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통계 보면서 걱정되는 한국 노동시장
미국 노동통계 보면서 걱정되는 한국 노동시장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5.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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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월 실업률 14.7%로 급등…노동탄력성 없는 한국의 3월 실업률은 유지

 

미국의 4월 노동통계를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미국 노동시장이 초토화되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비농업부문에서 일자리가 2,050만개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전달 4.4%에서 14.7%로 급등했다. 미국 인구의 10% 정도가 한달 사이에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계수집 시기와 통계방법을 조정하면 실제 실업률이 20%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공황 초기인 1932년 실업률에 버금간다. 대공황이 절정기에 다다른 1933년의 25% 실업률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아마 5월에는 이에 근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업률로만 보면 미국의 현재 고용시장은 공황 상태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우리 통계청이 발표한 3월 통계를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지난 3월에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이었는데, 실업자는 한해전 3월과 비교해 오히려 17천명(-1.4%)이 감소하고 실업률은 3.8%, 한해전에 비해 0.1% 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에선 코로나로 대량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한국에선 오히려 실업자가 줄어들었다. 이 해괴한 통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국과 우리나라의 고용통계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통계방법이 다소 다를수 있고, 고용시장의 구조가 다르다. 게다가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가 인구 비율로 따져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하고 우리나라는 조기 방역에 성공했는데, 미국은 아직 진행중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전염질병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실업률이 하락했는데 비해 미국에선 수직상승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들다.

 

자료: 미국 노동부
자료: 미국 노동부

 

그 이유는 일단 노동시장 탄력성에서 설명할수 있다.

미국에선 기업들이 판매와 수익이 줄면 곧바로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코로나 감염으로 국내외 시장이 차단되면서 미국 기업들은 생산활동을 줄였고, 줄어든 생산만큼 일자리도 줄였다. 뉴욕타임스는 “4월은 대재앙의 달이라면서 미국에서 안전한 일자리는 이제 거의 없다고 했다. 그만큼 기업들은 가혹하게 직원들을 쫓아낸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해고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기업이 파산 위기에 몰려도 직원을 내보낼수 없다. 정부도 일자리를 중시하면서 기업들의 해고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100조원의 자금 투입을 결정하고 기간산업을 지키는 데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대신에 지원 받는 기업들에게 상응하는 의무도 부과하겠다면서 고용총량 유지와 자구 노력, 이익 공유 등의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기업을 정부가 도와주니 기업도 일자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지난 3월 대구·경북의 시장이 문을 닫고 많은 상가들이 텅텅 비었을 때에도 통계청은 실업률이 내려갔다는 통계를 내놨다. 통계를 믿어야할지 말아야 할지 여부를 차치하고,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까지 직원들을 내보내지 못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이 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에도 소득주도성장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구매력을 지탱하고 이를 통해 기업에 활력을 준다는 것이다.

 

자료: 한국 통계청
자료: 한국 통계청

 

하지만 그런 방식은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대공황 초기의 허버트 후버의 고임금정책이다. 후버 대통령은 경기 후퇴기에 기업이 고용률을 유지하고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 피고용인이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능력을 갖게 되고, 경제를 선순환시킨다면서 고임금정책을 밀어붙였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대통령의 종용을 받아들였다. 대공황 초기 2년동안 미국의 임금은 놀랍게도 유지되었다.

하지만 불황이 길어지고 물가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지면서 기업은 한계점을 드러냈다. 고임금, 고용유지 정책이 오히려 기업의 재무상태를 악화시켜 2년후에 집단도산과 폭발적인 실업률 상승으로 나타났다.

이전의 불황에서 미국 기업들은 노동인력과 인건비 축소를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고용시장은 단기간에 악화되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기업들은 인력을 빨아들이고 고용시장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후버 대통령의 임금 및 고용 유지정책은 대공황을 장기화하고 가속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금 전세계적인 코로나 위기는 얼마나 깊게, 얼마나 오래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은 2009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최대의 충당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럴 때 경제의 생명력인 기업을 살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을 넘어서 출자나 지급보증 등 가능한 모든 기업 지원 방식을 총동원하겠다면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기간산업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는 고용도 살리고 기업도 살리겠다고 한다. 경기가 좋을 때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될 때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수 없다. 후버 대통령이 그런 실험결과를 보여주었다. 고용을 지키려다 기업을 죽여 버린다. 기업이 죽으면 고용도 놓친다. 기업은 경제의 세포다. 세포가 죽으면 국민경제라는 큰 몸통이 살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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