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유가, 선물시장 거래시스템에서 발생
마이너스 유가, 선물시장 거래시스템에서 발생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4.2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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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가는 배럴당 22달러…수요 30% 준데다 비축시설 부족

 

뉴욕시간으로 20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37.63 달러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가격은 사는 사람이 돈을 받고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은 돈을 주고 물건을 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 1배럴을 37달러를 줄테니 사라는 얘기다.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기름도 얻고 돈도 버는 수지 맞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뤄지지 않는 수치다. 석유선물시장의 거래 시스템이 만든 허구의 수치일 뿐이다.

 

국제원유시장의 선물거래는 한달 단위로 선물이 형성된다. 20일이 5월 인도분 마감일이고, 21일부터는 6월 인도분 거래가 시작된다. 선물 거래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5월 인도분 물량이 20일 마감시간에 극소수 남아 있었는데,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컴퓨터 그래픽에 5월인도분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돈을 줄터이니 가져가라고 했는데도 사지 않으니 나온 수치일 뿐이다. 물론 그 물량을 가진 사람은 손해를 보았겠지만 시장 가격을 형성하지 못하는, 의미 없는 거래량일 뿐이다.

곧바로 6월 인도분이 거래되면서 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22 달러에 거래되었다. 5월 선물과 5월선물 사이에 무려 배럴당 50달러나 폭등한 셈이다.

 

하지만 선물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미국의 비축시설이 가득 찼음을 예고한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쿠싱(Cushing) 원유비축시설에 이틀 분량만 채우면 가득 차게 된다. 석유생산회사들은 원유를 계속 캐올리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가 급감하는 바람에 남은 원유가 비축시설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석유비축을 7,500만 배럴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원유생산을 줄이지 않는한 기름을 맨 땅에다 쏟아부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래픽=박차영
그래픽=박차영

 

코로나 사태로 세계적으로 원유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 기름 먹는 하마라는 항공기는 공항에서 쉬고 있다. 상업시설을 봉쇄하고 국민들을 격리시키는 바람에 자동차도 집에서 놀고 있다. 크루즈 선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니 배도 움직이지 않는다. 공장도 가동이 중단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 석유소비량은 이전에 비해 30% 줄었다.

결국은 산유국이 추가로 감산을 해야 한다. 최근 2위와 3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패권을 잡기 위해 서로 증산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트럼프가 두 나라를 뜯어말려 간신히 하루 9,7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지만, 수요 감소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때 석유부국들은 기름을 사가는 석유빈국에 큰소리 치며 기름을 나눠주었다. 그것도 산유국이 부르는 값으로 팔았다. 코로나가 생황을 뒤바꿔 놓았다. 석유업체, 산유국들이 이제 제발 석유좀 사가세요라고 애원하고 있다.

현재로선 언제 석유수요가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지 예측할수 없다. 석유 최대수요국인 미국, 유럽이 수만명씩 코로나 사망자를 내고 있다. 한해의 절반을 반환하는 6월 인도분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초반이니, 연말에 가서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급한 것은 기름비축시설이다. 기름 소비가 급감하면서 생산한 기름을 저장할 창고가 부족하다. 석유전문가들은 5월 중순이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석유탱크가 차버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럴 때 우리나라도 여유가 있다면 지하 깊숙이 파놓은 석유비축시설에 기름을 가득 채워 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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