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거수 6주, 천연기념물 예고
청와대 노거수 6주, 천연기념물 예고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8.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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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원 인근 반송·회화나무·말채나무·용버들 등…한국근현대사의 증인

 

문화재청은 청와대 노거수 6주를 청와대 노거수 군명칭으로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 이번에 지정예고된 청와대 노거수 6주는 반송 1, 회화나무 3, 말채나무 1, 용버들 1주다.

문화재청은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된 이후 청와대 노거수들에 대한 생육상태, 문헌, 사진자료 등을 수집하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경복궁과 경복궁에서 뻗은 산줄기·산등성이·산기슭에는 경작을 금한다는 기록(경국대전) 도성내외송목금벌사목(1469)에 언급되어 있는 소나무 벌채금지 내용, 도성지도(18세기 말), 경성시가도(1933) 등 여러 역사적 문헌기록을 통해 약 300년 동안 보호되어온 경복궁 후원에서 청와대로 이어져 온 숲의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1938년 경무대관저경내부지배치도(축척1/1,200)를 통해 북악산에서 시작해 청와대를 지나 향원정까지 물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과 청와대 노거수 군은 바로 이 청와대 물길 인근에 자리잡고 커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1910년과 1928년에 촬영된 유리원판사진에는 융문당융무당과 함께 서있는 청와대 반송군과 주변 숲의 모습까지 볼 수 있어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경무대 일원 숲의 규모도 확인했다.

* 경국대전(1485) : 조선 건축 초의 법전인 경제육전의 원과 속전, 그리고 그 뒤의 법령을 종합해 만든 조선시대 두 번째 통일법전

 

청와대 녹지원 반송 /문화재청
청와대 녹지원 반송 /문화재청

 

이번에 지정 예고되는 청와대 노거수들의 위치를 보면, 반송은 청와대 녹지원 안에 있고, 녹지원을 둘러싼 인근 숲에 회화나무 세 그루가, 상춘재 앞에 말채나무가 있으며, 용버들은 여민관 앞쪽인 버들마당에 따로 떨어져있다.

나무들의 가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송은 경복궁 융문당융무당 주변에서 자라온 나무로, 수관폭(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이 크고 수형이 아름다워 청와대를 대표하는 노거수로 손색이 없으며, 한국 근현대의 역사적 현장을 지켜온 대표적인 자연유산이라고 할 만하다. 회화나무 세 그루는 청와대 녹지원 인근 숲의 경계를 따라 배치되어 있는데, 숲에 있는 나무들 중 가장 키가 크다. 경복궁 후원의 본래 식생을 추정할 수 있는 주요 수종이며, 창덕궁에 있는 회화나무 군과 비교해도 규모면에서 손색 없고 생육상태도 양호하다. 말채나무는 자생수종으로 지금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적이 없는 희소한 나무이며, 오늘날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수종으로, 모양이 아름답고 생육상태가 양호하다. 가지가 말의 채찍으로 사용되며 조선 후기의 어학사전인 유희의물명고(物名攷)에서 우리민족 생활사와 관련된 내용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용버들은 고대부터 승천하는 용을 상징하여 황실에서 애호하던 수종으로, 북악산에서 시작한 물길(실개천 습지)인근에 사는 생물학적 희소성을 지닌 지표수종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청와대 노거수 군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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