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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 작가의 애환이 스며있는 희곡…단테 망명에서 죽음 사이의 작품
단테의 ‘신곡’, 중세 이탈리아 배경의 판타지
2022. 09. 26 by 박차영 기자

 

단테의 신곡을 세계적인 명작으로 꼽는 것은 전형적인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비기독교인으로서, 이탈리아 문학 비전공자로서 신곡 번역판을 읽으면서 한국 영화 신과 함께가 연상되었다. 우리 신화에도 신들이 많다. 천지왕, 대별왕, 소별왕, 당금얘기, 강림도령, 바리. 우리 신화에도 지옥을 여행하는 장면이 있다. 단테의 신곡은 그가 살던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지옥과 연옥, 천국을 순방하는 판타지 스토리를 엮은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고려 문인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이 로칼 문학이라면, 단테의 신곡은 세계문학의 반열에서 언급된다. 유럽이 근대이후 세계사를 주도했고, 그들의 종교가 기독교였기 때문이다.

 

단테 초상화 /위키피디아
단테 초상화 /위키피디아

 

비록 축소번역판이지만 신곡이 난해했던 것은 등장인물의 상당수가 단테가 살던 당대의 이탈리아인, 좁게는 피렌체인이었기 때문이다. 주석을 보아도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지옥에 가 있는 인물은 단테의 정적이거나 살아생전에 미워했던 사람일테고, 연옥이나 천국에 있는 사람은 단테가 좋아한 인물이다. 그의 호불호가 등장인물 선별에 상당히 개입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슬람 창시자 무하마드와 그의 사위, 카이사르를 살해한 부르투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지옥을 헤멘다. 고향 피렌체 사람의 경우도 단테의 정적이거나 미워했던 사람은 지옥에 가 있다. 이에 비해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는 좋은 대접을 받는다. 로마의 시조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 출신이라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작가가 로마제국의 대한 향수에 젖어 있음을 슬그머니 드러냈다.

신곡은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의 일생과 그가 살던 시대와 떨어져 이해하기 어렵다.

전체 100곡 중 서곡에 해당하는 지옥편 1곡은 피렌체 권력다툼에서 패배해 쫓겨났을 때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위는 온통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를 캄캄한 숲 속의 골짜기였다. 목이 몹시 말랐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내가 왜 이 숲 속에서 헤메고 있단 말인가.”

단테는 37세 되던 1302년 비리와 반역 혐의로 기소되어 궐석재판에서 공직 추방과 입국 금지를 선고받았다. 70세를 인생의 기간으로 보았을 때 중년에 객지를 떠돌게 된 단테는 신곡 지옥편을 구상하게 된다.

그를 정신적으로 구제한 사람은 못다 이룬 연인 베아트리체다. 24살에 요절한 베아트리체는 당연히 천국에 가 있었다. 단테가 사랑한 사람이었으니까. 베아트리체는 천국에서 성모 마리아에 부탁하고 성녀 루치아를 통해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단테에게 븥여주게 된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지옥과 연옥을 여행하고, 마지막 천국은 사랑했던 여인 베아트리체와 함께 한다. 단테의 판타지는 자신이 흠모하고 좋아한 사람과 함께 했다.

 

단테가 지옥의 입구에서 신곡을 들고 있는 있는 그림(Domenico di Michelino, 1465) /위키피디아
단테가 지옥의 입구에서 신곡을 들고 있는 있는 그림(Domenico di Michelino, 1465) /위키피디아

 

신곡의 1부는 지옥(Inferno)편으로 시작한다.

지옥에서 일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이다. 고대 신화의 많은 신들이 지옥편에 등장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단테는 기독교를 상위에 놓고 그리스와 로마의 고대신화는 하위 개념으로 만들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명계의 강은 시궁창으로 그려진다.

구약이든 신약이든 성경에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구체적으로 서술되지 않았다. 그 상상력의 공백을 단테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끄집어 냈다. 다만 그리스 신화의 주신인 제우스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독교의 주신인 하느님, 예수그리스도와 동격인 이교도의 신을 공백으로 만들고, 대신에 그 하위의 신들을 기독교의 종들로 만들었다.

