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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보헤미안 등으로 불린 유랑민족…인도에서 발원, 나치정권에 학살되기도

유대인과 함께 박해받은 소수인종 로마니인

2023. 10. 27 by 김현민 기자

유랑민족인 집시 또는 보헤미안에 대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노래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헝가리 출신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참을수 없는 가벼움’에서 공산사회의 위선을 거부하고 보헤미아적 자유를 찬미했다.

하지만 유럽 역사에서 집시 또는 보헤미안은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은 유대인과 함께 소수인종으로서 주류민족에게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었으며, 나치 시대엔 홀로코스트의 참화를 겪어야 했다.

공식용어는 로마니(Romani)다. 영국에서는 이집트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집시(Gypsy)라고 불렀고, 프랑스에서는 그들이 보헤미아에서 넘어왔다며 보헤미안이라고 했다. 1971년 전세계의 로마니인 창립총회(World Romani Congress)에서 자신들의 종족명칭을 로마니라고 정하고, 집시 또는 보헤미안 등 이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로마니족은 지금부터 1,000~1,500년전 인도 서부 라자스탄과 인도-파키스탄 접경의 펀잡에서 살았다고 한다. 인도에서 그들은 도마(doma)라고 불렸는데, 카스트제도에서 유랑곡예 계층이란 의미를 갖는다. 인도에서부터 그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는 집단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페르시아와 비잔틴제국을 거쳐 13~14세기에 유럽으로 건너갔다.

프랑스에 도착한 것은 15세기초였다. 1427년 파리 한 시민의 일기에 12명의 집시들이 파리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게 첫 번째 기록이다. 이 일기에는 당시 집시가 기독교를 버렸기 때문에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7년간의 고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쓰여 있다.

집시는 한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지도 않았고, 주류 종족과 교류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어디서든 동화되지 않았다. 중세에 유럽국가들은 집시를 탄압했다. 1554년 영국은 ‘집시를 사형에 처한다’는 엄격한 법령까지 정했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이자 오스트리아 여제였던 마리아 테레지아는 집시에게 정착해 개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그들은 오스트리아를 떠나버렸다.

집시와 유대인은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도 있다. 중세와 근대에 유럽인들에게 두 종족 모두가 멸시의 대상이었다. 유럽 각국의 지배종족은 두 소수 종족의 혈통에 경멸을 퍼부었다. 엘리자베스 1세 시절의 극작가 토머스 데커(Thomas Dekker. 1572-1632)는 로마니인을 서술하면서 “옷을 거지 같이 입고, 야만적 생활을 하며, 야수적으로 행동했다“고 적었다. 유럽인들은 두 종족에 대해 어린 아이를 잡아가 제물로 쓴다는 소문을 퍼트려 탄압하기도 했다. 두 종족은 고유의 종교를 갖는데 피를 싫어하는 공통졈을 갖는다. 그럼에도 유럽인들은 두 종족을 인종적 혐오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1930년대에 독일 나치는 유대인과 함께 집시를 끌고가 강제노역을 시키고 끝내는 대량 학살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집시족 50만~60만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로마니인은 유대인과 다른 점도 많다. 로마니족은 크리스천과 무슬림이 많아 유대교 일색의 유대인들과 차이점을 드러낸다. 두 종족이 결혼을 통해 형성된 유대-로마니족은 극히 소수인데, 이들은 벨라루스, 불가리아,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다.

전세계 로마니의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각국에서 로마니들은 차별을 우려해 조상의 뿌리를 등록하길 꺼려 한다. 로마니의 수는 전세계에 대략 1,000만명으로 추산되며, 세계로마니협회는 1,400만명이라고 내세운다. 주로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등 발칸반도에 살고, 스페인, 헝가리등에도 다수 거주하고 있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Romani people

Wikipedia, Jewish–Romani rel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