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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하반기부터 국공 대립의 전세가 서서히 역전되었다. 총공세 1년 동안에 연전연승하던 국민당군의 수는 줄어든 반면에 패퇴하던 공산군의 수는 급격하게 불어났다. 국민당 군대는 전투로 손실된 병력을 충원하지 못한 반면에 공산당은 농촌에서 수많은 지원병을 끌어 모을수 있었다. 1947년 6월에 공산군의 수는 195만으로 불어났고, 국민당 군대는 373만명을 줄어들었다. 1년전, 병력수에서 120만 대 430만의 압도적 열세에 있었던 공산군은 이젠 한번 붙어볼만한 수준으로 성장해 있었다.
공산군의 병력보충은 농민의 지지를 얻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농업국가였다.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은 “먹는 것이 하늘이었고, 정치는 인민들에게 먹을 것을 해결하는 것”(以食爲天 食爲政首)이라 생각했다. 공산당은 지주에게서 땅을 빼앗아 소작인에게 무상으로 주었다. 농민의 입장에서 국공내전은 내 땅을 지키고 내 가정을 지키는 보전보가(保田保家)의 투쟁이었다. 농민들은 도주하는 공산군을 숨겨주고 도와주고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국민당이 도시를 장악할수록 농촌은 공산화되어 갔다. 농촌이 도시를 포위하는 마오쩌둥의 전술은 1년만에 공산당에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1947년 3월 중공은 고향처럼 아끼던 옌안(延安)을 국민군에 빼앗기고 도주했다가 3개월만에 되찾았다. 6월 30일 공산군은 옌안을 되찾고 황허(黃河)를 건너 허난·후베이·안후이성을 가르는 다볘산(大別山)을 점거함으로써 고대 중국의 중원(中原)을 차지했다.
중공은 1947년 하반기부터 국민정부에 총공세를 펼쳤다. 역공 초기에 공산당은 만주에 집중했다. 만주엔 장제스의 주력부대가 투입되어 있었다. 1947년에서 1948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린뱌오(林彪)의 부대는 국민군 정예부대 15만명의 손실을 입혔다. 국민군은 진저우(錦州)~선양(瀋陽)~창춘(長春) 사이, 긴 띠 모양의 지역으로 쫓기며 포위되었다. 나머지 90% 이상의 만주는 공산군에 해방되었다.
장제스는 만주의 정예부대를 재빨리 철수시켜 양쯔강을 지켜야 했다. 1931년 만주사변에서 일찌감치 만주를 일본에 내주었던 것과 달리, 그는 국공내전에서 만주를 사수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만주가 흔들리면 중원이 위험하다는 게 중국 역사의 오랜 교훈이었다. 만주에서 일어난 금나라, 청나라에 북송과 명나라가 멸망하고, 일본에 만주를 빼앗긴뒤 바로 중국 내륙이 위협받았다. 장제스는 이번엔 반드시 만주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의 앨버트 웨드마이어 장군이 충고했듯이 국민정부가 화북 이북을 공산군에 내주고 장강 이남을 지키는 것이 옳았을수도 있다. 양쯔강은 자연이 만들어준 해자(垓字)로 북국의 침공을 저지하는 천연장애물 역할을 했다. 제갈량의 적벽대전, 남송의 금나라 방어가 전례를 남겼고, 장제스의 중화민국이 장강 이남의 난징과 상하이, 광저우를 배경으로 나라를 일으켰다.
하지만 장제스는 나중에 후회할 결정을 내렸다. 그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만주를 지킬 것을 결정했다. 만주에 투입된 군대는 미군이 훈련시키고 미국 무기로 무장한, 장제스의 최정예부대였다. 장제스는 이 부대의 전투력을 믿었다. 그러나 이 판단은 국공내전에서 가장 큰 실수로 판명되었다.
1948년 9월 린뱌오는 둥베이(東北) 야전군 105만명을 이끌고 랴오선전투(遼瀋戰役)를 개시했다. 공산군은 쥐새끼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세 도시를 포위했다. 55여만명의 국민군은 보급이 끊긴채 악전고투했다. 장제스는 비행기를 타고 선양으로 날아와 전투를 독려했다.
10월 14일 진저우가 가장 먼저 함락되었다. 진저우는 화북과 만주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국민당군 6개사단 10만명이 사방에서 포위공격하는 공산군을 상대로 31시간의 격전을 벌였으나, 섬멸되었다.
창춘은 지린성의 성도이자, 과거 만주국의 수도였다. 일본은 창춘을 이상적인 현대도시로 건설했다. 린뱌오는 1947년 겨울 공세를 통해 창춘을 공격했고, 이듬해 3월 창춘을 포위했다. 6개월간의 포위로 외부에서 물자공급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탄약이 떨어지고 식량이 동이 났다.
