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참호에서 순국…고 조응성 하사 확인
백마고지 참호에서 순국…고 조응성 하사 확인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3.17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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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조영자씨 시료 채취 덕분이 신원 확인…“아버지가 사준 오징어 못 잊어“

 

202110,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참호 바닥에 엎드린 자세의 유해 한 구가 발굴되었다. 적 포탄을 피해 전투태세를 갖춘 모습이었다.

특히 철모와 머리뼈에는 한눈에 보아도 전사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관통 흔적이 남아있었다. 가슴에서 발견된 계급장은 일등병(지금의 이등병), 전투에 투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 유해의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인 끝에 고 조응성 하사임을 확인했다. 조 하사는 전사 뒤 일등병에서 하사(현재이 상병)로 일계급 추서되었다.

 

고 조응성 하사 유해 발굴 당시의 모습 /사진=국방부
고 조응성 하사 유해 발굴 당시의 모습 /사진=국방부
유해 두개골 및 철모의 관통흔적 /사진=국방부
유해 두개골 및 철모의 관통흔적 /사진=국방부

 

고인은 제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백마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마고지 전투는 6·25전쟁 당시 이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군 9사단이 중공군과 12차례 공방전으로 7차례나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접전이었고, 고인은 195210월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에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이 남긴 철모와 유골에는 전사 원인으로 보이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유해발굴 감식병이 개인호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잠들어 있던 고인의 유해를 발굴했다. 발굴 당시 고인의 유해는 상반신만 발굴되었으며, 탄약류를 비롯한 개인 소장품으로 추정되는 만년필, 반지, 숟가락 등의 유품이 함께 발굴되었다. 발굴된 철모와 머리뼈에서는 전사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관통 흔적이 발견되었다.

 

고 조응성 하사의 유품 /사진=국방부
고 조응성 하사의 유품 /사진=국방부

 

고인의 신원확인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채취 덕분에 가능했다.

당초 만년필, 반지, 숟가락 등 고인의 소장품으로 추정되는 유품이 많이 발굴되어 이를 통한 신원확인의 기대감이 컸지만, 이름이 적혀있는 물건이 없었고, 반지에 음각된 문양도 마모가 심해 정확한 모양을 식별하기 어려웠다.

국방부 유해감식단은 백마고지 전투 전사자 병적기록을 조사해 고인의 딸 조영자씨를 찾을 수 있었고, 20211026일 딸의 유전자 시료가 발굴된 유해와 부녀관계로 확인되면서 신원이 확인되었다.

 

고 조응성 하사 유해발굴 현장 /사진=국방부
고 조응성 하사 유해발굴 현장 /사진=국방부

 

고 조응성 하사는 192821, 경북 의성에서 3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가정을 꾸리던 중 전쟁이 나자 피난을 다녀와, 19525월 아내와 5, 3살배기 두 딸을 뒤로한 채 제주도 제1훈련소에 입대했다.

유가족 조영자씨는 신원확인 소식에 우리 아버지 찾았습니까?”하고 감격헸으며, 신원확인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자 이제야 아버지를 찾았다는 실감이 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영자씨는 고인에 대해 어느 날 아버지가 오징어를 사와 맛있게 먹었는데, 자녀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심정으로 맛있는 것을 사주신 것 같아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기억했다.

고 조응성 하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17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딸 조영자씨의 자택에서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호국의 얼 함을 유가족 대표에게 전달하는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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