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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마 물 관리능력 보여줘…기둥만 336개, 총 8만톤 저장, 메두사 머리 인기
이스탄불의 지하궁전, 예레바탄 저수조
2019. 09. 20 by 김현민 기자

 

고대문명의 성패는 수자원 관리에 있었다. 로마 제국의 물 관리 능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대도시가 사용할 물을 지상 또는 지하 수로를 통해 공급했고, 그 건축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도 궁전에서 사용하던 물 저수지가 남아있다. 예레바탄 지하저수조(Yerebatan Sarnıcı)가 그것이다. 보통은 바실리카 저수조(Basilica Cistern) 또는 예레바탄 사라이(Yerebatan Saray)라고 부른다.

 

아야소피아 박물관 남서쪽에 예레바탄 저수조를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대리석 기둥들이 나타난다. 계단은 모두 52개라고 한다.

눅눅한 지하에 아름다운 대리석 기둥이 궁전처럼 서 있다. 그래서 이 곳을 지하궁전이라고도 한다. 저수조를 만들 때 인근 폐건축물의 대리석을 가져와 만들었기 때문에 기둥 모양도 다양하고 제각각이다. 일종의 자원 재활용인 셈이다.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도리아식이라고 한다.

대리석 기둥수는 336, 12줄에 28열로 5m 간격으로 서 있다. 지하 저수조의 규모는 가로 138m에 세로 65m이고, 높이는 9m. 지하 공간의 규모는 9,800, 최대로 물을 저장하는 능력은 8, 무게로는 8만톤이다.

착공은 로마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로 천도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재위 306~337) 때이며, 완공 시기는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인 서기 532년이다. 200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건설하는데 무려 7,000여 명의 노예가 동원되었다고 전해진다.

 

예레바탄 저수조 모습 /김현민
예레바탄 저수조 모습 /김현민

 

이 지하저수조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콘스탄티노플이 포위될 경우, 농성에 대비해 물을 저장했다. 저수조는 본래 동로마 제국의 궁전 근처에 위치했었는데, 궁궐은 그후 헐리고 유물 몇조각만 남아 있다. 이 저수조는 현존하는 동로마 제국의 저수조 가운데서도 최대라고 한다.

 

메두사 괴물 두상 /김현민
메두사 괴물 두상 /김현민
메두사 괴물 두상 /김현민
메두사 괴물 두상 /김현민

 

유명한 것은 메두사의 머리를 받침으로 사용된 두 개의 기둥이다. 메두사(Medusa)는 그리스 신화에서 무시무시한 그 얼굴을 보면 사람들이 돌로 변해 버린다는 괴물이다. 이 메두사 얼굴을 왜 지하저수조에 갖다 놓았을까. 저수조에 독을 타려는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부적으로 사용했다는 설이 있고, 그냥 다른 신전에서 돌을 가져오다가 우연히 메두사 얼굴을 가져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메두사 얼굴이 놓여 있는 기둥엔 그 얼굴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다. 아무도 돌로 변하지 않았다.

 

‘헨의 눈’ 기둥 /김현민
‘헨의 눈’ 기둥 /김현민

 

또 헨의 눈(Hen's Eye) 기둥도 관광객의 인기를 끈다. 기둥에는 눈물을 흘리는 부조가 그려져 있는데, 이 저수조를 만들 때 죽은 노예들을 기리기 위해 새겼다는 전설이 있다.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테오도시우스 황제 개선문 기둥의 문양과도 닮았다고 한다.

 

예레바탄 저수조 입구 /김현민
예레바탄 저수조 입구 /김현민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저수조는 폐쇄되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두 번이나 개보수를 했지만, 사용하지 못했다. 오스만이 로마의 물관리 기술을 기술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1985년부터 수백 년 동안 쌓인 진흙과 폐물 5만톤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여 복원되었으며, 1987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었다.

일부 지역에 지금도 어느 정도의 물을 담아 놓고 물고기를 놓아 기르고 있다. 물 위에 관광객들이 지나갈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기둥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머리 위에 물이 뚝뚝 떨어진다.

신비롭고 인상적이기 때문에 영화 세트로 사용되기도 한다. 1963년에 제작된 ‘007 위기일발편’(From Russia with Love)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으며, 이스탄불 예술 비엔날레 기간 동안에는 시청각 시설로 쓰이기도 했다. 종종 콘서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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