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와 이스라엘 후손은 홍해를 건넜을까
모세와 이스라엘 후손은 홍해를 건넜을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1.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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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근처 호수 주변의 갈대 숲을 지났다는 견해

 

구약성경 출애굽기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는 대목이다. 과연 수많은 사람들이 홍해(Red Sea)를 건넜을까. 고고학자와 성서학자들은 이스라엘 후손들이 홍해를 건넜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학계의 컨센서스는 홍해 건너기’(Crossing the Red Sea)가 성경의 신화일 뿐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서 출애굽기(14:21~28)에는 이렇게 서술한다.

모세가 바다 위로 팔을 내밀었다. 주님께서 밤새도록 강한 동풍으로 바닷물을 뒤로 밀어 내시니, 바다가 말라서 바닥이 드러났다. 바닷물이 갈라지고, 이스라엘 자손은 바다 한가운데로 마른 땅을 밟으며 지나갔다. 물이 좌우에서 그들을 가리는 벽이 되었다. 뒤어어 이집트 사람들이 쫓아왔다. 바로의 말과 병거와 기병이 모두 이스라엘 백성의 뒤를 쫓아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새벽녘이 되어, 주님께서 물기둥과 구름기둥에서 이집트 진을 내라보시고 이집트 진을 혼란에 빠트리셨다.”

영화 모세에는 이 장면이 극적으로 연출되었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홍해 /위키피디아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홍해 /위키피디아

 

이스라엘 후손들이 이집트를 떠난 것은 모세의 열가지 재앙 중 마지막, 즉 이집트에서 태어난 맏이를 죽이는 잔혹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파라오의 맏아들도 목숨을 잃게 된다. 파라오는 더 이상 이스라엘 민족을 붙잡아 두지 못하고 어서 이 땅을 떠나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파라오는 이내 자신의 명령을 거두고 기병과 병거를 보내 이스라엘족을 추격케 한다.

 

숙곳에 집결한 이스라엘 후손들. /위키피디아
숙곳에 집결한 이스라엘 후손들. /위키피디아

 

성경에서 설명한 이스라엘족의 출발지는 숙곳(Succoth)이다. 집결지에 모인 이스라엘 후손은 딸린 아이들 외에 장정만 60만명이라고 했다. 장정만 60만명이면 전체 이동 인구는 200만명을 훨씬 넘는다. 이스라엘의 현재 인구가 93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과장이라고 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집트에서 430년간 거주했다. 모세는 이집트에서 총리까지 역임한 요셉의 유골을 가지고 나왔다. 유대인을 탄앖하는 이집트 왕조는 요셉이 총리를 하던 시절의 이집트 왕조와는 다른 정권이었다.

다음 행선지는 에담(Etham)이다. 숙곳은 비돔(Pithom)으로 추정된다. 에담의 위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성경에만 나오는 지명이다. 유대인들이 머물던 고센에서 가까운 지역일 것이란 추정만 있을 뿐이다.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후손 (Nicolas Poussin, 1633–34) /위키피디아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후손 (Nicolas Poussin, 1633–34) /위키피디아

 

모세는 이스라엘 후손들을 가나안으로 가는 직행로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 길은 블레셋 사람의 땅을 거치는 전통적인 길이었고, 야곱과 그 아들들이 이집트로 건너간 길이기도 했다. 모세는 주님의 지시대로 홍해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성경은 이에 대해 하나님이 이 백성이 전쟁을 하게 되면 마음을 바꾸어서 이집트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레셋 길은 교역로이자 군사도로였다. 그 길목에 이집트 군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충돌을 피해 홍해를 건너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설명이 없지만, 모세가 홍해의 길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는 장인과 아내가 살고 있는 시나이반도 미디안으로 가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가나안과 블레셋에는 이미 다른 종족들이 땅을 차지하고 있고, 모세가 유일하게 의지할 곳이 미디안이었을 것이다.

 

로마제국 시대의 병거 모습 재현 /위키피디아
로마제국 시대의 병거 모습 재현 /위키피디아

 

뒤에는 파라오가 보낸 이집트 군대의 병거와 기병들이 쫓아왔다. 병거(chariot)는 오늘날로 치면 탱크에 해당한다.

모세의 다음 행선지는 비하히롯(Pi-HaHiroth)인데, 믹돌(Migdol)과 홍해 사이에 있다고 했다. 홍해를 건너기 직전의 집결지다. 이 곳의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성서학자들은 이스라엘 후손들이 건넌 곳이 홍해가 아니라 팀사 호수(Lake Timsah)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팀사 호수는 소금 호수(鹽湖). 그 남쪽에 쓴물호수(Bitter Lake)가 있다. 현재 수에즈 운하가 이 두 호수를 지나고 있다.

 

나일강 하류의 팀사호와 쓴물호수 /위키피디아
나일강 하류의 팀사호와 쓴물호수 /위키피디아

 

히브리 성경에는 모세 일행이 건넌 지점으로 얌수프(Yam Suph)로 되어 있다. 히브리어로 수프(suph)는 붉다(red)란 의미가 아니라 갈대(reed)란 의미다. 즉 이스라엘 후손들은 탐사 호수 또는 쓴물호수의 갈대숲을 지나 홍해의 수에즈만 동쪽 해안으로 내려가 시나이반도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 홍해에는 갈대가 없다. 성서학자들이 히브리 성서를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얌수프를 홍해(red sea)로 바꾸었다는 견해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BC 3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번역가들이 홍해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이스라엘 후손들은 홍해를 건넌 게 아니라 탐사호와 쓴물호수 인근의 갈대 숲을 지나 시나이반도로 건너간 것이다.

어쨌든 어느 시기에 성경작가들은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간 것으로 윤색하고, 그 도중에 주님이 큰 기적을 보여주는 신화를 창조하게 된다.

 

파라오의 이집트군이 홍해에서 수장되는 그림(Frederick Arthur Bridgman, 1900) /위키피디아
파라오의 이집트군이 홍해에서 수장되는 그림(Frederick Arthur Bridgman, 1900)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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