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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방식 요새의 개척자,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세제개혁 요구하다 실각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개혁가 보방
2023. 02. 12 by 박차영 기자

 

보방은 프랑스 절대왕정 시절인 루이 14세 때의 건축가이자, 장군으로, 그의 이름으로 지은 건축물 여러 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그는 자연지형을 이용해 프랑스 국경을 획정하는데 기여했으며, 그가 말년에 주장한 보통세는 오늘날 일반 과세의 기법으로 채택되고 있다. 세바스티앙 르 프레스트르 보방(Sébastien Le Prestre Vauban, 1633~1707)의 유산은 프랑스 뿐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활용되었다.

10살에 카르멜 대학에서 수학과 과학, 기하학을 배웠고, 정원 디자인과 요새 건축이 직업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콩데 왕자의 가신으로 일하다가 권력다툼에 휘말려 스페인령 네덜란드(지금의 벨기에)로 쫓겨갔다. 전쟁이 끝나고 플랑스로 돌아와 공병대에 들어가 축성 작업에 참여하던 중에 루이 14세의 마음에 들어 발탁되었다. 그는 국왕에게서 많은 상금을 받았고, 군 내에서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루이 14세가 주도하는 전쟁에 참여하면서 프랑스 전역에 요새를 구축했다.

 

세바스티앙 르 프레스트르 보방 /위키피디아
세바스티앙 르 프레스트르 보방 /위키피디아

 

그가 고안한 별모양의 요새(star fort)는 보방식 요새라고 하는데, 포격에 의해 성채를 보존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요새 덕분에 프랑스는 현재의 국경을 안정시켰고, 그가 축성한 12개의 국경 요새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가 디자인한 요새는 300개에 이르며 이중 40여개는 직접 축성을 지휘했다고 한다. 그의 건축기술은 지형에 따라 자유로 취사, 종합한 것인데, 리르, 랑그이, 모브주, 뇌프 브라작 등의 요새 시설은 유명하다.

그는 요새 축조의 경험을 통해 공병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병조직과 교육의 기초를 닦았다. 또 요새 축조 기술을 다른 토목공사에도 응용해 운하와 항구 건설에도 활용했다. 그의 공병기술은 미국 육군에서도 모범으로 채택했으며, 지형지물을 이용한 그의 전술은 베트민이 활용하기도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방의 12개 건축물 위치 /위키피디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방의 12개 건축물 위치 /위키피디아

 

그의 천재성은 건축·토목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숱한 전쟁으로 파탄난 재정을 개혁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그가 국왕에게 바치는 비망록을 작성했는데, 그 이름은 왕국의 십일조였다.

그는 비망록에서 왕국의 인도세 제도가 너무 부패해 이제는 천국의 천사도 시정할수 없는 지경이고, 이 때문에 왕국에서 서민계층이 빈궁하고 고난을 겪고 있으며, 국가에 무관심해 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세의 주종은 인도세였는데, 귀족과 성직자에게는 물리지 않았다. 머릿수에 따라 동일하게 세금을 매기는 바람에 가난한 사람만 과중한 세금에 시달렸다. 그는 재력에 따라 세금을 차등화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현대에서는 당연한 제도이지만 그땐 씨알도 먹혀들지 않았다. 신분이 엄연한 사회에서 지배계급은 피지배층을 짓밟고 면세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재정개혁의 일환으로 인두세를 폐지하고 토지생산물, 거래량에 대해 10분의1의 현물세를 걷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친구이자 재상인 콜베르에게 이 문제를 의논했으나, 콜베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백번 옳은 방안이긴 했으나 계급 질서를 무너뜨리는 개혁은 실행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1700년 그는 책을 탈고해 국왕 앞에서 낭독했고, 1706년 루이 14세의 허락 없이 그 책을 출간했다. 국왕은 진노했다. 아무리 충신이라도 체제를 흔들수는 없었다. 그는 원수의 자리에서 해임되었다.

그의 조세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현대경제학의 토대가 되었고, 그후 계몽사상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때 손보지 못한 프랑스의 재정 적자 문제는 결국 프랑스 혁명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보방이 건설한 뇌프 브리작 요새 /위키피디아
보방이 건설한 뇌프 브리작 요새 /위키피디아
보방의 운하 /위키피디아
보방의 운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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