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에서 뒤집힌 한일 청구권협정 해석
하급심에서 뒤집힌 한일 청구권협정 해석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06.08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수 대법원 “개인청구권 유효” vs 중앙지법 “개인청구권 제한해야”

 

문재인 정부 들어 골이 패일대로 패인 한일 외교갈등은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의 해석에서 출발한다.

문 정부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근거로 징용과 위안부 피해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인정했다. 김명수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 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이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피해 배상을 부인했기 때문에 피해자 개인의 위자료 청구권이 협정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일본이 항의하자,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사법부의 판단에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조약을 인정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조약의 적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그 이후 한일 관계는 뒤틀어졌다. 문 정부는 사법부 판결을 근거로 징용과 위안부 개인청구권을 인정했고,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에서 모두 지불했는데, 개인청구권이란 이유로 더 요구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고 주장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상을 통해 무상 3억 달러, 장기 저리의 정부 차관 20 억달러를 경제협력자금이란 명목으로 받았다. 그 돈으로 포항제철(포스코)를 짓고, 일부를 징용피해자에게 나눠줬다. 징용피해자들은 그 배상액이 모자란다며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에 대해 청구한 것이다.

 

그 반전이 7일 하급법원에서 일어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는 이날 피해자 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볼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강제 집행까지 마칠 경우의 국제적 역효과까지 고려하면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 남용이라고 밝혔다.

지방법원의 해석은 그 근거로 비엔나 협정 27조를 거론했다. 비엔나 협정 27조는 어느 당사자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약을 근거로 지방법원은 대법원 판결은 징용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급법원이 상급법원의 잘못을 지적한 결과가 된 셈이다.

중앙지법 재판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한국이 청구권 협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대한민국의 위신이 바닥으로 추락하며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 동맹으로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미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이어진다고도 했다. 즉 대법원이 국가간 협정을 무시가하고 국내법을 근거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용산역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 /이인호
용산역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 /이인호

 

이번 판결에 대해 언론들의 해석도 진영에 따라 다양하게 나온다.

조선일보는 전례 없는 사법 혼란, 선거용 反日몰이의 필연적 결과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번 판결은 국민 정서를 따른다고 국제법을 무시하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법부 내에서조차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엇갈린 강제징용 판결. 외교적 타협으로 풀어야한다면서 문 대통령과 외교 당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일본도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사법부가 이처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거듭 상처를 주고도 또다시 법정에서 좌절을 안기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라며, “이번 판결은 상급심에서 조속히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