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기술패권 전쟁…어느 편에 설지 선택 요구
美中 기술패권 전쟁…어느 편에 설지 선택 요구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1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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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탈리아, 인도는 중국 기업 제재에 동참…우리도 신중히 대처해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6일 중국의 SNS 틱톡(Tik Tok)과 위챗(WeChat)의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의 연장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중국이 미국인의 개인과 독점 정보에 접근해 잠재적으로 기업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명령 조치가 지난해 미국이 화웨이와 ZTE를 제재한데 이어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이 기술패권 다툼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했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은 두 나라의 대결을 넘어 국제전의 양상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우방국에 자기네 편에 서라고 강요하고 있다. 다수의 나라들이 미국과 중국과 교역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고, 영국, 이탈리아, 인도 등은 이미 미국의 조치에 편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20201월 화웨이 장비의 제한적 도입을 추진했다가 이후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714일 영국 내 화웨이 퇴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자국 최대 통신회사 텔레콤이탈리아(TIM)5G 구축사업에 필요한 장비 도입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했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중국과 경제적·외교적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유럽 전역에 화웨이 퇴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브라질은 2021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이 이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브라질 정부에 금융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해 향후 브라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는 629일 국가안보·공공질서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틱톡, 위챗, 바이두맵, QQ메일, 웨이보 등 중국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59개의 앱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기업이 인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해외로 유출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경 분쟁이 본질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국가 간 기술 분쟁이 경제·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확대된 것으로 보았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양국 무역분쟁과 각국의 대응 방안을 모니터링하고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트라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생산기지를 다양화하는 등 무역 분쟁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양국의 탈동조화 이슈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Allianz Global Investors
그래픽=Allianz Global Investors

 

미중 무역분쟁은 20183월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미국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시작했다. 중국은 이에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이 다시 관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격화되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미중 양국은 수시로 무역규제와 분쟁 해결을 반복하며 서로 견제해왔다. 과거의 갈등이 WTO 체제하의 통상적 수준의 견제였다면, 최근의 갈등은 기존의 무역규칙과 규범을 넘어 보복의 악순환이 전개되는 무역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이라는 첨단산업 육성책을 제시하고,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항공 우주, 해양 공학, 고속철도, 신에너지 차량, 친환경 전력, 신소재, 바이오 등 미래 핵심산업을 육성해왔다. 중국 정부는 기술자립화를 통한 기술대국화, 나아가 세계 최강국 실현을 목표로 미래 핵심 첨단산업분야에서 중국의 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해 온 기업이다. 20195, 미국 상무부 내 산업안보국(BIS)은 중국의 화웨이와 68개 해외 관계사를 미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에 위해가 되므로 ‘Entity List’에 포함시켜 미국기업이 이들 기업과 거래할 경우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어 20205월에는 미국의 기술과 부품이 포함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추가 제재를 개시해 양국 간 갈등이 재점화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향후 세계경제질서를 좌우할 ICT에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틱톡-위챗에 대한 제재조치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제2의 화웨이 사태라 부르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중 간 기술경쟁이 장기전에 접어들었고, 이로 인해 기존의 글로벌 밸류체인의 혼돈이 불가피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미중 기술전쟁이 장기적으로는 기술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중 기술경쟁이 국경 간 투자,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등을 통해 국제사회가 상호의존적으로 발전했던 개방경제 시스템을 침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정교한 전략을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선전하는 개방형 인터넷을 지원하고, 일부 특정 기업에 대해 극단적 제재보다는 다국적 기술 거대 기업이 윤리적이고 투명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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