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아틀라스뉴스
뒤로가기
독서
헤밍웨이 1952년작, 퓰리처상, 노벨문학상 수상…불굴의 인간 드라마
“인간은 패배할 수 없다”는 ‘노인과 바다’
2022. 07. 24 by 박차영 기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중편소설 노인과 바다의 주제는 산티아고 노인이 엄청나게 큰 청새치와 싸우면서 뱉은 한 줄의 독백으로 요약된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민음사, p104)

노인이란 존재는 젊음이 갖는 강인함, 야망, 도전을 잃은 사람으로 인식된다. 사회에서도 노인은 비아냥을 받는다. 85일째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산티아고라는 쿠바 노인은 주변에서 운이 다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한다. 어린 소년 마놀린만이 그의 곁에 남았을뿐, 아무도 그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힘없고, 가난하고, 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외로운 노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는 용기와 도전, 인내를 보이며 생전 처음 보는 큰 고기를 잡는데 성공한다.

초판본 표지 /위키피디아
초판본 표지 /위키피디아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1952년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출간한 소설이다. 좌절을 모르는 불굴의 인간정신, 쓸모 없는 사람으로 따돌림받던 초라한 노인네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승리의 드라마다.

그가 잡은 고기의 길이는 18피트(5.5m)로 그가 탄 조각배보다 크다. 그는 이 청새치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노인은 고난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시련을 인내했다. 노인이 보여준 휴머니즘의 정수는 독자의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헤밍웨이는 마지막 작품에 혼을 쏟아부었다. 물고기와 투쟁하는 산티아고의 모습은 헤밍웨이의 정신세계였을 것이다.

 

노인은 다시 한 번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큰 고기를 붙잡고 늘어졌다. 내가 저 놈을 움직였어. 어쩌면 이번에는 저놈을 잡을수 있을지도 몰라. 손아, 당겨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두 다리야, 끝까지 버텨 다오. 머리야, 너도 마지막까지 나를 위해 잘 견뎌 다오, 나를 위해 견뎌 줘야 해. 넌 지금껏 한번도 정신을 잃은 적이 없지 않느냐. 이번에야말로 저 녀석을 끌어당기고 말 테다.”(p93)

노인은 모든 고통과 마지막 남아 있는 힘, 그리고 오래 전에 사라진 자부심을 총동원해 고기의 마지막 고통과 맞섰다. 고기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서 주둥이가 뱃전에 닿다시피 한 상태로 부드럽게 헤엄치면서 배 옆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노인은 낚싯줄을 놓고 한쪽 발로 그것을 딛고 서서 작살을 힘껏 높이 치켜들었다가 마지막 힘을 다해, 아니, 그 이상으로, 자신의 가슴 높이까지 솟아오른 고기의 가슴지느러미 바로 뒤쪽 옆구리에 콱 꽂았다. 작살의 날이 고기의 살 속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그는 작살에 기대에 그것을 더 깊숙이 박고 나서 자신의 온 무게를 실어서 밀어 넣었다.” (p95)

 

노인은 끝내 그 큰 고기를 잡고야 말았다. 소설이 이 통쾌한 장면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재미없었을 것이다. 그 다음에 상어떼가 덤벼들어 고생고생해서 잡아놓은 청새치를 물고 뜯고 잡아먹는다. 그는 항구로 돌아오기까지 또다른 적, 상어와 투쟁을 벌인다. 아까 잡은 청새치는 이제 아픔을 같이 하는 그의 친구이자 동료가 되었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지 않는 법이거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P102)

노인은 상어와 싸우며 청새치의 살점이 뜯겨나갈 때 제몸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파했다. 이때 그는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하며 몸가짐을 다잡는다.

나는 이제부터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쳐올 텐데 난 작살조차 갖고 있지 않으니. 덴투소란 놈은 무척이나 잔인하고 힘이 센데다 머리도 좋지. 하지만 그놈보다 내가 더 똑똑하지. 여보게, 늙은이, 너무 생각하지 말게. 이대로 곧장 배를 몰다가 불운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우시지. 내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생각하는 일밖에 없으니까. 생각하는 일하고 야구밖에 뭐가 있는가.” (p105~106)

고기는 너무 심하게 뜯겨 있었기 때문에 노인은 이제 더 이상 고기에게 말을 걸수 없었다. 문득 어떤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고기는 이제 반동강이 되었구나. 한때는 온전한 한마리였는데. 놈들과 싸우는 거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야.” (P116)

그는 고기가 반동강이 되었을 때 약간의 희망을 가졌다. 그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키나 잡아. 이제부터라도 행운이 찾아올지 어떻게 알아큰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자정 무렵 그는 상어떼와 다시 한번 싸우고, 이번에는 승산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어떼가 한꺼번에 딸려들어 머리에 남아 있는 약간의 살점마저 뜯어먹었다. 노인은 모든 걸 포기하고 체념했다.

노인은 앙상한 고기의 앙상한 뼈만 실은채 항구로 돌아왔다. 그는 오두막에 돌아가 한숨 자면서 아프리카 해변에서 어슬렁거리는 사자들의 꿈을 꾼다. 소년 마놀린이 찾아왔다.

그놈들한테 내가 졌어. 마놀린. 놈들한테 내가 완전히 진 거야.

할어버지가 고기한테 지신 게 아니에요. 고기한테 지신 게 아니라고요.

그렇지. 정말 그래. 내가 진 건 그 뒤였어.“

 

1935년 헤밍웨이와 가족들이 바하마 항구에서 청새치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1935년 헤밍웨이와 가족들이 바하마 항구에서 청새치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52살이던 1951년에 쓰여졌다. 헤밍웨이는 소설을 쓰기 전에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 몇 년간 살았는데, 그 때 노인과 바다를 구상했다고 한다. 작품은 라이프’(Life) 잡지 19529월호에 게재되었는데, 이틀 만에 530만 부가 팔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헤밍웨이는 1953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윌리엄 폴크너의 단편 ’(The Bear, 1942), 허먼 멜빌의 장편 모비딕’(Moby-Dick. 1851)에 비교되기도 한다.

노인과 바다는 그가 생존해 있을 때 마지막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그가 죽은 후에 해류 속의 섬들’, ‘에덴동산등의 유작이 출간되었으나, ‘노인과 바다가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 작품은 1958년 영화화되었다.

헤밍웨이는 1899년 미국 일리노이에서 태어났다. 1차 대전에 참전, 이탈리아 전선에서 부상당했다. 1926'로스트 제너레이션'의 쾌락 추구와 환멸을 그린 해는 또다시 뜬다’(The Sun also Rises)를 발표하고, 이탈리아 전선의 체험과 배경을 그린 전쟁과 연애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1929)로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스페인 내전을 취재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1940)는 큰 인기를 얻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이후 거의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았고, 우울증과 알코올중독, 기타 질병에 시달리며 병원을 들락거렸다. 19617월 헤밍웨이는 아이다호주 케첨에서 엽총으로 자살했다.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할수 없다던 산티아고 노인과 달리 작가는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스스로를 포기했다. 61세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