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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착공만 하고 6년째 표류…시공사인 중국 HKND는 실종

좌초한 중국의 니카라과 운하 프로젝트

2019. 08. 06 by 이인호 기자

원래 예정대로라면 올해말에 미국의 뒤뜰인 니카라과에 중국이 건설한 운하가 준공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운하 건설 발표를 한지 6년이 지나도록 운하가 지나가야 할 뭍엔 소떼들의 목초지가 그대로 남아 있고, 인부들은 한명도 없다.

만약 예정대로 운하가 곧 개통된다면 아마 지금쯤 미국이 노골적으로 신경질을 드러냈을 것이다.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했을 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전쟁도 불사한다고 했던 것처럼, 미국은 니카라과 운하에 매우 날카롭게 대처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공수표를 날렸다. 한마디로 국제사기를 친 셈이다.

시간을 거슬러 2012년 9월 26일 니카라과 정부와 중국의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 Hong Kong Nicaragua Canal Development Group)은 니카라과 운하를 건설하기로 합의하고 서명식을 가졌다.

당시 중국측 HKND의 대표는 베이징의 통신그룹 신웨이(信威)의 왕징(王靖) 회장이었고, 니카라과의 대통령은 오랫동안 좌파 반군단체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을 이끌었던 다니엘 오르테가(Daniel Ortega)였다. 반미주의자였던 오르테가 입장에서는 거대한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가난한 니카라과의 산업을 부흥시킬 계획이었다.

계획은 거창했다. 총투자비가 400억~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니카라과 국토를 동서로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운하 건설은 20세기초에 미국이 추진하다가 파나마 운하 건설권을 프랑스로 이양받으면서 포기한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100년만에 중국에게 넘어간 것이다.

계획으로는, 태평양 연안의 브리토강에서 시작해 니카라과호(湖)를 거쳐 카리브해 연안의 푼타 고르다강(江)까지 이어진다. 완공 시 길이는 278km, 수로 폭은 최소 230m에서 최대 520m, 수심은 27.6m에 달하며, 20피트 컨테이너(TEU) 2만5,000개를 실은 대형선박이 통과할 수 있게 된다. 파나마 운하보다 길이는 3배, 통과가능 최대 선적량은 2배 큰 규모다.

당시 발표로는 2019년말에 준공하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고, 파나마 운하와 치열할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 운하가 개통되면 중국은 남미 국가들과 쉽게 교역하고, 이들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했다. 아직도 유효한 미국의 몬로 독트린(1825년 발표)이 무너질 형국이 되었을 것이다.

2013년 니카라과 의회는 중국 HKND의 개발 참여를 승인했고, HKND는 운하 개통 후 100년의 운영권을 확보했다. 운하 건설과정에서 보조도로, 항만, 공항, 철도 등의 건설도 허가받았다.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대통령은 운하의 개설로 25만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니카라과 혁명의 2단계가 진행될 것임을 자부했다. 왕징도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4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큰소리 쳤다. 뭔가 되는가 싶어 러시아도 이 운하 건설에 참여하겠다는 뉴스도 나왔다.

그리고 2014년 12월 22일 화려하게 착공식을 했다. 그게 전부였다. 공사의 첫단계인 준설작업도 하지 않았다.

착공식을 한지 1년여 시간이 지난 2016년 4월 뉴욕타임스는 프로젝트가 멈추었다고 보도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운하에 관해 일절 얘기를 하지 않고, 중국측 사업자인 왕징이 금융 손실로 니카라과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고 보도했다. 2015~2016년 중국 증시 폭락으로 왕징의 금융자산은 85%나 감소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니카라과 정부나 HKND측은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2018년 2월 HKND는 홍콩 본사를 폐쇄했다. 전화도 없고, 새로운 주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유령회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1일 아랍의 알자지라 통신은 니카라과 운하가 지나갈 현지를 방문해 “니카라과의 500억 달러 운하 계획이 6년만에 침몰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