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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시대
준가르 체왕랍탄이 티베트 공격하자 청군이 티베트 점령…청, 대신 보내 간접통치
강희제, 티베트를 공격해 속국화하다
2019. 08. 18 by 김현민 기자

 

티베트는 몽골의 지배를 받았지만, ()나라가 티베트 불교를 국교로 정하면서 달라이 라마는 몽골족의 정신적 지주로서 위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라 시기에 티베트는 여러 왕조의 교체가 있었지만, 14세기 중반 이후 400년 가까이 독립국이었다. ()이 중원을 차지한 이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티베트는 독립적 정치체를 유지했고,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뿐 아니라 전체 몽골족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였다.

그러나 티베트의 정치는 늘 불안했다. 우세한 몽골부족이 티베트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티베트 불교 내에 여러 종파의 분쟁에 시달렸다. 티베트 권력은 우세한 몽골 부족, 달라이 라마, 통치 섭정인 데파(第巴)에 의해 삼분되어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17세기초에 티베트 불교는 겔룩파(黃帽派)와 카르마파(紅帽派)로 갈라져 있었다. 1641년 칭하이(靑海)에 자리잡고 있던 오이라트족 일파인 허수트 칸국이 티베트 내정에 개입했다. 허수트의 구시 칸(Güshi Khan)은 자신이 믿고 있던 겔룩파가 교권을 장악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티베트에 군대를 보냈다. 구시 칸의 개입으로 나왕 롭상 기초(Ngawang Lobsang Gyatso)5대 달라이 라마에 오르게 되었다.

5대 달라이 라마(재위 1642~1682)는 허수트 칸국의 지원을 얻어 자신에게 도전하는 분파들을 제압하고 사원들에 규율을 강화했다. 달라이 라마는 영향력을 넓혀 몽골 부족간의 분쟁, 청 황제와 몽골족과의 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1673년 중국에서 오삼계(吳三桂) 등에 의해 삼번의 난이 일어났다. 청의 강희제는 달라이 라마에게 몽골군의 파병을 요청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청나라의 내전에 몽골족의 중립을 주장하며, 강희제의 요청을 묵살했다. 대신에 강희제에게 오삼계와 화해하고, 윈난(雲南)을 오삼계의 영토로 주라고 권고했다. 이때부터 강희제는 달라이 라마를 믿지 않게 되었다.

5대 달라이 라마는 말년에 세족적인 권위에서 물러나 자신의 사생아(私生兒)로 알려진 상계 갸초(Sangye Gyatso)에게 섭정 권한을 넘겼다.

16825대 달라이 라마가 죽었다. 섭정 상계 갸초는 그의 죽음을 비밀로 했다. 대신에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상양 갸초(Tsangyang Gyatso)를 달라이 라마로 앉혀 놓고 그 사실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몽골 부족도 5대 달라이 라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오이라트 부족의 수장인 갈단 칸이 죽던 1696년까지 몰랐다. 섭정 상계는 14년 동안 달라이 라마의 명의로 자신의 뜻을 전달하며, 티베트를 직접 통치했다.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 /위키피디아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 /위키피디아

 

강희제는 처음에는 달라이 라마와 부딪치지 않으려 했다.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불교를 믿고 있는 몽골족에게 영향력이 높기 때문에 자칫 잘못 대하다가 전 몽골족이 덤벼들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희제가 준가르의 갈단 칸과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달라이 라마가 갈단의 쪽에 서서 조정안을 제시하자 의심을 하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강희제는 달라이 라마가 죽은지 모르고 있었다.

강희제가 달라이 라마가 죽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1년 뒤인 169312월이었다. 티베트의 섭정 상계가 강희제에게 코코노르의 몽골족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달라이 라마의 죽음을 실토하며 티베트 정무를 자기가 맡고 있다고 밝혔다. 강희제는 분노했지만, 우선 준가르의 갈단 칸을 초멸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티베트 내정 개입은 보류했다. 강희제는 다만 군대를 이끌고 코코노르를 빼앗아 그곳을 칭하이(靑海)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티베트 섭정 상계 갸초가 6대 달라이 라마를 정식으로 공개한 것은 준가르의 갈단 칸이 사망한 직후인 1697년이었다.

6대 달라이라마 상양 갸초는 온갖 악에 물들어 타락한 자였다. 그는 술과 여자를 좋아했고, 연애시를 쓰고 희희낙락했다고 한다.

