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나무 두 그루가 등을 돌린 회현동 은행나무
암나무 두 그루가 등을 돌린 회현동 은행나무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11.2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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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집안에서 12정승 나오게 한 나무”…중구청, 매년 마을축제 열어

 

서울 중국 회현동의 은행나무는 잎을 모두 떨어뜨려 뼈대만 남긴채 겨울의 초입을 견뎌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건너 우리은행 본점과 남산 SK리더스뷰 빌딩 사이에 있는 이 나무가 이렇게 겨울을 넘긴 게 500년을 넘었다.

19721012일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지정시 수령이 475년이었으니, 지금 나이는 524살이다. 수고(높이)24m, 나무둘레 725cm. 주소는 서울 중구 소공로31(회현동1203) 우리은행본점이다.

 

회현동 은행나무 /박차영
회현동 은행나무 /박차영

 

회현동 은행나무는 나이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안고 있다.

이곳은 조선 전기의 문신 정광필(鄭光弼, 1462~1538) 집터였다. 동래 정씨 정광필은 중종때 영의정·우의정·좌의정을 두루 거친 명재상이다.

정광필이 어느 날 잠을 자는데 꿈에 신선이 나타나 서대(犀帶) 열두 개를 은행나무에 걸게 되리라며 길운을 전했다. 서대는 종1품 이상의 관복에만 착용할 수 있는 것으로 코뿔소나 물소의 뿔로 만들어 왕의 옥대 다음으로 귀하게 여기는 복식이다. 이후 400여 년 동안 이 명당 터에서 동래 정씨 가문에서 정유길, 정원용 등 12정승이 배출되었다.

이후 동래 정씨 집안의 어진() 사람들이 이 근방에 모이면서(), 마을 이름도 회현(會賢)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회현동 은행나무 /박차영
회현동 은행나무 /박차영

 

또 다른 일화로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도끼로 이 은행나무를 베려고 했을 때 동네 노파가 생선을 주면서 말려 왜군이 그만두었는데, 그 당시의 도끼로 팬 상처가 뿌리 부분에 남아있다고 한다. 이후 고종 대에 이르러 정광필의 후손인 정원용이 선대의 집을 호화롭게 가꾸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회현동 은행나무의 여름 모습 /서울중구청
회현동 은행나무의 여름 모습 /서울중구청

 

이 나무는 오랫동안 마을의 염원을 기리는 귀한 신주가 되었다. 정씨 가문은 감사한 마음으로 수나무인 은행나무를 장가보내기로 하고 남쪽에 암나무 한그루를 심어 주었다. 어느날부터 부인나무가 시름시름 말라 죽어가기 시작하자 정씨들은 새 부인을 들이기로 하고 수나무 동쪽에 계비나무를 심었다. 그러자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부인나무가 되살아나 은행을 여는 반전이 있었다. 그때부터 남쪽의 정부인나무와 동쪽의 계비나무가 서로 등을 돌린채 자라며 수나무 한그루와 암나무 두 그루가 하나의 집안을 이루게 되었다.

계비라는 존재가 자손의 교육에 좋지 않다고 여긴 어느 대감이 계비나무를 베어 버리려고 벌목공을 데려왔다. 나무를 베기로 한 날, 갑자기 장씨네 장손이 삼한 배앓이를 시작했다. 이 것이 은행나무를 베어버리려 한 것 때문이라 생각해 벌목공을 내보내니 장손의 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은행나무에 고사를 지내고 세그루의 은행나무에 똑같이 술을 따르고 절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은 할아버지 나무에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부인나무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싶은 나무는 계비나무에게 인사를 하며 평안을 기원했다고 한다.

 

회현동 은행나무 축제 /서울중구청
회현동 은행나무 축제 /서울중구청

 

서울 중구청은 2012년부터 회현동 은행나무 축제를 열고 있다. 은행나무의 전설을 토대로 마을의 안녕과 인재 배출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는 행사다. 매년 10월 개최되며 지역 주민들의 무병장수와 평온무사를 비는 은행나무 신목제(神木祭)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진행된다. 축제를 알리는 풍물패의 길놀이 공연이 시작되면서 민요한마당·부채춤·모둠북 난타 등 식전행사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기념식과 함께 각 해마다 정하는 표어에 따라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공식행사 후에는 주민노래자랑과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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