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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이야기
한번 빠지면 나오지 못하는 함정…매머드, 다이어울프 등 4만년전 뼈 산더미
포식자의 무덤, LA 라브레아 타르 웅덩이
2022. 10. 06 by 김현민 기자

 

미국 서부도시 로스엔젤레스의 행콕 공원에는 죽음의 함정이라 불리는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La Brea Tar Pits)가 있다. 고고학자들은 이 곳에서 무려 300만개가 넘는 동물 뼈를 수습했다. 완벽하게 보존된 매머드부터 다이어올프 뼈까지 강력한 포식자들의 뼈가 산을 이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수만년전 선사시대에 들소 한 마리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발굽이 타르 흙덩어리에 걸려 옴짝 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들소의 울음소리를 듣고 다이어올프 떼들이 달려온다. 이들은 들소에 달려들어 포식하지만 이내 같은 신세가 된다. 그렇게 다이어울프의 비통한 울음소리를 듣고 더 많은 동물들이 몰려오고 포식과 함께 죽는다. 썩은 사체는 또 다른 짐승을 불러들인다. 이런 식으로 재앙을 맞이한 사체 수가 기하학적으로 불어난 것이다.

 

타르 웅덩이에 빠진 동물들의 먹이 싸움을 그린 상상도 /위키피디아
타르 웅덩이에 빠진 동물들의 먹이 싸움을 그린 상상도 /위키피디아

 

타르는 석유 찌꺼기로 아스팔트라고도 불리는데, 스페인어로 브레아(La Brea)라고 한다. 캘리포니아가 미국 땅이 되기 전에 스페인 식민지였으므로 이곳 지명이 스페인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 웅덩이들은 중유의 일부분인 길슨나이트(gilsonite)라는 것인데, 공원 북쪽에 있는 솔트레이크 유전으로부터 단층을 따라 흘려 내려오다 지표면에 스며나온 것이다.

1913~1915년 사이에 발굴이 시작되었을 때 이곳 타르 웅덩이 수는 100여개가 되었다. 고고학자, 고생물학자들이 이곳에 묻힌 선사시대 뼈들을 탄소연대측정의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오래된 것이 38,000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에 빠진 매머드를 형상화한 실제 조형물 /위키피디아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에 빠진 매머드를 형상화한 실제 조형물 /위키피디아

 

서양인들이 오기 전에 원주민이었던 추마시(Chumash)와 통바(Tongva)족들은 통나무에 타르를 발라 물을 새지 않는 배를 만들어 사용했다. 인디언들은 이 배로 캘리포니아 앞바다에 있는 채널 제도까지 오갔다.

서양인 최초의 기록은 1769년 스페인 탐험대를 따라갔던 크레스피 신부의 기록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탐사단은 땅에서 타르가 샘처럼 흘러나오는 간헐천들을 보았다고 보고했다. 한쪽으로는 물이 흐르고, 다른 쪽에선 타르가 흐르고 있었다. 대원들은 많은 수의 타르가 흐르는 샘들을 지나쳤고 타르로 이루어진 큰 습지들을 보았다고 했다.”

1826년 해리슨 로저스가 이끄는 미국인 탐사대가 캘리포니아를 탐사하다 이곳에서 굳어진 아스팔트를 보았고, 주민들이 지붕에 그 아스팔트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여행기에 적었다.

 

1910년 타르 웅덩이 /위키피디아
1910년 타르 웅덩이 /위키피디아

 

미국령이 된 이후 이곳은 로스엔젤레스 도심의 일부가 되었다. 이주민들은 타르에 뒤덮인 뼈들을 발견했지만, 화석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1901년 유니언 오일의 지질학자 W.W 오르컷(William Warren Orcutt)은 화석화된 선사 시대의 동물 뼈들이 행콕 랜치의 아스팔트 웅덩이에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오르컷의 최초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고생물학자들은 이곳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동시기물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에서 발굴된 컬럼비아 매머드의 뼈대, /위키피디아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에서 발굴된 컬럼비아 매머드의 뼈대, /위키피디아

 

1915LA카운티 미술관을 신축하면서 타르 웅덩이를 본격적으로 발굴하게 되었다. 이 곳에는 검치호(saber-toothed cat), 다이어울프(dire wolves), 매머드, 고대 바이슨, 밥캣, 미국낙타, 치타, 코요테, 퓨마, , 당나귀, 재규어, 사자, 라마, 너구리, , 땅늘보 등이 발견되었다. 사람 뼈도 나왔다. 여자인데 탄소측정을 한 결과 9,000년 전 사람이다. 그 옆에는 개 뼈가 있었다. 처음엔 개를 죽은 사람 곁에 순장시킨 것으로 추정했으나, 나중에 개 뼈의 연대가 더 최근의 것으로 확인되어 이전의 가설이 부정되었다.

대부분의 타르 웅덩이는 비워졌지만, 하나는 실물 그대로 남겨두어 관광용으로 보존하고 있다. 웅덩이에서 나온 선사시대 뼈조각들은 나무 상자들로 포장되어 박물관으로 운반되어 전시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를 국립자연 랜드마크로 지정했다.

 


<참고자료>

La Brea Tar Pits & Museu

Wikipedia, La Brea Tar P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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