시민들의 곤궁함은 더욱 악화되었다. 국민당 정부가 국민에게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하지만, 공산군도 인민을 굶어 죽게 한 점에서 창춘 전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힘들다. 공산당은 정권을 장악한 후에도 창춘의 아사자 숫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포위 기간 동안에 15만명의 시민이 사망했다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오랜 포위로 국민군이 흔들렸다. 일부는 반란을 일으켜 공산군에 투항했다. 10월 18일 국민군 정동궈(鄭洞國) 중장의 항복으로 창춘도 함락되었다. 이어 11월 2일 선양도 공산군 수중에 떨어져 만주가 완전하게 국민당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만주에서 국민당은 정예 47만명을 잃었다. 만주에서 장제스의 주력부대가 궤멸된 것은 국민군의 붕괴를 의미했다. 랴오선 전투를 계기로 국공의 전세는 균형점을 잃었다. 공산군은 일본이 지배할 때 만주에 설치해 놓은 군수시설과 산업시설을 확보해 든든한 전략적 후방을 얻게 되었다.
공산군은 랴오선 전투의 승기를 잡고 곧바로 옛수도인 베이핑(베이징)과 중국 중부의 교통거점 쉬저우(徐州) 공격에 나섰다.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벌어진 핑진전투(平津戰役)와 화이하이 전투(淮海戰役)는 앞서 랴오선 전투와 함께 국공내전 3대 전투로 꼽힌다. 세 전투 모두에서 국민당이 패하면서 국민정부는 급격하게 붕괴한다.
만주를 접수한 후 중공군 55만명은 산둥성과 장쑤성의 경계에 있는 쉬저우를 뺏기 위해 화이하이 전투를 걸었다. 이 곳은 베이징과 난징을 연결하는 길목이며 철도와 대운하가 교차하는 요지였다. 장제스는 탱크, 중화기, 장갑차를 갖춘 기계화부대 40만명을 배치해 방어했다. 하지만 하늘도 장제스를 도와주지 않았다. 폭우와 눈바람이 닥치면서 국민군의 중화기는 조작이 블가능했다.
화이하이 전투에서 국민군 2개 사단이 반기를 드는 바람에 쉬저우는 12월 15일에 함락되었고, 전투가 종결되었을 때 국민군은 20만명을 잃었다. 화이하이 전투는 중화기로 무장한 부대도 패배했고, 국민군 내부에 극심한 사기 저하와 분열을 노출했다.
핑진전투는 옛수도인 베이핑(北平)과 그 외항 톈진(天津)을 차지하기 위한 회전으로, 화이하이전투와 비슷한 시기에 전개되었다. 만주를 장악한 린뱌오는 80만 대군을 투입하고, 중공 화북군단이 합류, 협공을 취했다. 국민군은 50만명의 병력으로 방어를 했다. 장제스는 50만명을 장강 이남으로 철수시키라고 명령했지만, 사령관 푸쭤이(傅作義)는 거부하고 도시를 사수하겠다고 주장했다. 그가 병력을 남하시키지 않은 것은 숙청될 것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1949년 1월 15일 톈진이 중공군의 포위로 함락되었다.
푸쭤이는 남은 25만으로 베이핑을 수비했다. 그는 더 이상 베이핑을 지켜낼 수 없다고 판단한데다 공산당원인 딸에게 설득되어 공산당과 화평교섭에 들어갔다. 장제스는 이를 알고 베이핑 주둔군만이라도 철수시키라고 요청했으나, 푸쭤이는 거절했다.
1941년 1월 21일 베이핑 주둔 국민군은 공산군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공산당에 투항했다. 1월 31일 중공군은 베이핑에 무혈입성했다.
푸쭤이는 투항할 당시 “나에겐 죄가 있다”(我有罪)고 자책적 발언을 했다고 한다. 공산당도 그의 진정성에 감명받아 인민공화국 수립이후 그가 죽은 1974년까지 25년동안 수리부 장관에 임명했다.
랴오선, 화이하이, 핑진 전투의 패배로 국민정부는 144개 정규사단, 29개 비정규 사단을 포함해 154만명을 잃었다.
세 전투를 치르면서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국민정부는 치명상을 입혔다. 장제스는 1949년 1월 전투 패배를 책임지고 총통직에서 물러났고, 항일전쟁시 타이얼좡 전투의 영웅 리쭝런(李宗仁)이 총통대리로 취임했다. 마오쩌둥은 난징을 향해 진격하면서 1년내에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했다.
<참고자료>
Wikipedia, Chinese Civil War
Wikipedia, Liaoshen campaign
Wikipedia, Siege of Changchun
Wikipedia, Huaihai campaign
Wikipedia, Pingjin campaign
근-현대 중국사(하), 이매뉴얼 C.Y.쉬, 까치,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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