을 두고 있는데 경제력 차이가 너무나 컸다.

푸틴의 구상은 알래스카 동족에 대한 축치족의 자존심을 높이고 원동(遠東)지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침탈을 막자는 것이었다. 푸틴은 아브라모비치에게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돈을 벌었으니, 그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좀 쓰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추코트카 주지사를 맡았다. 그는 첼시 구단주로 활동하랴, 기업인을 하랴, 추코트카에 거의 가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그는 시베리아의 오지에 돈을 펑펑 썼다.

그가 재임 8년칸 추코트카에 지원한 개인 돈은 몇십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5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하며, 영국 BBC13억 달러를 쏘았다고 했다. 인구 6만명의 이 주에 그가 제공한 돈이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의 지원금 덕분에 추코트카에 병원 학교 유치원이 들어섰고, 공항이 생겼다. 또 그의 투자 덕분에 2000년에 165달러였던 추코트카의 주민의 평균월급이 2006년엔 826달러로 5배나 증가했다.

이런 지원 이면에 그도 추코트카에서 이득을 얻었다. 그는 시베리아 시추권을 가졌으며, 그의 기업 시브네프트가 추코카에서 세금면제 특혜를 받았다. 그 금액이 45,000만 달러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그는 추코트카 주지사를 내려놓고 싶은데, 푸틴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8년 푸틴이 총리로 내려앉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당시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푸틴이 한 임기를 메드베데프에게 넘겨준 것이다.

아브라모비치는 메드베데프에게 건강상의 이유로 주지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고 메드베데프는 이를 허용했다.

추코트카 의회(두마)와 주민들은 아브라모비치의 퇴진을 서운해 했다. 돈줄이 끊긴다는 것이 큰 이유였을 것이다. 의회는 그에게 두마 의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그는 주지사를 내려놓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추코트카 의회의 의장을 맡았다.

 

추코카 자치주의 위치 /위키피디아
추코트카 자치주의 위치 /위키피디아

 

그는 두 번 결혼해 두 번 모두 이혼했다. 2007년에 두 번째 부인 이리나와 이혼하면서 3억 달러의 위자료를 지급해 화제가 되었다. 2008,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로 그의 기업은 큰 손실을 입었는데 손실을 메우기 위해 그가 소유하던 호화 요트를 매각하기도 했다.

그는 유대인으로 이스라엘 국적도 가지고 있으며, 포르투갈의 시민권도 갖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는 푸틴의 측근이란 이유로 미국 당국에 의해 규제대상에 올라 있다. 유대인인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친분을 가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기업인들과도 사업적 인연을 맺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브라모비치가 평화협상에 중매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때 젤렌스키가 그에 대한 제재를 지연시켜달라고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참고자료>

Wikipedia, Roman Abramovich

Wikipedia, Chukotka Autonomous Okr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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