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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작가 크로닌의 소설…치셤 신부의 인생 통해 종교와 진정한 삶을 그려
‘천국의 열쇠’…종교의 위선. 성실함의 구원
2023. 07. 04 by 박차영 기자

 

A.J. 크로닌의 소설 천국의 열쇠는 주인공 프랜시스 치셤의 인생 60년을 따라간다. 여섯장으로 구성된 대하소설의 시작은 1938년을 기점으로 주인공이 9살이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톨릭 아버지와 프로테스탄트 어머니 밑에서 행복한 삶을 살던 어린 프랜치스에게 비극이 시작된다. 아버지가 종교적 폭력을 당해 부상을 입고, 어머니가 아버지를 부축해 오다가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고 프랜시스는 고아가 된다.

초판 표지 /위키피디아
초판 표지 /위키피디아

 

프랜시스는 인간세상에 쏟아지는 온갖 비극을 모두 맞는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거의 비명횡사한다. 그가 사랑하던 노라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어 자살하고, 노라의 딸 주디도 엄마와 비슷한 길을 간다. 친구 윌리 탈록은 중국에 건너와 전염병을 치료하다가 병에 걸려 죽는다. 감리교 목사인 피크스는 프랜시스와 함께 무장세력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다 죽는다.

소설은 프랜시스 치셤 신부의 60년 인생역정을 통해 과연 카톨릭이 말하는 천국이 무엇인지에 회의를 던진다. 소설의 제목으로 따온 천국의 열쇠’(The Keys of the Kingdom)는 신약성서 마태복음 613~20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예수가 필리포 카이자리아에 갔을 때, 베드로는 사람들 앞에서 예수가 살아있는 신의 아들 그리스도임을 고백한다. 그리스도는 그 고백이 신의 계시에 의한 것이라고 하고, 그 땅의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고 천국의 열쇠를 수여한다고 선언했다. 이 구절로 인해 로마대주교(교황)는 베드로의 계승자로서 권위를 가지고, 카톨릭이 천국의 열쇠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크로닌은 소설에서 카톨릭이 천국의 열쇠가 될수 있는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보좌신부 시절에 마리아의 샘에서 성수가 나온다는 거짓을 만들어낸 신부의 위선, 성직자로 승진하기 위해 뛰는 동료신부 안셀모 밀리에게서 그는 천국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비교도인 어릴 때 벗 윌리 탈록이 전염병의 현장으로 달려와 목숨을 바쳐 일하는 모습, 종교갈등으로 죽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하던 노라와 그의 딸 주디의 죽음, 프로테스탄트인 피크스 목사 부부의 헌신에서 주인공은 천국의 문을 보았다.

치셤 신부는 말한다. “오늘날 크리스쳔 국가의 모든 교회와 대성당이 말하고 있는 것은 주님의 말씀이 아닙니다. 세상에 아부하는 자의 비겁자들의 외침입니다. …… 그리스도교! 그것은 거짓으로 뭉쳐진 종교입니다. 계급과 돈과 증오의 종교입니다. 그리고 사악한 전쟁의 종교입니다.”

 

프랜시스 치셤에 반대되는 인물이 안셀모 밀리다. 밀리는 카톨릭의 고위 성작자로 성공했다. 그가 주교가 되었을 때 치셤은 중국에서 돌아와 고향의 신부자리 하나를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중국에서 36년간 살면서 치셤은 교회 내에서 소외된 반면, 밀리는 승승장구한 것이다.

중국선교를 하면서 치셤은 그곳에 높은 도덕률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았다. 그는 특히 공자의 가르침을 흡수해 자신만의 참신앙을 완성시키며 개신교 종파인 피크스 목사를 대할 때의 우호적이고 관대하게 처신했다. 임종을 앞둔 친구 윌리에게 주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치셤은 천국의 열쇠를 가진자는 카톨릭만이 아니라고 했다. 작가 크로닌은 자신의 가치관을 주인공의 말로 표현했다. “그렇지요, 불교도이든 회교도이든, 또한 도교를 믿든……. 선교사를 죽인 후 그 고기를 먹어버렸다는 식인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끄럽지 않게끔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크나큰 자비지요. 최후의 심판 때에 결코 신의 존재를 알 수 없노라 하는 사람들에게도 결코 진노의 채찍을 내리지는 않으실 겁니다. 아마 여기를 보아라, 네가 그토록 부정하려 했던 나와 천국이 있지 않느냐. , 들어오너라.’ 하고 말씀하시겠지요.”

종교인이 아니라도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은 감명을 준다. 단순히 종교적인 내용만 있는 게 아니다. 치셤이 어린 시절 사랑했던 여인 노라의 딸 주디와 주디의 아들 안드레아를 끝까지 보살펴주는 인연의 끈은 여느 휴머니즘적 소설과 다름 없다.

이 책은 2차 대전중인 1941년에 발간되었고, 1944년에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A.J. 크로닌 /위키피디아
A.J. 크로닌 /위키피디아

 

크로닌(Archibald Joseph Cronin, 1896~1981)은 스코틀랜드 출생으로, 글래스고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군의관으로 종군했다. 그후 웨일스 탄광지방에서 의사일을 하다가 런던에서 개업했다. 그는 과로를 못 이겨 의사직을 그만두고 소년시절부터 꿈이었던 작가수업에 몰두했다. 첫작품은 모자 장수의 성()’(Hatter’s Castle, 1931)으로, 남자의 허영과 아내의 인내, 사랑과 미움의 갈등 등을 그렸다. 이 작품은 경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21개 국어로 번역되는 등 소설가로서 자리를 잡게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성채’(The Citadel, 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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