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케이블카서 내려다 본 목포는 짜릿했다
해상케이블카서 내려다 본 목포는 짜릿했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20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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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반 기다렸다, 하지만 보람은 있었다…‘목포는 항구’ 새삼 느꼈다

 

목포는 가수 이난영이 먼저 떠오른다. 목포는 항구다, 목포의 눈물이 애잔한 가락으로 흐르고, 유달산과 삼학도, 항구가 그려진다.

우리는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목포로 향했다. 용산역에서 2시간 반 걸렸다. 목포시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가 우리를 주요관광지를 데려다 주었다.

 

옛 등본원사 /김현민
옛 등본원사 /김현민

 

첫 번째 코스가 구시가지 5거리. 바로 그곳에 등본원사(東本願寺)라는 1930년대 초반에 지어진 일본식 불교사원이 우리를 맞았다.

해방 이후 정광사의 관리를 받다가 목포중앙교회가 1957년부터 건물을 교회로 사용했다. 절이 교회가 된 이색적인 약력을 지니고 있다. 석조외관 등 전반적인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해방후 민주화 투쟁기에 경찰에 쫓기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도망해 오면 교회가 받아주었다고 한다. 서울의 명동성당 역할을 했다고 가이더는 설명한다. 암울했던 시대의 이야기다.

 

노적봉 /김현민
노적봉 /김현민

 

그 다음으로 유달산 입구 노적봉(露積峯)으로 갔다. 유달산 자락의 이 노적봉은 이순신 장군이 짚과 섶으로 둘러 군량미가 산더미같이 쌓인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해 적을 공략했다는 설화로 유명하다. 전설은 한발 더 나간다. 주민들에게 군복을 입혀 노적봉 주위를 계속 돌게 해서 마치 많은 대군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게 했으며 영산강에 백토가루를 뿌려 바다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쌀 뜨물로 보이게 하여 왜적들에게 아군의 군세를 위장하여 왜장이 군사를 돌려 후퇴하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노적봉을 돌던 전술은 훗날 문화예술로 승화되어, 강강술래로 발전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케이블카가 지나는 유달산 /목포해상케이블카
케이블카가 지나는 유달산 /목포해상케이블카

 

유달산(儒達山)은 해발 228m의 야트마한 야산으로 노령산맥의 줄가기 바다로 뻗어 나가다 마지막에 만든 산봉우리다. 영혼이 심판을 받는다는 일등바위(율동바위), 심판을 받은 영혼이 이동한다는 이등바위(이동바위)가 있다.

올해 9월부터는 정상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었다. 정상에는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그 사이를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옛 일본 영사관 /김현민
옛 일본 영사관 /김현민

 

노적봉에서 산허리를 내려오면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목포근대역사관 1관이 나온다. 공사비 7만여 원을 들여 19001월에 착공해 12월에 완공했다는 일본인들의 기록이 있다. 일본 영사관으로 사용되다가 목포이사청, 목포부청사 등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방 이후 목포시청로 사용되었다. 19901월부터는 목포문화원으로 사용되다 2014년 목포근대역사관 1관으로 개관했다.

 

방공호 /김현민
방공호 /김현민

 

뒤 편에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 시에 미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파놓은 방공호가 있다. 높이와 폭이 2미터 가량에 길이는 82m터로 입구에 들어가면 사이렌이 울리고, 안쪽에 굴을 파기위해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 /목포시
목포근대역사관 2관 /목포시

 

근대역사관 1관에서 100m 내려가면 근대역사관 2관이 나온다. 익돗은 일제강점기 때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으로, 19206월에 문을 열었다. 근대 서양건축양식의 모습이 110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손혜원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곳이 바로 이 일대라고 관광객들이 수근거렸다.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목포시

 

다음 코스는 삼학도 매립지에 설치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이다. 15대 대통령이며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대통령의 생애를 각종 사료와 영상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목포는 정치인 김대중의 동네였다. 누군가는 김대중의 목소리가 나오자 박수를 쳤고, 또다른 이는 손을 흔들었다.

 

갓바위 /김현민
갓바위 /김현민

 

점심 후 들른 곳은 갓바위다.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서 있는 모습의 바위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나가야만 볼 수 있었던 갓바위를 해상에서 직접 조망할 수 있는 보행교를 바다 위에 설치해 관람을 용이하게 했다.