비기독교의 입장에서 신곡을 읽으면 공감할수 없는 대목이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에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지옥에 가야 한다. 그 중에 림보라는 곳에 간다. 이런 황당한 논리를 단테는 펼쳤다.

 

뱃사공 카론이 지옥의 강에 배를 젓고 있다.(Gustave Doré) /위키피디아
뱃사공 카론이 지옥의 강에 배를 젓고 있다.(Gustave Doré) /위키피디아

 

연옥편은 지루하다. 단테가 왜 연옥(煉獄, Purgatorio)을 구상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옥에 보내긴 그렇고 회개하면 천국에 갈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는 곳이다. 여기까지도 베르길리우스가 안내한다. 연옥은 7개로 되어 있고, 그 죄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이다. 현실의 형법에 죄가 되지 않는 항목. 종교적 죄악이다.

연옥편의 등장인물은 단테 생존시 이탈리아인들이 많아 주석을 많이 참조해야 한다. 마지막에 베아트리체를 만나 천국에 오르고, 베르길리우스와는 헤어진다.

 

단테는 교황 지지파인 겔피당 소속으로 나이 30~35세이던 1295~1300년에 피렌체 최고위원이라는 고위직에 있었다. 겔피당은 권력을 잡은 후에 자치를 주장하는 백당과 교황 지배를 주장하는 흑당으로 갈라지고, 단테는 백당에 속해 있었다. 흑당이 교황의 군사적 지원에 힘입어 권력을 잡고 백당 소속인 단테는 쫓겨났다.

단테는 한때 자신의 소신과는 달리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7세에 붙었다. 1310년 하인리히 7세는 500명의 군대를 이끌고 이탈리아로 진군했다. 단테는 하인리히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을 기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황제가 피렌체 장악에 실패하면서 그의 꿈도 수포로 돌아갔다.

단테는 실망했다. 그에게 마지막 망명지를 제공한 곳은 라벤나였다. 1318년 그는 라벤나에서 천국편의 마지막을 집필했다.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을 여행하는 단테 /위키피디아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을 여행하는 단테 /위키피디아

 

천국(Paradiso)은 중세 유럽인들의 믿음을 근거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겹의 하늘로 이루어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단테는 천국에서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는다. 천국에서는 여러 사람을 만난다.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 칼 마르텔, 구약성서의 라합, 토마스 아퀴나스, 솔로몬왕, 교황 요한 21, 이스라엘의 여호수아, 다윗왕, 콘스탄티누스 황제, 베네틱토, 초대 교황인 베드로, 야고보, 사도 요한……. 로마사와 성경을 조금만 이해해도 알만한 사람이 등장한다. 단테가 넘볼수 없는 사람들이다.

천국의 마지막인 원동천으로 들어가면 하느님과 예수, 성모마리아, 아담, 이브, 라헬 등이 나타난다. 그야말로 하느님의 영역이다.

1320년 단테는 천국편을 출판한다. 해를 넘겨 1321914일 단테는 객지 라벤나에서 숨졌다. 56세였다. 그는 라벤나 산 피에르 마조르 교회에 안장되었다. 그의 시체는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했다.

단테는 신곡 마지막에서 순수한 환희로 빛나는 하느님의 사랑에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의 저술을 희곡(La Commedia)라는 제목을 붙였다. 지옥에서 출발해 연옥을 거쳐 천국으로 끝을 맺는 한편의 희복이란 뜻이다. 그는 행복하게 죽었을까. 그는 천국에 갔을까.

후에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가 ‘Divinia’을 추가해 ‘La Divina Commedia Di Dante’라고 명명했고, 이를 번역한 것이 신곡’‘(神曲)이다.

신곡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체험은 단테 자신의 영혼이 경험한 과정이다. 단테가 정치적으로 실패한 후에 종교적 고민을 하는 과정, 세속의 문제에 대한 집착을 떼어내려는 과정이 감정적으로 처리된 장편의 서사시다.

신곡 가운데 지옥편이 특히 유명하다. 단테의 지옥편에 나오는 스토리는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구상에 영감을 주었고,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보카치오는 단테를 연구해 데카메론을 저술하였고, 괴테는 "신곡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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