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역대왕조는 치수(治水)에 역점을 두었다. 중국 첫왕조인 하(夏)의 우왕(禹王)은 홍수를 잘 다스린 공로로 권력을 잡았다. 우왕의 전설은 중국사에서 물의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경(書經) 하서(夏書)에 “하의 우(禹)임금은 13년 동안이나 홍수를 막기 위해 자기 집을 지나면서도 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 구주(九州)의 구획을 정하고, 산세의 지형에 따라 하천을 파서 소통시켰다.”고 쓰여 있다.

은(殷)·주(周)로 왕조가 바뀌면서도 수시로 범람하는 황하를 다스리는 문제가 치자(治者)의 주요 덕목이었다.

 

전국시대에 변두리에 위치했던 진(秦)나라는 치수를 통해 다른 6국보다 우월한 경제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군사력을 배양해 마침내 중국을 통일하게 된다.

진 왕조는 토건 국가였다. 수자원을 관리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나라의 부를 늘리고, 주변국가를 침공하는 교통로를 열었다.

대표적인 진나라의 수리 토목공사로, 세가지를 꼽을수 있다. 그 첫째는 정국거(鄭國渠)는 인공수로이며, 둘째는 도강언(都江堰)이라는 수리시설이며, 셋째는 영거(靈渠)라는 운하다.

 

① 정국거

진나라는 북방민족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6국을 정벌하기 앞서 만리장성의 토대를 쌓았으며, BC 246년에 황하강 중류에 정국거(鄭國渠)라는 운하를 건설했다.

진시황 원년에 이웃나라인 한(韓)나라가 진의 국력을 소진시키기 위해 정국(鄭國)이라는 사신을 파견했다. 정국은 진왕(진시황)에게 경수(經水)에서 물을 끌어들여 중산(中山)에서 서쪽 호구(瓠口)까지 서북쪽은 높고 동남쪽으로 낮은 지형(地形)을 이용하고, 북산(北山)에서 동쪽으로 물을 대어 북쪽 낙수(洛水)에 물을 공급해 수로 3백여리를 만들라고 건의했다.

공사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진시황은 음모를 알게되어 그를 죽이려고 했다. 그는 “수로를 완성하는 것이 진나라의 이익(渠成亦秦之利)”라 대답하며 일을 마무리 짓도록 했다.

진시황은 그 말을 들었다. 공사가 끝나자 토지 4만여 경(頃)에 물을 대어 관중(關中)이 옥토로 변해 진나라가 부강해 졌다. 그의 이름을 따 이 수로를 정국거(鄭國渠)라 했다.

정국거는 150년 정도 사용되다가 심한 침전현상으로 생명이 끝나게 되었지만, 이 운하 덕분에 식량을 증산하고 인구를 증가시켜 부와 군사, 무기를 확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② 도강언

진 왕조의 수리전문가로로 리빙(李氷)이라는 엔지니어가 있었다. 그는 BC 272년에 새로 점령한 촉(蜀)의 태수로 임명되었다. 이 지방이 진나라에 정복된지 50년이 지난 시기였다. 그는 지 지역의 부를 증대시키고 백성들의 충성을 얻기 위해 야심찬 관개사업을 계획했다.

촉 지역에는 양쯔강 상류 민강(岷江)이 흐르는데, 홍수 때 물의 흐름을 예측할수 없었다. 리빙은 민강의 물을 잘 다스려 농경지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로써 대지를 깎아내 수로를 파고 농지에 물을 대도록 해 ‘풍요로운 땅’을 일구었다. 리빙은 댐을 건설해 물의 흐름을 막지 않고 대나무로 망을 만들어 취수보를 쌓는 방식을 채택했다. 홍수 위험이 있을 때 바깥쪽 수로로 물을 흘려 보내고, 관개용수가 필요할 때에는 안쪽 수로로 물을 돌리는 방식이다. 리빙은 물속에 세 개의 석상을 설치해 수량을 축정했다. 석상의 발이 보이면 보의 문을 열어 밭에 물을 댔고, 석상의 어깨에 물이 잠기면 문을 닫았다.

그는 주민들을 독려해 산허리를 통과하는 운하를 뚫었다. 바위를 깰때는 바위를 화톳불로 데운 다음에 물을 끼얹어 쪼갰다. 열과 냉기에 의해 돌의 팽창과 수축을 이용한 것이다. 리빙이 만든 수리시설은 도강언(都江堰, Dūjiāngyàn)이라고 한다.

리빙이 건설한 도강언에 의해 쓰촨 평야는 중국에서 가장 관개가 잘된 농업지대로 변모했다. 5,200㎢에 달하는 이 평원은 인구 500만명을 먹여 살렸다. 이 수치는 고대 이집트의 나일강이 먹여 살린 인구에 맞먹는다.

바깥수로로 배의 운항도 가능했다. 나중에 리빙이 만든 민강 운하가 수천개의 물레방아를 돌려 벼의 도정, 빙직용 기계를 돌리는데 사용되었다. 리빙이 만든 수로는 아직도 쓰촨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리빙은 또 쓰촨에서 소금생산에도 주력했다. 이전에는 땅에서 솟아 나오는 염수를 가공해 소금을 얻었는데, 그는 90m 깊이의 우물을 뚫어 지하에서 직접 염수를 끌어 올렸다. 그의 계승자들은 대나무에 가죽 밸브를 달아 심층의 염수를 빨아들이는 방식을 개발해 활용했다.

 

 

③ 영거

진시황은 남쪽의 백월(百越)을 정벌하기 위해 BC 219년에 영거(靈渠)라는 운하 건설을 지시했다 이 운하는 등고선을 따라 평평하게 건설한 세계 최초의 등고운하였다. 복잡한 터널 작업을 하지 않고 자연 지형을 따라 운하를 팠다. 32km나 되는 이 운하는 산맥을 지나는 물길이 되었다.

영거(靈渠)는 5년만인 BC 214년 완성되었다. 운하는 서쪽으로 양쯔강과 남쪽으로 흐르는 주강(珠江)을 연결한 것이었다. 진시황은 이 운하를 건설해 50만의 대 병력과 군수물자를 강남으로 운송하여 당시 백월을 영토로 편입시켰다.

양쯔강과 주강의 상류인 상강(湘江)과 계강의 수위가 서로 달라 선박의 왕래가 불가능했는데, 갑문을 만들어 배가 다니도록 만들었다. 오늘날 갑문식 운하의 대표로 꼽히는 파나마 운하는 전장 85km이지만, 기원전에 해발 1000m 이상 산악지역에 갑문식 운하를 설치한 것이다. 영거는 인류 운하 역사에 위대한 공정으로 꼽힌다.

영거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흐르는 두강을 연결했다. 아울러 양쯔강과 남쪽으로 하르는 주강을 연결해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까지 배를 움직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