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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이야기
인디언 땅을 백인들이 빼앗아 마음대로 그은 주 경계
미국 네 개 주가 만나는 곳, 포 코너스
2019. 07. 29 by 이인호 기자

 

네 행정구역이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을 사합점(Quadripoint)이라고 한다. 국경이 만나는 곳도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경계가 만나는 곳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도 주간 경계에 사합점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포 코너스(Four Corners)라고도 한다.

공식용어는 사합점이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이 단어를 쓰고 있고, 미국 국무부도 지리 용어로 사합점이란 용어를 쓴다.

미국에서 포 코너스라고 불리는 곳은 콜로라도주와 유타주,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이다.

 

1992년에 재건축된 포 코너스 기념비 /위키피디아
1992년에 재건축된 포 코너스 기념비 /위키피디아

 

이 곳은 원래 인디언들의 땅이었다가 스페인이 점령했고,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면서 멕시코의 땅이 되었다. 곧이 1846년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영토 전쟁이 벌어지고, 미국은 이 땅을 멕시코에서 할양받아 1848년 미국 땅이 된다.

미국은 이 곳에 주를 설치하는데, 1860년 남북 전쟁이 발발하면서 북부와 남부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이곳의 주경계가 수시로 변동되었다. 최종적으로 1863년에 포 코노스를 경계로 십자선을 그어 네개 준주(territory)의 경계선으로 삼았다. 그때 설정된 경계는 남북을 북위 37°로 하고, 동서 경계선을 워싱턴 DC의 표지석에서 서쪽 32°의 자오선으로 하는 것이었다.

 

포 코너스를 경계로 하는 4개 주 /위키피디아
포 코너스를 경계로 하는 4개 주 /위키피디아

 

포 코너스의 경계를 표시하는 문제는 남북전쟁이 끝나면서 시작되었다.

1868년 연방 국토국(General Land Office)이 에후드 달링(Ehud N. Darling)을 단장으로 하는 측량팀을 보내, 북위 37°로 파악되는 지점에 사암으로 된 표지석을 세워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의 남북 경계로 삼았다.

1875년에 챈들러 로빈스(Chandler Robbins)를 단장으로 하는 또다른 측량팀이 뉴멕시코와 애리조나 주의 동서 경계선에 표지를 세웠다. 그는 남북 경계선을 찾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서 측량해 북상하면서 달링이 찍은 표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표지석을 북쪽으로 더 밀어 올렸다.

1878년에 롤린 리브스(Rollin J. Reeves)라는 측량사가 다시 측정한 결과, 로빈스의 측량지점에서 네 주의 경계 표지를 더 북쪽으로 옮겼다. 1901년에 하워드 카펜터(Howard B. Carpenter)가 애리조나와 유타주의 경계선을 다시 측량해 네 주의 경계석의 위치가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과학적 측량방법이 동원되면서 포 코너스의 포지석 위치는 북위 36°5956, 서경 109°0243에 위치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당시 협정에서 정한 위치보다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 문제가 법정 소송으로 불거졌다. 각 주의 입장에서는 주의 땅이 넓은 게 좋다. 인구가 늘어나고 세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적이 줄어드는 쪽에선 현상 유지가 편하다.

1925년 연방 대법원은 현재 포 코너스 표지석과 측량사들이 측정한 경계선을 인정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설사 주경계가 잘못되었더라도 측량사들이 당대의 측량기술로는 최선을 다한 만큼, 그들의 측량 기준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에도 논란이 제기되었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뒤엎지는 못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네 주는 정확하게 십자로 경계가 그어지지 않게 되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약간의 기울기가 나타나는데, 포 코너스와 가장 큰 폭으로 차이가 나는 곳은 2,4km나 된다고 한다.

 

포 코너스 한가운데 4개 주 경계 지점 /위키피디아
포 코너스 한가운데 4개 주 경계 지점 /위키피디아

 

포 코너스 기념비(Four Corners Monument)는 콜로라도 고원 위에 있다. 이 기념비에 서면, 단숨에 미국 4개주를 지나갈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이 기념비는 또 미국에서 가장 큰 인디언 자치구인 나바호 자치구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포 코너스 주위에는 50가구 정도의 기념품 상점과 나바호로 온 것을 환영한다는 표시가 붙어 있다.

나바호 랜드는 유타주와 애리조나, 뉴멕시코에 걸쳐 있는 나바호족의 자치구다. 미국 정부가 인디언 분리정책의 일환으로 원주민들을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사막 한 가운데로 몰아 넣은 것이다. 또 인근에는 호피족 자치구도 있다.

결국, 인디언들이 살던 땅을 백인들이 빼앗아 서로 자기네 구역이라고 싸우면서 경계를 그어 놓은 것이 포 코너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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