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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갈등의 고리 형성하는 불쏘시개…상대방 경청하는 방법 배워야”
‘극한 갈등’의 시대…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2022. 10. 10 by 박차영 기자

 

인간 사회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갈등이 전혀 없는 사회가 반드시 좋은 사회라고 할수 없다. 갈등이 있어야 사회는 발전을 하게 되고,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갈등이 지나치면 증오감이 생기고, 그 증오감이 집단화할 때엔 대립과 반목, 집단 패싸움, 살상, 심지어는 전쟁을 유발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는 저서 극한갈등’(High Conflict)에서 갈등을 고도 갈등(high conflict)’건전한 갈등’(good conflict)로 분류했다.

고도 갈등은 정치적인 반목, 집단 간의 복수극으로 몰아넣는 극단적인 갈등을 말한다. ‘좋은 갈등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의견충돌이다. ‘좋은 갈등은 결코 사람들을 웃음거리로 전락시키거나 정답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서로를 이해하도록 해결을 모색하게 된다. 이에 비해 고도 갈등은 선과 악의 구도를 뚜렷하게 생성해 반목으로 치닫게 된다. ‘고도 갈등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기 때문에 대응한 것뿐이라고 불평한다.

 

고도 갈등은 구약성서에서도 나온다. 아벨과 카인은 아담과 아내 하와가 낳은 형제다. 야훼는 아벨이 바친 예물은 반기고 카인이 바친 예물은 반기지 않았다. 카인이 고개를 떨어뜨리자 야훼는 카인을 나무랐다. 카인은 아벨에게 화풀이를 했다. 결국 카인은 아벨을 죽이고 말았다.

여기서 하느님은 갈등의 중재자가 아니라 매개자로 등장한다. 성서는 야훼가 카인의 예물을 받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카인의 모멸감은 질투심으로 변하고 끝내는 살인으로 치닫는다.

리플리는 미국의 정치적 갈등을 건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갔다.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는 독립운동 당시에 동지였고 서로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독립이 달성되고 정치적으로 대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원수가 되었다. 정파주의가 동지를 갈랐고, 그들은 서로 중상모략하는 사이로 변질했다.

​책 표지 /네이버책​
​책 표지 /네이버책​

 

저자는 갈등이 사회를 범주(category)로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보았다. 범주화에 대한 애착은 본능적이며 아주 어릴 때부터 나타난다. 아이들은 글을 읽기 전부터 인종과 성별에 따라 사람을 구분할 줄 안다. 미국의 백인 아이들은 초등학생 연령이 되면 본능적으로 흑인의 얼굴 사진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흑인이 다수인 학교에 다니는 백인 학생도 마찬가지다.

범주화의 영향으로 우리는 점점 더 다른 그룹과 협력하기보다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민주당과 공화당, 기득권자와 도전자, 수구 세력과 신진 세력 등의 대립구도 세상을 이분법으로만 바라보는 범주화의 일종이다.

 

고도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 당연한 것처럼 되어가고 있고, 우리의 선천적인 기질이 갈등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독일의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영구적인 분노를 경험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격노 상태다. 독일에는 더 이상 대화가 없다. 대신에 큰 소리와 고함만 남았다.”

리플리는 최근 갈등의 고도화 경향에 대해 분명히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이것들이 애초 갈등이 고리처럼 이어지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여기에 언론의 선정주의가 개입해 분노를 돈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사적으로 한 발언이 MBC 카메라에 잡히면서 국내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언론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방송이 선정주의를 발휘했고, SNS가 사회적 갈등을 고도화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갈등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리플리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가진 최악의 본능은 엄청난 규모의 수익원이 되어 이른바 관심병 경제를 창출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에 등장하는 온갖 괴물들은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옳다고 부추기기도 한다.” (p25)

사회의 고도화는 갈등을 부추겼다. 자동화, 세계화, 극심한 시장규제, 급속한 사회변화는 사회불안과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런 두려움을 바탕으로 사회 각분야의 리더와 전문가, 플랫품 등은 온갖 종류의 편견을 비롯해 사회적 균열을 극단적으로 이용했다. …… 갈등이 점점 증폭되다가 특정 시점을 지나면 갈등 그 자체가 힘을 얻게 된다. 애초에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사실이나 세력은 흐릿하게 뒤로 물러난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우리와 그들 사이의 대결뿐이다.“ (p26)

 

리플리는 1930년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 일어난 흑백갈등을 예로 들었다.

몽고메리시에 오크파크라는 위락시설이 있었다. 이 시설은 흑인은 사용하지 못하는 백인 전용이었다. 1957년 가을 어느날 흑인 젊은이가 귀가 길에 오크파크를 가로질러 갔다. 경찰이 그를 체포했고, 그 흑인은 경찰의 행위를 재판에 걸어 연방법원에서 이겼다. 백인전용 시설은 위헌이 되었다. 하지만 이 시설은 흑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았다. 몽고메리시는 오크파크 전체를 폐쇄하고 말았다.

법원이 흑백갈등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결국 미국의 흑백갈등은 격화되었다.

 

사람이 화를 낼 때엔 코르티솔(cortisol)이란 분비물이 급증한다. 이 분비물이 급증하면 두뇌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영역이 작동을 멈춘다. 코르티솔이 반복적으로 분비되면 면역체계 손상, 기억 및 집중력 저하, 근육세포와 골격 약화 등을 유발하고 질병 감염을 가속화한다.

분노는 고도 갈등을 유발한다. 고도 갈등은 하룻밤 사이에 폭력으로 비화할 수도 잇다. 폭력 사태는 곧바로 상대 진영의 집단적 고통으로 번져나가 결국 보복을 부른다.

 

인간은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그것을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관념에 비추어 해석한다. 이것이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현상이다. 이것은 깊은 갈등에 빠져 있을수록 더욱 깨뜨리기 어렵다. 확증 편향의 두 사람 또는 두 집단이 만나면 갈등의 골이 깊어 진다.

 

아만다 리플리 /위키피디아
아만다 리플리 /위키피디아

 

리플리는 갈등의 해법으로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할 것을 권한다. 사람들은 남에게서 이해받기를 너무나 갈망한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선택지가 눈에 보인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그리고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용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리플리는 갈등의 해법을 찾아 캘리포니아의 변호사 게리 프리드먼, 시카고 갱단의 보스였다가 화해 중매자로 나선 커티스 톨러, 남미 볼리비아 보고타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합법적인 길로 들어선 산드라 밀레나 베라 부스토스의 예를 상세히 소개했다. 작가는 이런 사례를 중심으로 소모적인 갈등을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우리 대 그들’, ‘선과 악이라는 양자 구도를 방지하는 새로운 대안의 정치를 시도해라. 선과 악이 대립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복잡한 이야기를 접하라.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해라. 적극적 경청은 단순히 열심히 듣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기술과 훈련이 필요하다. 갈등을 즐기고 갈등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갈등 촉진자나 미디어를 멀리해라. 역할 바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지사지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라.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가 아닌, 언더스토리를 파악해라.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존심을 조금 내려놓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아집을 버려라. 갈등에서 벗어난 평온한 시간을 확보하고, 갈등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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