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원의 무법자’, 방관자를 복수하는 서부영화
‘평원의 무법자’, 방관자를 복수하는 서부영화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11.0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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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 제노비스 사건에 영감을 얻어 서부극으로 각색한 영화

 

EBS1972년 미국에서 제작된 헐리웃 영화 평원의 무법자’(High Plains Drifter)세계의 명화코너에 방영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이자, 그가 감독한 작품이다.

이방인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개인적인 복수를 꿈꾸는 사람이다. 어느날 라고 마을에 나타난 이방인은 여자를 겁탈하기도 하고 마을의 시설을 제멋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가 마샬 덩컨이라는 보안관이던 시절에 라고 마을에서 무법자 3인에게 죽도록 구타를 당하는 가운데 주민들은 지켜보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죽은줄 알았던 그가 이방인이 되어 그 마을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주인공은 마을 주민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고, 스테이시 일당에 대한 복수전을 펼친다. 흔히 있는 서부극의 스토리다.

 

이 영화는 헐리웃 서부극 가운데 여섯 번째로 많은 돈을 벌은 영화로 기록된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영화가 성공한 것은 이유는 무엇일까. 방관자에 대한 처단이다.

작가 어니스트 타이디먼은 1964년 일어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 살해사건을 참조했다고 한다.

1964313,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뉴욕 퀸스에서 강도의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2주 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의해 사회 이슈화되었다.

목격자는 38명이나 되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도와달라고 하는 35분 동안에 목격자들은 구조의 손길을 보내지 않았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목격자들은 그저 바깥에서 연인들끼리 다투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은 결국 범인의 손에 살해당하고 말앗다.

범인 윈스턴 모즐리는 부인과 두 아이가 있는데도 밤 늦게 집을 나와 아무나 여자를 골라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제노비스를 택했다. 그는 칼에 찔려 죽어가는 그녀를 강간하기도 했다. 모즐리는 6일 후 다른 절도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스스로 제노비스 살인을 자백했다.

이 사건은 사회학자들에 의해 연구 대상이 되어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목격자의 신고가 없었던 것은 차가운 사회’, ‘무감각한 시민정신’, ‘인간성의 소실때문이라기보다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미 경찰을 불렀을 거라는 추측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아무도 경찰을 부르지 않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으리라는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방관자를 혼내주는 쾌감을 느끼게 했다. 보안관 덩컨이 무법자의 채찍질에 구타당해 죽어갈 때 라고 마을사람들은 창문 뒤에 숨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스테이시 일당들이 감옥에서 나와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고 다들 겁을 먹고 있을 때 덩컨 보안관은 이방인이 되어 다시 마을에 들어온다. 그는 과거의 방관자들을 괴롭혔다. 공짜 술도 먹고 여자도 괴롭힌다. 시장도 보안관도 개무시한다. 제노비스 사건에 분노하던 대중은 이 영화를보고 쾌감을 느꼇을 것이다.

그래도 영화는 서부극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영화는 보안관이 무법자들을 소탕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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