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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금지된 사랑을 깨려는 갈망, 현실을 벗어나려는 욕구…프랑스 사실주의 효시
소설 주인공처럼 살고 싶어한 ‘보바리 부인’
2022. 10. 24 by 박차영 기자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보바리 부인185610월부터 그해 12월까지 파리 평론이란 잡지에 연재되었다. 이듬해 1월 파리 검찰은 저자 플로베르를 풍기문란죄로 기소했다. 당시 프랑스 도덕과 관습에 위배되며, 작가가 이를 방치했다는 혐의였다.

검사는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이라는 가상의 여인은 자신의 아이를 방치하고 남편을 경멸하고 집안에서 다른 남자와 간통하도록 묘사함으로써 프랑스 여인을 모독했다, 이 여인이 욕정을 참지 못하고 타락하는 것을 작가가 비난하지 않았다면서 플로베르의 유죄를 주장했다.

플로베르는 검사의 주장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여주인공의 불편한 진실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했다. 작가는 이렇게 항변했다. ”주인공 엠마가 악독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녀는 내가 창조한 가상의 인물은 아니다. 이 세상이 그녀를 만들었다. 나는 그녀를 표현했을 뿐이다. 우리 저변에 수천 명의 엠마 보바리가 있다. 그리고 수백, 수천의 여인들이 엠마가 되길 원한다. 그녀들은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기 원한다. 단지 결심을 하지 못할 뿐이다.“

재판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재판장은 플로베르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한 무명작가는 이 재판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후 소설은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책 표지 /문예출판사
책 표지 /문예출판사

 

소설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의 실제 모델은 플로베르가 살던 프랑스 루앙 근처의 개업 의사의 부인이었던 델피느 들라마르(Delphine Delamare)였다고 한다. 그녀는 부유한 지주의 딸이었는데, 시골 의사와 결혼해 권태로운 삶을 벗어나기 위해 여럿 애인과 사귀었다. 그녀는 바람을 피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졌고, 마침내 나이 26살에 음독 자살로 생을 마쳤다. 그녀에게 6살 된 딸도 있었다. 이 여인의 실제 스토리가 플로베르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 있다. 여인의 남편은 의사였던 플로베르 아버지의 제자였기 때문에 플로베르는 그 사연을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다만 플로베르는 이 여인만을 스토리를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설화 과정에서 많은 프랑스 여인들의 이야기로 일반화했다.

 

여자 주인고 엠마 보바리는 농촌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녀는 소설을 즐겨 읽으면서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상류사회의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고 싶어했다. 작가 플로베르는 이런 꿈이 엠마만이 아니라 프랑스 여인 수천여명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작가는 그 그 꿈을 사실 그대로 그려냈을 뿐이고 항변했다. 이 직품은 프랑스 문학에서 사실주의의 효시로 꼽힌다.

농촌마을에서 개입한 의사 샤를 보바리는 돈 많은 미망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부유한 농장주의 집으로 왕진을 갔다가 그의 딸 엠마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아내가 죽자 샤를은 그녀와 재혼한다. 하지만 엠마는 귀족의 화려한 생활을 꿈꾸며 샤를과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 엠마는 귀족 자택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되어 호화로운 생활을 구경한 후 부엌에 매달려 있는 자신의 삶에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샤를은 엠마의 우울증을 덜어주기 위해 용빌로 이사를 한다.

엠마는 그곳에서 공증인의 서기로 일하는 레옹을 만나 호감을 갖게 된다. 엠마가 레옹에게 마음을 고백하기도 전에 소극적인 레옹은 공부를 핑계로 파리로 가버린다. 그렇게 다시 고독한 나날을 보내던 차에 바람둥이 로돌프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엠마는 로돌프를 집안에도 끌고와 사랑을 나눈다. 엠마는 마침내 로돌프에게 함께 도망을 가 살자고 제의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단물을 다 빨아먹은 로돌프는 그녀를 떠나버린다. 바람 맞은 엠마는 앓아 누웠다가 간신히 회복했다.

엠마는 거의 회복할 무렵. 레옹을 다시 만난다. 엠마는 극장에서 "나를 데리고 도망가 주세요.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만의 것입니다!"라는 배우의 대사를 듣고 다시 레옹에 집착한다. 레옹과의 만남에 그녀는 돈을 펑펑 썼다. 그녀는 소핑 중독자가 되었다. 남편의 재산을 담보잡히고 비싼 물건을 샀다. 그 돈놀이에 뤼르라는 악덕 상인이 개입한다.

결국 엠마는 파산한다. 파산한 사람은 모든 것에 매달린다. 하지만 레옹도, 로돌프도 그녀가 내민 구원의 손길을 내팽개쳤다. 엠마의 마지막 선택은 비소를 삼키는 것이었다. 그녀가 목숨을 끊고 샤를도 병에 걸려 죽고 만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위키피디아
귀스타브 플로베르 /위키피디아

 

소설은 바람을 피우고, 사치에 빠진 여자으이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플로베르는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가 살던 19세기 중엽의 현실에 그런 여자의 해피엔딩을 그려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후 세월이 170년이나 흘렀다. 우리나라 어느 노래 가사에 바람 피는 게 죄가 되나요라고 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880)는 봉건적 가족관념, 기독교적 부부관이 팽배하던 시절에 인간 마음 속의 진실을 끄집어 냈다. 그는 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로 인해 불편해 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마 보바리의 삶이 공공의 도덕을 해쳤다고 볼수 없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진실의 측면이 있다.”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은 나 자신이다고 했다. 현실의 틀에 갇혀 있는 인간을 건져내는 것, 그것이 플로베르가 추구한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평안하게 사느냐, 현실과 상관 없이 내 멋대로, 내 마음대로 한번 살아보느냐의 선택은 단지 19세기 중반 프랑스 여인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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