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보존처리로 자격루 제작자 밝혀냈다
첨단 보존처리로 자격루 제작자 밝혀냈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4.22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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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제작자 4명 확인…표면의 용 문양도 명확하게 파악

 

국보 229호 자격루(自擊漏)는 물을 흘려보내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첨단 물시계로, 조선 시대의 국가 표준시계였다. 1434(세종 16) 세종의 명에 따라 장영실이 처음 만들었는데, 그 자격루는 전하지 않고, 현재 남은 자격루는 1536(종종 31) 다시 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파수호(播水壺, 물을 보내는 청동 항아리) 3, 수수호(受水壺, 물을 받는 청동 원통형 항아리) 2점만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있었다.

 

자격루에는 물을 보내는 수수호 상단에 제작에 참여한 12명의 직책과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청동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마모되어 12명중 4명의 이름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현대적 보존처리를 실시해 불투명한 글자를 확인하게 되었다.

새롭게 확인된 인물은 이공장(李公檣, ?), 안현(安玹, 1501~1560), 김수성(金遂性, ?~1546), 채무적(蔡無敵, 1500~1554)이었다. 이들에 관해 <조선왕조실록>, <국조인물고>, <문과방목>에도 이름과 직책의 기록이 남아 있다. 이들 사료에 안현, 김수성, 채무적이 천문 전문가로 자격루 제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에 복원한 창경궁 자격루 대파수로(확인된 명문 일부 /문화
이번에 복원한 창경궁 자격루 대파수로(확인된 명문 일부 /문화

 

유물 표면에는 청동 부식물이 형성되었고, 그 위에 실리콘 오일 성분의 기름과 흙먼지가 붙어 있었다. 보존처리센터는 오염물은 계면활성제와 초음파 스케일러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재질 강화처리도 했다. 그 결과 3차원(3D) 입체를 실측하고, 기록물을 정밀하게 확인했다.

 

자격루는 일제강점기에 덕수궁 광명문으로 자리가 옮겨져 전시되었다. 한번 흙먼지 제거와 기름(oil) 도포 등 경미한 보존처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청동재질로 된 자격루의 부식과 손상을 막기 어려웠고, 20186월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져 보존처리를 받게 됐다.

보존과학센터는 자격루의 보존상태를 정밀조사해 부식의 범위와 종류 등을 파악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적합한 보존처리 방법부터 찾아냈다.

 

작격루 수수호 명문(제작 참여자 이름 및 관직명). 청색표기: 보존처리 후 새로 찾은 글씨 /문화재청
작격루 수수호 명문(제작 참여자 이름 및 관직명). 청색표기: 보존처리 후 새로 찾은 글씨 /문화재청

 

보존처리 결과, 자격루 수수호의 표면에 새겨진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 문양을 뚜렷하게 확인했다. 보존과학센터는 용 문양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3차원 입체(3D) 스캔과 실리콘 복제방법으로 수수호 표면을 평면 형태로 펼쳐봤다.

그 결과, 수수호 왼쪽과 오른쪽 용 형태가 대부분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얼굴, 수염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와 더불어 용 문양에 겹쳐진 구름 문양이 관찰되었는데, 먼저 수수호 표면에 용 문양을 붙인 후 구름 문양을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수수호는 정교한 형태로 조각한 문양을 순서대로 붙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밀랍주조기법으로 주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3D 스캔후 확인된 좌측 수수호의 용 문양(위)과 좌측 수수호의 용 문양(아래) /문화재청
3D 스캔후 확인된 좌측 수수호의 용 문양(위)과 좌측 수수호의 용 문양(아래) /문화재청

 

대파수호의 표면에는 자격루 제작시기를 알려주는 가정병신육월 일조(嘉靖丙申六月 日造)’가 세로로 새겨져 있었으며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 검은색 명문에서 은() 성분이 다량 검출되었다. 은입사된 명문은 부식으로 검게 보였으나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은백색의 본래 빛을 찾게 되었다. 자격루 제작 완료 시기에 맞춰 대파수호 표면에 은입사 기법으로 명문을 새겼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이번에 보존처리를 완료한 창경궁 자격루는 조선 시대 과학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 문화재로 평가된다. 이번 보존처리로 자격루의 원형을 보존하고, 제작 참여자와 제작기법 등 사라진 기록을 복원하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보존처리 전 - 창경궁 자격루(국보 제229호) /문화재청
보존처리 전 - 창경궁 자격루(국보 제229호)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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