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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다자이와 소설 주인공 요조가 오버래핑…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
‘인간실격’, 일본작가의 자기파멸적 소설
2022. 07. 30 by 박차영 기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 살아 있을 때의 명예와 부, 지위가 죽음으로 모두 사라진다. 생전의 고통과 괴로움, 죄악도 죽은 자에게는 없어진다. 살아 남은 자들이 아무리 애통해도 죽은자에게 책임을 물을수 없다. 죽음의 찬미, 또는 사()의 예찬은 삶의 고통, 애환,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들이 만들내는 일종의 미학이다. 이런 조류가 사회적으로 형성될 때는 사회병리학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人間失格)1948512일 출판되었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전한 후 미군에 통치되던 시기다. 작가는 이 소설이 출판되고 그 다음달에 자살했다. 나이는 39.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유고작이자 유서로 보여진다. 수기 3편에서 성장기에 따라 주인공 요조의 삶이 고백되고, 머리말과 마지막 얘기는 화자의 평가다. 소설의 형식을 띠었지만, 요조는 작가 자신의 삶과 여러 측면에서 오버래핑된다.

책표지 /민음사
책표지 /민음사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 1909년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에서 11남매중 10번째로 태어났다. 대한제국이란 나라가 사라지기 1년전이다. 그의 조상은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성공했고, 아버지도 사업울 물려받아 대금업을 하다가 중의원 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했다. 형이 아버지 뒤를 이었다.

오사무는 인간실격첫머리에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고 시작했다. 부잣집 아이로 태어난 그는 대인기피증이 심한 어린시절을 설명한 것이다. 자신의 어린시절은 인간실격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1927년 중학교 4학년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인간실격에서 주인공 요조도 중학교 4학년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는 짧은 인생에 다섯 번 자살을 시도하고 네 번 실패했다가 다섯 번째에 삶을 마감했다. 그 다섯 번째가 인간실격을 발간한 직후였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요정에 출입했다. 사람을 피하는 부잣집 아이에겐 요정 여인들이 편안했다. 요정에 출입하며 우울하게 지내다가 15세의 게이샤를 만난다. 그는 일찍이 좌익사상에 심취했다. 부자로 태어난데 대한 사회적 절망감 때문이란 게 이유였다. 소설에도 좌익운동을 한 이유가 그렇게 설명된다.

그의 첫 번째 자살 시도는 고등학생이던 192912월이다. 안정제 칼모틴을 과다 복용,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93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도쿄제국대학 불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좌익운동을 한다. 반제 학생 연맹에 가입하고, 자신의 집을 아지트로 제공하며 유인물을 인쇄하거나 비밀회의 장소로 사용했다. 그의 좌익운동은 마르크스주의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도피의 방편이었다. 하지만 좌빨 짓도 어느날 회의를 느껴 그만둔다. 진짜 빨갱이들이 자신을 행동대원으로 이용할 뿐이라는 자각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결혼한 요시코가 순결한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요시코가 상인에게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절망에 빠져 술에 절어 지내다가, 우연히 찾아낸 수면제를 먹고 자살소동을 일으킨다. 다시 살아난 요조는 몸이 더욱 쇠약해져 한층 술독에 빠지게 되고, 객혈을 하게 된다. 약국에서 처방된 모르핀을 사용하다가 다시 모르핀 중독에 걸린다. 약국의 부인과 관계를 맺는다. 주인공은 스스로 죄의 무게를 참을 수 없게 되어 가족에게 알리고 정신병원에 입원당한다. 그는 스스로를 인간실격이라고 평가한다.

수개월의 입원 생활 후 고향에 간 요조는 거의 폐인이 된 채로, 인생에는 불행도 행복도 없으며 모든 것은 단지 지나갈 뿐이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소설이 마무리된 직후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 번째로 자실을 기도, 생을 끊었다.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수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설과 작가의 삶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 그의 아버지가 중학교 시절에 사망한 것은 소설 내용과 다르다. 부분적인 차이점은 소설의 완성을 위한 것일뿐 대체로 자신의 인생스토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 /위키피디아
다자이 오사무 /위키피디아

 

작가가 20, 30대일 때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 1939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는 전쟁에 동원되어야 할 사람이었는데, 병역을 기피했다. 그의 정신병력 때문이었는지, 부모의 영향력 때문이었는지는 언급이 없어 알수 없지만, 그 시대 지식인으로는 사회도피적 행태가 자살의 충동으로 나타난 듯 싶다. 부자였던 게 후회되고, 전쟁에 나가지 못한게 부끄럽고, 군부 통치에 대항하지 못한 것이 죄악이라면 당대의 지식인은 자살을 미적 감각으로 보았을수도 있다. 일본이 패망한 후 미군정이 시작되었을 때 만세일계(萬世一系)라던 천황이 미군 장군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대일본제국이 사라졌을 때 그 좌절감은 죽고 싶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오쿠노 다케오는 이렇게 설명한다. “패전후 혼란기를 우리는 다자이 하나에 의지해 살았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존재에 전부를 걸었던 것 같다. 그는 우리의 청춘과 떼어 놓을수 없는 존재였으며, 그의 다른 걸작들이 모두 잊힌다 해도 인간실격만은 언제까지나 거듭 읽히고 영원히 남을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이 우리나라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이 있다는 게 놀랍다. 민음사에서 2004년에 이 책을 출간해 올해 100쇄를 찍었다고 한다. 자살율이 높은 우리 사회에 이런 퇴폐적인 소설이 유행인 게 안타깝다. ‘인간실격은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한다. 데카당스(Decadence)는 부패 또는 퇴폐란 뜻이다. 전범국가가 전쟁을 치를 때 젊은 작가는 자살을 수차례 꿈꾸었다. 군국주의의 강박관념과 개인의 퇴폐가 한 울타리 속에 진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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