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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1960년 출간, 퓰리처상 수상…인종차별법인 짐 크로 법 폐기에 영향
흑인민권운동의 대표작 ‘앵무새 죽이기’
2022. 09. 03 by 박차영 기자

 

1960년대 미국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앵무새(mockingbird)에 비유한 인물은 흑인남성 톰 로빈슨과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가는 부 래들리다. 두 사람은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고통받고 목숨을 잃거나 따돌림 당해야 했다.

1960년에 출간한 하퍼 리(Harper Lee)의 이 소설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출간된지 2년만에 500만부 이상 팔렸고,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미국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되었다. 정작 작가는 이 소설이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대 미국사회의 민권운동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남북전쟁 직전에 해리엇 스토의 소설 엉클 톰스 캐빈’(1852)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면,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현대 흑인민권운동의 대표작이 되었다.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하는 흉내내기 지빠귀(mockingbird) /위키피디아
흉내내기 지빠귀(mockingbird) /위키피디아

 

남북전쟁 후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지만, 100년이 지난 1960년대에도 흑인들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억압을 받고 있었다. 미국의 남부 주에서는 짐 크로 법(Jim Crow laws)이란 인종차별법이 시행되고 있었다. 이 법은 남부지역 공공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인종간 분리를 허용했다. “평등하지만 분리한다는 규정 때문에 흑인들은 백인들보다 경제적 지위, 교육, 주거, 사회보장 등 여러분야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 미국 남부에서는 흑백의 분리가 합법화되었다. 북부에서도 강도는 약했지만 보이지 않는 규율에 의해 집 계약, 대출, 직업 대우에서 인종차별이 존재했다.

짐 크로법에 의해 공립학교, 공공장소, 대중교통에서 인종이 분리되었고, 화장실, 식당, 식수대에서의 백인과 흑인이 격리되었다. 군대에서도 백인과 흑인은 나누어졌다.

195512월 앨라배머주 몽고메리시에 로자 팍스라는 흑인여성이 시내버스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백인 한 사람이 버스에 올라탔고, 운전기사가 백인 남성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하자 로자는 듣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로자를 경찰에 신고했고, 흑인여성은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 사건 이후 로자는 흑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한 버스회사를 상대로 탑승거부 운동을 전개해 1년만에 굴복을 받아냈다.

로자 사건은 무수한 흑인 차별에 대한 하나의 예에 불과했다.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배경이 된 사건은 스코츠보로 재판이다. 1931, 흑인 109명이 백인 여성 2명을 강간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사건은 앨라바마주를 경악과 충격에 몰아넣었다. 3주만에, 오직 백인들로만 이루어진 배심원단에 의해 8명의 흑인소년들은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들이 피해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흑인에 대한 여론재판이었다.

책 표지 /민음사
책 표지 /민음사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된지 3년후인 1963828,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광장에 20~30만을 헤아리는 엄청난 군중이 모였다. 구호는 자유와 일자리였다. 그 날 링컨 기념관 발코니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군중 앞에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워싱턴 대행진은 아프리칸 미국인들의 시민적, 경제적 권리를 옹호하는 시위였다. 이 행진에서 킹 목사의 연설은 대중적 감명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 대행진은 흑인 민권운동을로 발전했고, 1964년 시민권법과 1965년 선거권법으로 짐 크로 법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소설의 원제는 “To Kill a Mockingbird”. 제목에 언급한 mockingbird는 앵무새(parrot)이 아니라 미국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흉내쟁이 지빠귀류의 새다.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곧잘 흉내낸다 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국내 한 출판사에서 앵무새로 번역한 이후 다른 출판사도 따라갔다.

소설에서 아빠(애티커스)가 아들()에게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된다고 그르쳤다. 그 이유를 모디 아줌마가 설명했다. “너희 아빠 말씀이 옳아.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다.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되는 거야.” (민음사 174p)

앵무새는 아무런 죄없이 강간혐의를 받고 있는 흑인 로빈슨이다. 로빈슨은 백인여성이 먼저 유혹했고, 자신은 당황해 그 자리를 도망쳤다고 했다. 애티커스는 로빈슨을 위해 변호인으로 임명된다. 애티커스는 기꺼이 변호를 맡아 증거를 신빙성 있게 해석하고 백인여성의 주장에 잘못이 있음을 입증한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사회의 엄격한 규범을 깨뜨렸을 뿐입니다. 그 규범은 너무 엄격하여 누구든지 그것을 깨뜨리면 우리와 함께 살기에 부적합한 인물로 추방당합니다. 그녀는 무서운 가난과 무지의 희생자이지만 저는 그녀를 동정할수 없습니다. 그녀는 백인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았지만 자신이 깨뜨리려고 한 규범보다 더 강했던 나머지 규범을 깨버리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백인 남성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로빈슨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고, 로빈슨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자결하고 만다.

작가는 톰의 죽음을 사냥꾼이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앵무새를 무분별하게 죽이는 행위에 빗댔다. (444p)

백인들은 위선자들이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지독한 위선자들이고, 그저 자신들의 방식대로 처리한 것이다.

 

하퍼 리의 젊은 시절 /위키피디아
하퍼 리의 젊은 시절 /위키피디아

 

마지막 장면에서 애티커스 변호사에 불만을 갖고 있던 밥 유얼이 복수를 위해 그의 아들 젬과 딸 스카웃에게 죽이려 덤벼든다. 이때 은둔해 살던 부 래들리가 아이들이 위험에 쳐해 있는 것을 목격하고 달려들어 밥 유얼을 칼로 살해한다. 보안관 헥 테이트는 밥 유얼이 아이들을 죽이려고 날뛰다가 실수로 자기 배를 찌르고 죽었다고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시켜 버린다.

애티커스는 이 사실을 알고 부담스러워한다. 스카웃은 아빠를 안심시키려 한다. “전 이해할수 있어요. 테이트 아저씨 말씀이 옳아요아빠가 딸에게 이해하고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의아해 했다. 스카웃은 이렇게 말한다. “글쎄, 말하자면 앵무새를 쏴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죠?”

 

영화의 한 장면, 법정에서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와 흑인 톰 로빈슨이 나란히 앉아있다. /위키피디아
영화의 한 장면, 법정에서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와 흑인 톰 로빈슨이 나란히 앉아있다. /위키피디아

 

소설의 배경은 앨라배머주다. 하퍼 리는 어린시절 앨라배머주 몬로빌에서 성장하며 흑인들의 생활을 목격해 왔다. 1960년에 출간했지만,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초 대공황기다.

하퍼 리의 아버지도 변호사로 살인죄로 기소된 흑인을 변호하기도 했다. 소설속 스카웃의 남자 친구 딜로 등장하는 사람이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작가 트루먼 캐포티(Truman Capote). 트루먼도 자신의 소설에서 하퍼 리를 등장인물로 그렸고, 자신이 딜의 모델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하퍼 리는 첫 번째 작품인 앵무새 죽이기에서 대박을 터트린 이후 오랫동안 두 번째 작품을 쓰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 이유를 묻자 작가는 그렇게 흥행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퍼리는 앵무새 죽이기에 앞서 1957년에 소설 파수꾼’(Go Set a Watchman)의 원고를 완성했으나 출판을 미루다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5년에 출판했다.

1962년에 영화도 제작되었다. 그레고리 펙이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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