티베트와 가까이 있는 허수트 부족의 라짱 칸(Lhazang Khan)1705년 강희제의 지지를 얻어 티베트 수도 라싸를 침공해 섭정을 죽이고 스스로 티베트의 최고통치자에 올랐다. 강희제는 라짱 칸에게 가짜 달라이 라마를 체포해 베이징으로 압송하라고 명령했다. 달라이 라마를 사칭하던 자는 압송 도중에 사망했다. 공식적인 사망 원인은 병사였는데, 라짱 칸이 중도에 살해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1706년 티베트 동부 리탕(理塘)이란 곳에서 어린아이가 태어났는데, 그는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 활불(活佛)이라는 보고가 들어왔다. 라짱 칸과 그를 지지하는 승려들은 활불 어린이가 진정한 환생의 증표를 보이지 못했다며, 라싸로 들어지 못하게 했고, 청 조정도 그 소년을 칭하이 시닝(西寧)의 요새에 억류함으로써 라짱 칸을 지지했다.

 

18세기초 준가르와 청군의 티베트 공격 /위키피디아
18세기초 준가르와 청군의 티베트 공격 /위키피디아

 

준가르의 체왕랍탄은 티베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관심을 가졌다. 황모파 원로 승려들은 라짱 칸의 통치와 청나라의 개입에 불만을 터트리며 체왕랍탄에게 지원을 호소했다.

준가르의 체왕랍탄과 허수트의 라짱 칸은 사돈지간이었다. 체왕랍탄의 딸이 라짱 칸의 아들과 결혼했다. 게다가 준가르와 허수트는 같은 오이라트족으로 상호 군사동맹도 맺고 있었다.

하지만 체왕랍탄은 강희제에 복속한 라짱 칸과 맞대결을 하기로 결심했다. 1717년 그는 사촌동생인 체링 돈둡(Tsering Dhondup)에게 1만의 군대를 주고 라싸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체링 돈둡은 극도로 메마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을 통과해 1년만에 라싸에 도착해 라짱 칸을 포탈라궁에 억류했다.

준가르의 군대는 험한 길을 건너오느라 기력이 쇠했고, 난폭해졌다. 그들에게 약탈이 허용되었다. 체링 돈둡의 병사들은 사원에 들어가 보화를 빼앗고, 포탈라궁에 들어가 라짱 칸을 죽이고 승려들을 사로잡았다.

청군이 라싸로 진군했다. 이듬해 17189월 살윈강 상류(Salween River)에서 준가르군과 청군이 마주쳤다. 준가르군은 청군 장수 어룬터를 죽이고 식량이 바닥날 때까지 포위했다. 청군은 궤멸했다.

 

강희제는 열네째 아들 윤제를 대장군에 임명해 티베트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잘 싸우면 자신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윤제는 칭하이 시닝에서 30만 군을 모았다. 17202월 청군은 시닝을 출발했다. 곧이어 5월에 청이 보호(억류)했던 활불을 라싸로 이동시켰다. 준가르군은 청의 대군을 이길 방도가 없다고 판단했다. 청군이 라싸에 진입했을 때엔 준가르군이 도망치고 난 뒤였다. 청군은 924일 라싸에 무혈입성했다.

청군은 준가르의 개입을 지원했던 승려 우두머리들을 처형하고 활불을 새 달라이라마로 옹립해 포탈라궁에 모셨다. 티베트인들은 청군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그 앞에 업드려 복속을 맹서했다.

이후 티베트의 라싸등 주요 도시와 연결로에 청의 팔기군이 배치되었다. 강희제에 이어 황제에 오른 옹정제는 1728년 주장대신(駐藏大臣)을 파견해 통치했다. 이로써 티베트는 청의 속국이 되었다.

중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이유로 1720년 강희제의 정벌을 근거로 든다.

 

청조의 티베트 /위키피디아
청조의 티베트 /위키피디아

 

하지만 1912년 청나라가 멸망한 이후 13대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독립을 선언했다. 중화민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독립 선언 이후 티베트에는 중국국민당과의 군사적인 긴장상태가 유지되었나, 달라이 라마에 의한 실질적 지배가 이뤄졌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티베트는 연합군의 일원이 되었고, 영국군에 의해 각지에 통신기지가 건설되었다.

195010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티베트를 침공해 점령했다. 1951523일 중국은 티베트를 합병해 시짱(西藏) 자치구로 편성했다. 1959년 중국의 합병에 반대하는 티베트인들이 폭동을 일으켰으나, 중국이 무자비하게 탄압해 달라이라마와 많은 티베트인들이 인도로 망명했다.

 

5대 달라이라마가 청의 순치제를 만나는 그림(1653년) /위키피디아
5대 달라이라마가 청의 순치제를 만나는 그림(1653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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