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유럽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을 설명할 때 증기기관, 제철법, 방적업, 증기선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먹을 거리의 문제도 같은 시기에 과학적 연구되어 상업화되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쉽게 접하는 깡통(can)이다. 캔의 발명은 군수품 조달을 위해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나, 영국도 재빠르게 프랑스를 따라 잡았다. 여기에는 특허 분쟁이 숨어 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1800년 프랑스의 권력을 장악한 뒤, 멀리 파병된 군인들이 건강한 식품을 먹는 방법을 개발한 사람에게 1만2천 프랑의 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돈을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5만 달러, 한국돈으로 6천만원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당시 나폴레옹의 해군에는 바다에 오래 머물면서 전투보다는 굶주림과 괴질에 죽어나가는 병사들이 더 많았다. 원정길에 나선 육군도 뒤쳐진 보급을 기다리느라 전투가 지체되는 일이 허다했다. 나폴레옹은 전투에 보급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보급에 식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폴레옹의 상금에 눈이 먼 사람들이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산업장려협회로 몰려들었다. 온갖 발명가, 심령술사, 점쟁이들이 찾아 왔다. 그중 한 사람이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 1749~1841)라는 요리사였다.

아페르는 심사위원들에게 커다란 샴페인 병 두 개를 꺼냈다. 그는 병을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이것이 프랑스 군을 최강의 군대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심사위원들이 궁금해 하자 그는 “병 속에는 3주일 전에 밀봉해 놓은 야채들이 들어 있다. 지금도 야채들이 푸르고 싱싱하다.”고 주장했다.

의심 많은 심사위원들이 병 속에 있는 것을 꺼냈더니 싱싱한 야채가 나왔다. 그의 음식 처리과정은 여러 기술자와 전문가들의 테스트를 거쳐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아페르의 음식보관법은 음식을 끓여 공기가 통하지 않은 밀폐된 병 속에 보관하는 것이었다. 그는 제과점, 포도주 상점, 맥주공장, 식당 등을 15년 동안 전전하며 다양한 실험을 거쳐 음식물 보관법을 발견했다. 아페르는 식자재를 요리한 다음 병에 넣어 코르크 마개로 막고 끓는 물에 병을 넣어 꺼내면 병 안의 음식을 오래 보관할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음식 보관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은 샴페인의 기포(氣泡)를 면밀히 관찰하면서였다. 샴페인은 밀폐형 코르크 마개를 철사로 단단히 고정시켜 발포 성분을 유지한다. 그는 호기심 있게 이를 연구하다가 왜 음식은 샴페인처럼 보관할수 없을까에 의문을 갖게 돼 실험을 한 것이었다. 여러차례 실험을 통해 그는 신선한 음식을 물에 넣고 고온으로 끓이면 음식 부패를 방지할수 있으며, 그것을 병 안에 넣고 밀폐형 코르크 마개를 이용해 병을 밀봉시켰다.

그의 보관법은 요즘으로 치면 저온살균법이다. 75°C 정도의 온도에서 살균하면 식자재가 온전하게 보존된다고 한다. 그는 이 온도에서 식품을 처리하고 보관하는 기법을 발견한 것이다.

 

 

아페르는 나폴레옹에게서 1만2천 프랑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나폴레옹 정부는 ‘병 속의 식품’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의 건설책임자로 아페르를 임명했다. 그리고 아페르의 보관법을 프랑스에 널리 알리기 위해 1만2천 프랑을 더 줄 터이니, 제작과정을 상세히 적은 논문을 공개하라고 했다. 그는 모두 합해 2만4천 프랑을 받았다.

1810년 아페르는 <육류와 채소 물질 보관 기법>이라는 논문을 저술했다. 그 논문은 200부나 복사되어 프랑스 전역에 유통되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아페르가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식품보관 법을 발견했다”고 칭찬했다.

아페르의 식품 보관법은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가 열을 가하면 효모를 죽여 식품을 오래 보존할수 있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기 반세기 전에 터득한 것이었다.

