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뉴스

A 아틀라스뉴스

유럽사

프랑스 국왕 샤를 8세, 루이 12세와 결혼…브르타뉴 군주였기에 각국 군주가 욕심

2명의 프랑스 왕과 결혼한 안 드 브르타뉴

2023. 02. 05 by 김현민 기자

독일왕 1명, 프랑스왕 2명과 결혼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영국의 왕비도 될 뻔도 했다. 기막한 사연의 주인공은 15~16세기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여공작 안 드 브르타뉴(Anne de Bretagne, 1477~1514)다.

안은 브르타뉴의 공작 프랑수아 2세(François II)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1488년에 죽었을 때 안은 11살의 나이에 엄청난 영지와 지위를 물려받았다. 프랑스 북서부의 브르타뉴 공작, 낭트(프랑스), 몽포르(프랑스), 리치몬드(영국)의 백작, 리모주(프랑스)의 자작이 그녀의 영지에 딸린 지위였다. 이중 브르타뉴는 면적이 3만4.000㎢로, 이 땅의 주인이 어디로 붙느냐에 따라 유럽의 판도가 달라진다.

안은 세 살 때에 영국 국왕 에드워드 4세의 왕세자 에드워드와 약혼을 했으나, 3년후에 에드워드 4세가 죽고 왕세자도 타살됨으로써 결혼에 이르지 않았다.

첫 결혼은 13살 때인 1490년이다. 상대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막시밀리안 1세였다. 당시 막시밀리안은 오스트리아 대공 겸 독일왕이었다. 독일왕은 선제후들의 선거로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오르기 전의 지위를 말한다. 막시밀리안은 1508년 정식으로 황제에 올랐다.

안이 막시밀리안과 결혼하자 프랑스 왕이 다급해 졌다. 당시 프랑스 왕은 샤를 8세였다. 안의 결혼으로 프랑스는 브르타뉴와 오스트리아, 독일에 포위되었다. 스페인의 왕위도 합스부르크 가문이 가져갔다. 이런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샤를 8세는 가장 약한 브르타뉴를 공격했다.

브르타뉴는 독일과 프랑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어린 안은 영리했다. 그녀는 막시밀리안과 결혼 1년만에 이혼하고 1491년 프랑스 국왕 샤를 8세와 결혼했다. 안은 왕비일 때에도 브르타뉴 여공작의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샤를 8세는 오래 살지 못했다. 샤를은 1498년 4월 7일 테니스 경기를 구경하러 가다가 창틀에 부딛쳐 즉사했다. 27살의 젊은 나이였다. 샤를 8세와 안 왕비 사이에 자식이 없었다. 따라서 샤를 8세의 사촌인 루이 12세가 왕위에 올랐다.

20대 초반의 돈 많은 과부가 생겼으니, 유럽의 군주들이 눈독을 들였다. 남편이 죽었으므로, 재혼에는 부담이 없었다. 영국이나 독일이 브르타뉴 여공작과 결혼하면 프랑스는 또 위험에 빠진다. 특히 특히 브르타뉴에서 바다 건너에 있는 영국과 백년전쟁(1337~1453)을 끝낸지 50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루이 12세는 루이 11세의 딸 잔 드 프랑스(Jeanne de France)와 결혼한 상태였다. 루이 12세는 전왕비를 사랑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브르타뉴를 손에 넣어야 했다. 카톨릭 국가에서 이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할 수는 없었다. 국왕이 이혼을 하려면 교황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이 음모에 교황 알렉산드르 6세의 사생아 체사레 보르자가 가담했다. 체사레 보르자는 루이 12세로부터 두둑한 보상금과 토지를 받고 결혼 무효절차를 주선했다. 결혼 무효 이유는 루이 11세에 의해 강요된 결혼이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어낸 얘기였다.

이렇게 해서 샤를 8세가 죽은지 1년후인 1899년 안은 루이 12세와 재혼했다.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안은 37세가 되던 1514년 두 공주를 남기고 사망했다. 안은 죽기 직전에 맏딸 클로드(Claude)에게 브르타뉴 여공작 자리를 주고, 오스트리아 대공 카를과 약혼을 시켰다. 카를은 후에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스페인 국왕이 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클로드는 엄마가 죽은 후 카를과 파혼하고 프랑스의 프랑수와 왕자와 결혼을 한다. 왕자는 나중에 프랑스 국왕 프랑수와 1세에 오르는데, 이때 브르타뉴는 영원히 프랑스의 영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