갓바위에는 몇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아주 먼 옛날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소금을 팔아 살아가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살림살이는 궁핍하였지만, 아버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착한 청년이었다. 아버지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 부잣집에 머슴살이로 들어가 열심히 일했으나 주인이 품삯을 주지 않아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의 손과 발은 이미 식어 있었다. 젊은이는 한 달 동안이나 병간호를 못한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저승에서나마 편히 쉴 수 있도록 양지 바른 곳에 모시려다 그만 실수로 관을 바다 속으로 빠뜨리고 말았다. 불효를 통회하며 하늘을 바라 볼 수 없다며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다가 죽었는데, 훗날 이곳에 두개의 바위가 솟아올라 사람들은 큰 바위를 아버지바위라 하고 작은 바위를 아들바위라고 불렀다.

또 다른 전설은 부처님과 아라한이 영산강을 건너 이 곳을 지날 때 잠시 쉬던 자리에 쓰고 있던 삿갓을 놓고 간 것이 바위가 되어 이를 중바위(스님바위)라 부른다는 것이다.

 

신안선  /목포시
신안선 /목포시
신안선 유물전시관 /목포시
신안선 유물전시관 /목포시

 

갓바위 가까운 곳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있다. 이 곳에는 1970년대에 발굴된 신안선과 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신안선은 14세기 초 중국에서 일본으로 항해하던 국제 무역선이다. 14세기 원나라에서 만들어진 무역선으로 중국 닝보(寧波)에서 일본 하카타(博多)로 가던 중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난파된 후 650년 동안 20m 깊이의 바다 속 개펄에 묻혀 있었는데, 1975년 신안 어부의 우연한 중국도자기 발견이 계기가 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선체는 497개의 배 몸체와 223개의 포판재를 합하여 모두 720조각이다. 이 배는 단면이 뾰족한 V자 형태로 되어 있어 깊은 바다의 파도를 가르며 운항하는 데 적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7개의 격벽과 8개의 화물창고를 설치했다.

 

수와진의 공연모습 /김현민
수와진의 공연모습 /김현민

 

시티투어가 마련해준 관광 일정을 끝내고 우리는 드디어 목포 해상케이블를 타러 갔다.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96일에 개통되어 개장한지 한달여 되지 않았지만, 관광객들이 붐볐다. 무려 한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지리함을 달래 준 분들은 가수 수와 진이었다. 그들은 케이블카 입구에서 심장병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을 했다. 자료를 보니, 쌍둥이 남성 2인조 듀오는 1986년부터 명동성당에서 심장병 어린이, 불우이웃돕기 공연을 했다고 한다. 형 안상수, 동생 안상진의 형제에게는 사연도 많았다. 부산 출신인 그들은 전국을 돌며 재능기부활동을 하고 있고, 이날 목포에서 우리들에게 나타났다. 우리도 약간의 금액을 보탰다.

 

목포해상케이블 /목포해상케이블카
목포해상케이블 /목포해상케이블카

 

오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의 풍경은 짜릿했다.

길이는 3.34km로 국내 최장이라고 한다. 목포 시내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에서 해상을 지나 반달섬 고하도에 이른다. 다도해의 금빛 낙조와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 밑을 볼수 있게 크리스탈 캐빈도 준비되어 있다.

케이블 위에서 목포를 내려다 보면서 목포는 항구다는 이난영의 노래가 생각났다. 이난영의 노랫 구절을 적어본다.

 

< 목포는 항구다 >

영산강 안개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이 운다

유달산 잔디위에 놀던 옛날도 /동백꽃 쓸어않고 울던 옛날도 /그리운 내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추억의 고향

여수로 떠나갈까 제주로 갈까 /비오는 선창머리 돛대를 잡고 /이별튼 내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추억의 고향

 

< 목포의 눈물 >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깊이 숨어드는데 /부두의 새 아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삼백년 원한품은 노적봉 밑에 /임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임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노래

깊은 밤 조각달은 흘러가는데 /어찌타 옛 상처가 새로워진가 /못 오는 임이면 이 마음도 보낼 것을 /항구에 맺은 절개 목포의 사랑

 

케이블카에서 본 목포 바다 /김현민
케이블카에서 본 목포 바다 /김현민
케이블카에서 본 목표대교 /김현민
케이블카에서 본 목표대교 /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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