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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러시아에서 소련까지, 반란자를 시베리아에 보내 노동력으로 이용
시베리아로 끌려간 폴란드인들
2022. 12. 20 by 김현민 기자

 

18세기 전반기까지만 해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국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합친 거대한 제국이었다. 하지만 유럽 최강의 육군을 보유하고 있던 폴란드가 18세기말 이후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분할되면서 그 나라 귀족과 국민들은 시련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러시아는 폴란드와 같은 슬라브족이면서도 경쟁관계에 있었다. 러시아는 제정시기부터 공산정권까지 폴란드의 불만세력을 시베리아로 유형을 보냈다. 본국과의 연계를 끊자는 속셈이었고, 동토 시베리아를 개발하자는 목적도 이었다.

 

18세기 후반의 폴란드 분할 /위키피디아
18세기 후반의 폴란드 분할 /위키피디아

 

19세기 이후 러시아 차르 치하의 폴란드에서 여러차례 대규모 폴동이 일어났다. 1830~1831년의 11월 폭동, 1863~1864년의 1월 폭동이 그것이다. 20세기 들어서도 1905~1907년에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다. 그때마다 제정러시아는 군대를 동원해 반란을 진압하며 저항분자들을 시베리아로 보냈다. 1847년 차르 정부는 형법을 개정해 반역자에게 추방형과 노동형을 부과함으로써 폴란드인의 시베리아 유형을 제도화했다.

시베리아에 끌려간 폴란드인들을 시비라크(Sybirak)라고 했다. 그들은 도로건설, 철도건설에 동원되었다. 시베리아 철도 건설 현장에는 폴란드인 마을이 조성되었고, 그들에게 물건을 팔러 폴란드 상인이 그 멀리까지 가기도 했다. 학문을 많이 한 귀족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에 폴란드 유형지 마을에서 시베리아를 연구하는 학문이 생기고, 저명한 학자가 나오기도 했다.

형기를 마친 폴란드인이 현지에 눌러 안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본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은데다 오래 살다보니 시베리아에서 가족이 생긴 경우도 있었다. 1860년대에 시베리아에는 폴란드인이 2만명이 되었다고 한다.

 

시베리아로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폴란드인들(그림) /위키피디아
시베리아로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폴란드인들(그림) /위키피디아

 

1866년엔 시베리아 폴란드인들이 제정러시아에 대항해 폭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1863~1865년 사이 폴란드에서 벌어진 1월 폭동 가담자들이었고, 바이칼호 주변의 고속도로 건설에 동원되었다. 그곳에 살던 러시아인 분리주의자들이 폴란드 유형자들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폭동을 일으켜 독립정권을 세우자고 부추겼다. 폴란드인들은 러시아 불만자들과 연대하면 조국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바이칼호 주변의 노역장에서 일하던 폴란드인들은 700여명을 헤아렸다. 그들이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에 내부의 고발자가 음모를 당국에 까발렸다. 이르쿠츠크에 주둔하던 코사크 부대가 들이닥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4700명의 폴란드인들은 봉기를 일으켰다. 봉기는 5일만에 진압되었다. 주동자들이 체포되었고, 가담자들은 전원 체포되었다. 러시아 당국은 주동자들을 처형하고 가담자들의 형기를 연장했다. 이로써 반란은 진압되었다.

 

240년전 폴란드인들을 가두었던 시베리아 감옥. /위키피디아
240년전 폴란드인들을 가두었던 시베리아 감옥. /위키피디아

 

제정러시아 이후 공산화 이후 소련 정권도 폴란드인에게 가혹했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아돌프 히틀러와 비밀협정을 체결, 폴란드를 양분하기로 했다. 1939년 소련과 나치독일은 폴란드 영토를 침범해 동과 서로 갈라 먹었다.

나치독일만 폴란드인을 가해한 것이 아니다. 소련은 나치보다 더했다. 러시아인들은 동부 점령지에 저항하는 폴란드인을 집단 학살하거나 시베리아로 끌고갔다. 이때 소련의 탄압으로 죽은 폴란드인들이 15만명으로 추정된다.

193946년 사이에 시베리아에 끌려간 폴란드인의 숫자가 얼마인지 통계가 없다. 많이 보는 경우 150만명으로 보는 추산도 있지만, 소련 비밀경찰(NKVD)의 자료를 통해 추계할 경우 30~38만명으로 추산한다.

연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폴란드가 러시아의 침공을 두려워하며 한국산 무기를 대량 구입한 것도 이런 역사적 원한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Sybirak

Wikipedia, Baikal Insurrection

Wikipedia, Soviet repressions of Polish citizens (1939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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