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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사랑은 오래가지 않는다, 익숙한 사랑을 추구한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작가의 연애관 자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022. 10. 15 by 박차영 기자

 

프랑수아즈 사강은 두 번 결혼했다. 23살 때인 1958년에 첫 번째 결혼을 했다. 남편은 잡지 편집장이었는데, 그녀보다 20살이 많았다. 그녀가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를 출간한 때가 나이 24세인 1959년이다. 사강의 결혼은 스무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지 못한채 2년만에 끝났다. 사강은 첫 번째 결혼 중에 출간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39세의 실내디자이너 폴이 25세의 젊은 청년 시몽과의 짧은 연애 스토리를 담았다. 실제 결혼생활에서 남자와 여자의 위치가 소설에선 바뀌어 나온다.

나이 20대 중반이었던 작가가 30대 후반의 여성을 어떻게 상상했을까. 나이 많은 남자와 살면서 그 역의 삶을 추론해 내지 않았을까.

사강은 이혼한후 2년만에 미국인과 재혼해 1년만에 또 이혼했다. 두 번째 결혼에서 아들 하나를 두었다. 그후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 남자들과 연인 관계를 가졌다.

프랑수아즈 사강 /위키피디아
프랑수아즈 사강 /위키피디아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은 그의 연애관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사랑은 얼마나 오라 갈까. 사강은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은 2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3년이라고 해두죠.” 사랑 또는 연애는 잠시 불태우는 것이다. 사강은 그렇게 생각했고, ’브람스를 사랑하세요...‘에도 폴과 시몽은 그런 사랑을 한다. 사랑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덧없이 지나가는 열정과 같은 것이다.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사강은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작가는 폴과 시몽, 로제 사이에 연결되는 사랑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작은 눈빛, 어투, 제스추어에서 느껴지는 미묘함을 작가는 미세하게 터치했다. 삼각관계에서 느껴지는 각자 마음의 움직임을 물흐르듯이 소화해 냈다. 질투와 사랑, 열정의 마음이 사강의 펜대를 통해 우려나왔다.

서른아홉의 실내장식가 폴은 오랳동안 살아온 연인 로제에게 익숙해져 다른 사람을 사랑할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제는 폴에게서 자유로워지려고 하며, 다른 여자와 놀아난다. 여배우를 만나고 창녀를 산다. 자유로워지려는 로제는 폴에게 고독을 안겨준다. 그때 14샐 아래의 청년 시몽이 나타난다.

어느 일요일 폴은 시몽의 편지를 받는다. “오늘 6시에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폴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말에 꽂힌다.

 

그 짧은 말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졋다.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누구엔가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p60~61, 민음사)

브람스 연주회를 함께 한 이후 폴은 흔들렸다. 로제와의 사랑에 회의가 생겼다.

로제는 정직했다. 하지만 이렇게 뒤얽힌 삶 속에서 그런 정직성만으로는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는 게 아닐까 하고, 그녀는 자문했다. 필요할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시몽의 편지는 카펫 위에 떨어져 있었다. 폴은 그 편지를 다시 읽었다. 그런 다음 책상 서랍을 열고 만년필과 종이를 꺼내 답장을 썼다. (p78)

 

폴은 시몽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받아들였다. 폴은 시몽에게 신선함과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마음 구석에 무언가 불안감을 느낀다. 시몽의 열정적인 사랑에도 불구하고 폴이 세월을 통해 깨달은 감정의 덧없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끝을 예감한다.

시몽도 폴의 마음 속에 로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그가 없애야 하는 것은 로제와의 추억이 아니라 폴 안에 있는 로제라는 그 무엇, 그녀가 집요하게 매달려 있는, 뽑아 버릴수 없는 고통스런 뿌리 같은 그것이었다. 이따금 그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이유, 줄곧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가 고통을 감수하는 그 한결같은 태도 때문이 아닐까, 자문했다. (p143)

그녀에게 그자신의 가장 좋은 부분, 가장 견고한 부분을 내주었음에도, 여자들은 그랬다. 여자들은 모든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다 내주는 것처럼 보여서 완전히 마음을 놓이게 한 다음, 어느날 정말 하찮은 이유로 떠나 버린다. (p150)

​민음사 표지 /네이버책​
​민음사 표지 /네이버책​

 

폴은 시몽과 만나면서 로제를 확인했다. 그녀는 스스로 이중성에 빠져 있었다. “나의 희생양, 나의 사랑스런 희생양, 나의 귀여운 사랑!” 생전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불가피하게 상처를 입히지 않을수 없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데에 오는 끔찍한 쾌감을 경험했다. (p146)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로제는 그녀에게서 언제나 빠녀나갔다. 이 애매한 싸움이야말로 그녀의 존재 이유였다.

 

폴은 14살 어린 시몬과의 사랑에 대한 주변의 입방아를 의식한다. 그리고 어린 시몽의 나약함, 의존성을 나무란다. 일을 하라고 한다. 폴의 권유에 시몽은 변호사 일을 충실히 한다.

작가 사강은 죽끓듯 하는 인간의 변심을 오래 끌지 않았다. 어느날 저녁 식당에서 폴과 시몽, 조제가 만났다. 로제는 하룻밤 즐길 여인과 함께 왔다. 그들은 춤을 추었고, 로제는 폴에게 손짓을 한다.

소설의 엔딩은 급반전이다. 폴이 어린 시몽을 만나 사랑을 느끼는 속도보다 그와 헤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리고 그녀는 정열적이지만 서투른 애송이를 버리고, 바람둥이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로제와 재결합한다. 결국 30대 후반의 여성 폴은 20대 중반 시몽과 잠시 바람을 피우다가 본래의 애인에게 돌아간다는 통속적인 줄거리로 끝을 맺는다.

스토리는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작가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안았고, 그럴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다. 마음은 언제라도 변하는 것이고, 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남녀간의 애정은 쉽게 변하고 변하는 것 자체가 본질이다.

폴은 시몽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시몽, 이제 난 늙었다. 늙은 것 같아……

 

작가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coise Quoirez),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19세 때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어린 소녀가 큰 상을 받게 되자 운이 좋아 당선이 되었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탁월했고,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악은 그녀를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 평했다.

그녀의 인생은 자유분방, 그 자체였다. 프랑스 동남부 카자르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 중등학교에서 중퇴하고, 소르본 대학에 입학했으나 졸업은 하지 못했다. 실제의 인생에서 사강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폴이 미국인 부인 반 덴 베시의 아들 시몽과 사귄 것처럼, 책을 출간한 다음해에 미국인 바람둥이와 재혼했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면서 사강은 황폐해져갔다. 신경쇠약, 노이로제, 수면제 과다복용, 정신과 ㅂ입원 등이 이어졌고, 술로 지새우며 도박장 출입도 했다. 말년엔 마약을 하다가 체포되었고, 재정적으로 파산했다. 그녀는 마약복용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에 나는 나를 피괴할 권리가 있다고 해 파문을 일켰다.

2004924일 노르망디의 병원에서 심장병과 폐혈전으로 69세의 일기로 인생을 마감했을 때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중 한사람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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