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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5~6세기 색슨족 침략에 대항한 부족장의 영웅담…12세기 프랑스에서 창작
아서왕 전설은 사실일까
2023. 02. 24 by 김현민 기자

 

아서왕의 이야기를 읽으면 주인공이 영국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이 아닐까, 착각하기 십상이다. 색슨족이 침략하고 스코틀랜드의 픽트족과 스코트족이 등장한다. 브리튼섬 각지에 군왕들이 할거한다. 로마군이 물러나고 게르만의 한 갈래인 앵글족과 색슨족이 브리튼섬을 침략해 왔을 때 상황이다. 역사학자들은 아서왕의 스토리가 대체로 5~6세기에 만들어진 전설로 추정한다.

영국 역사학자들은 아서왕(King Arthur)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유럽의 주변부에서 고대사 자료가 극히 희박한 나라였기 때문에 그들은 전설의 주인공을 찾으러 땅도 파보고 문헌을 뒤지고 했다. 결론은 아서왕 전설과 일치하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만 암브로시우스 아우렐리아누스(Ambrosius Aurelianus)라는 켈트 부족장이 주목된다. 색슨족은 몽스 바도니쿠스라는 곳에서 켈트족에 참패당했는데, 그 이후 약 50년간 색슨족의 진출이 저지되었다. 그때 켈트족을 이끌고 전투에 나간 암브로시우스가 아서왕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 전승이 당시 브리튼의 전쟁 영웅에 관한 기억을 남겼을 것으로 본다.

바위에서 엑스칼리버를 뺀 아서 왕 /위키피디아
바위에서 엑스칼리버를 뺀 아서 왕 /위키피디아

 

오늘날 전해지는 흥미진진한 아서왕의 전설은 12세기 프랑스에서 쓰여진 2차 창작물이다. 카멜롯 궁전, 랜슬롯, 성배, 기네비어 왕비는 초기 아서왕 기록에는 등장하지 않고 프랑스 풍으로 가공된 것들이다. 프랑스 브르타뉴 귀족인 랜슬롯이 기네비어 왕비를 놓고 아서왕에 맞서는 장면은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크다.

아서 왕 전설의 기본은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 여기에 로마 신화의 요소를 가미하고 게르만 문화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기독교 신화가 흐른다. 원탁의 기사(Knights of the Round Table)는 켈트적일수도, 게르만적일수도 있다. 왕권이 미약하던 시절에 부족장이 무력을 가진 집단을 하나로 결집하는 과정을 신화화한 것이다. 기사 하나하나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주군을 바꾸기도 한다.

아서왕이 왕위 계승자임을 확인케 하는 엑스칼리버(Excalibur) 검은 이 부족이 선진적 제철기술을 보유했음을 보여준다. 돌에서 칼을 빼내는 것은 거푸집에 쇳물을 부은 후 굳은 쇳덩어리를 빼내는 제련법을 묘사한 것이다. 철광석을 녹여 주물을 만드는 기술은 자연 쇠를 단조하는 것에 비해 고도의 제련기술이다. 아서왕의 부족은 이런 고급기술을 가졌고, 이 제철기술을 통해 타 부족과 세력을 제압했음을 암시한다.

카멜롯(Camelot)은 아서왕이 머물던 가상의 궁전이다. 역사가들은 진짜 카멜롯이 있는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1542년 시인 존 리랜드는 서머셋의 캐드베리 성(Cadbury Castle)이 카멜롯이라고 주장했다. 언덕에 만들어진 이 성은 사방의 평원을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 성이 카멜롯이라는 근거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 카멜롯도 12세기 프랑스에서 쓰여진 창작물의 산물이라는 게 현재의 중론이다.

 

원탁의 기사 /위키피디아
원탁의 기사 /위키피디아

 

아서왕의 전설은 독립된 스토리가 하나로 통합되었다. 아서가 로마를 점령하는 얘기는 좀 엉뚱하다. 이미 서로마가 멸망한 시점에 로마황제를 굴복시켰다는 스토리는 그들의 염원을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성배(Holy Grail)의 스토리는 이를 신성시한 프랑스적 기풍을 반영한다. 스토리에는 사랑과 배신, 의리와 반란, 마법과 신앙이 망라되어 있다. 그래서 더 재미가 있다.

 

아더왕은 내부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적의 칼을 맞아 사망한다. 왕의 죽음으로 기네비어 왕비, 랜슬롯과 화해한다. 하지만 왕국은 더 이상 승계되지 않는다. 결국 아서왕이 다스렸다는 나라는 멸망하는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암브로시우스 아우렐리아누스 이후 앵글로색슨은 다시 침략을 계속해 영국은 앵글로색슨의 나라가 된다. 색슨족은 이스트색슨(Essex), 웨스트색슨(Wessex), 사우스색슨(Sussex) 왕국을 수립했다. 앵글족은 요크 주변에 데이러 왕국, 북쪽에 버니시어 왕국을 건설했으며 두 나라가 합쳐 노섬브리어 왕국이 된다. 다른 앵글족 무리들은 이스트 앵글리어 왕국을 세웠고, 웨일스 접경지역에 머시어 왕국을 세웠다. 이들 여러 왕국이 경합하다가 가장 강한 나라가 종주국이 되면서 영국이란 나라가 된다.

 

앵글로-색슨족 침입후 AD 600년경 브리튼섬 /위키피디아
앵글로-색슨족 침입후 AD 600년경 브리튼섬 /위키피디아

 

아서왕은 현재 영국인의 주류 종족인 앵글로-색슨족의 뿌리는 아니다. 아서왕이 격퇴했다는 색슨족(Saxon)은 독일 작센(Sachsen)과 어원을 같이하는 게르만족이다. 현재 영국왕가의 뿌리도 독일이다.

아서왕은 켈트적 요소가 강하다. 켈트족은 앵글로색슨족에 의해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로 밀려났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아서왕의 스토리를 발전시켜 왔다. 영국은 켈트, 앵글로색슨, 노르만의 다양한 종족이 수천년 융합해서 만들어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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