알베르의 식품보전 방법은 곧바로 프랑스군에 보급되었다. 육류와 채소, 달걀, 소스 등 18가지가 유리병에 담겨 전선에 보내졌다. 나폴레옹 군대는 개개인이 자기 식량을 직접 메고 다니며 전투를 했다. 보급병을 기다리거나 현지에서 징발할 필요가 없었다. 프랑스 군이 승전보를 전하면서 알베르는 영웅이 되었다.

 

 

프랑스의 적국인 영국이 알베르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피터 듀란드(Peter Durand)라는 영국 상인은 프랑스의 알베르가 논문을 발간하던 해인 1810년에 양철 깡통(tin can)에 식품을 보관하는 방법에 관해 국왕 조지 3세(George III)로부터 특허를 얻게 되었다. 알베르가 나폴레옹에게서 포상금을 받은지 불과 몇 개월의 차이로 영국이 캔을 개발한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듀란드는 자신이 독자적인 방법으로 캔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듀란드의 캔 보관법은 알베르의 병 보존법보다 우수했다. 우선 주석 캔은 깨지지 않았다. 아페르의 병은 배가 흔들리거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질 때 깨져 식품 보관이 어려웠다. 알베르도 듀란드처럼 주석 캔에 식품을 밀봉하는 방법을 검토했지만 당시 프랑스의 양철 제조 기술로는 위생안전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그 방법을 영국인이 개발한 것이다.

듀란드의 양철 캔은 얇은 철판에 주석을 도금해 철이 녹스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음식 부패도 막았다. 게다가 유리처럼 깨지지도 않았고, 병사들이 배낭에 넣어 이동하기도 쉬웠다.

듀란드가 발명한 캔은 웰링턴 장군의 전장에서 널리 보급되었다. 영국은 캔을 대량으로 제조해 전선에 보냈다.

영국은 듀란이 개발한 용기를 ‘주석 깡통’(tin canister)이라 불렀는데, 오늘날 캔(can)이라 줄여 부른다.

 

프랑스는 영국에 없는 것을 개발했다고 자부하던 차에, 같은 시기에 영국이 잽싸게 따라잡고, 보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자 발끈했다, 프랑스는 영국의 듀란드가 자국 아페르의 것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듀란드는 특허 제출 자료에 멀리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기술했지만, 아페르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는 친구들에게 프랑스인 필립 지라르(Philippe de Girard)와 친하다는 사실을 알렸는데, 그 정보도 프랑스에 들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지라르에게 런던에 가서 소명하라고 했다. 하지만 지라르는 런던에 올수 없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깡통 특허 전쟁을 벌이는 중에 듀란드는 1812년 브라이언 돈킨(Bryan Donkin)과 존 홀(John Hall)이라는 두 사업자에게 자신의 특허를 1천 파운드에 팔았다. 뉴란드는 1천 파운드를 주머니에 넣었고, 그후 그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듀란드는 왜 특허권을 활용해 사업을 하지 않았을까.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기가지 엄청난 군수시장이 열려 있을 터인데 고작 1천 파운드에 팔아 넘겼을까.

어쨌든 돈킨과 홀은 듀란드로부터 특허를 매입해 캔 공장을 설립해 대량생산한 캔을 영국군에 보급했다. 영국군은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군을 격퇴함으로써 승리했다. 전쟁이 끝나고 캔을 누가 먼저 개발했는지의 논쟁도 흐지부지 되었다. 캔의 전쟁에서도 영국이 이긴 것이다. 다만 후세사람들은 아페르를 ‘캔의 아버지’(father of canning)라 부른다.

 

 

1822년 프랑스와 영국의 캔은 미국으로 건너가 대중용 캔으로 대량생산된다. 1855년 로버트 예이츠(Robert Yeates)라는 사람이 캔 따개를 발명했다. 그로부터 망치와 끌을 가지고 깡통을 따던 수고로움이 사라졌다.

캔은 탐험가들에게 훌륭한 비상식량이 되었다. 북극을 탐험한 영국의 윌리엄 패리(William Edward Parry)는 캔을 잔뜩 가지고 출발했고, 독일의 탐험가 오토 폰 코체부(Otto von Kotzebue)도 전세계 해양을 탐험하면서 “영국이 개발한 캔이 아주 유용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