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가 리먼브러더스와 다른 이유
크레디트스위스가 리먼브러더스와 다른 이유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0.14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에 대응할 정도의 충분한 자산 축적…각국 금융당국이 유연하게 대응

 

크레디트스위스는 UBS에 이어 스위스 2위의 은행이다. 1856년 스위스 철도와 전기설비 건설사업에 자금을 대기 위해 설립되어 1900년 소매금융으로 전환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세계 금융중심지에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다. 또 유가증권 인수, 자금 조달 주선, 인수합병(M&A) 자문 등 투자은행(IB) 분야의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세계 9개 벌지브래킷(bulge bracket)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스위스의 대표적 은행인 스위스크레디트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 것이란 루머가 이번 주초에 국제시장을 강타했다. 이 루머로 이 은행의 주가는 1011.5%나 폭락, 사상 최저점인 3.64달러까지 주저앉았다.

발단은 CEO 울리히 쾨르너의 메시지였다. 쾨르너는 전주말인 7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자본금과 유동성이 넉넉하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더 하면 은행의 장기적인 전망이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꾸준하게 구조조정을 한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부분은 도려내고 새로이 펼치는 사업에는 인원을 늘린다. 사내통신망에 보낸 CEO의 문자는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이 메시지가 외부로 유출되었다. 글로벌 투자의 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라크 데이비스(Lark Davis), 그래엄 스테번(Graham Stephan) 등이 이 메시지 가운데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어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영악화를 떠들었다. 그들은 SNS에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우려된다고들 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스피커 효과를 보이며 월요일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시장을 안정시키고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보낸 CEO의 메시지가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킨 것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이 파산 위기에 놓이고, 그 여파가 대서양을 건너가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졌다. 실제로 크레디트스위스가 파산한다면, 그 규모나 영향력이 리먼브러더스 위기에 견줄만 할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즉각 시장에 대응했다. 자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매입함으로써 자산이 넉넉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은행측의 조치로 일부 SNS 인플루언서들의 주장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고, 시장은 잠잠해 졌다.

크레디트스위스 위기설은 나름 배경이 있다. 이 은행은 오랫동안 스위스 은행이 자랑하는 신뢰성을 잃어 왔다. 은행은 2021년에 파산한 그린실과 빌 황의 아케고스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냈다. 이 사태로 CEO가 교체되었다. 최근엔 탈세 혐의로 미국 의회와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불가리아에서 범죄자금을 세탁했고, 모잠비크에서 부패한 세력에 대출해준 혐의로 시끄럽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8월에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들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60%가 날아갔다. 이런 와중에 CEO가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니, 저 은행이 부도 위기에 처한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증폭시킨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위키피디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위키피디아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1건실성을 자랑하는 스위스은행이다. 2008~2009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도 가장 건실하게 버텨낸 은행이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금융위기 2008년과 다르다는 보고서를 내고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JP모건체이스도 "CS의 자본과 유동성 포지션 모두 건전하다"고 했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크레딧스위스의 총자산은 7,327억 달러이며, 이중 5분의1이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단기유동성비율(liquidity coverage ratio)191%. 지금 금융위기가 온다해도 이 은행은 부채를 갚고도 자산이 남는는 얘기다. 리먼브러더스의 레비리지 비율은 13.5%였다. 부채가 자산보다 7~8배 많았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곧바로 부도가 났다.

또 정부와 중앙은행이 분명하게 메시지를 준다는 점도 리먼브러더스 당시와 차이점이다. 2007년 베어스턴스가 위기에 닥쳤을 때 미국 재무부와 연준은 은행을 구제할 것이란 암묵적 신호를 보내다가 이듬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갑자기 손을 뗐다. 그 심리적 충격이 금융공황을 가속화했다. 이에 비해 지금의 미국과 EU의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은 문제가 커지기 전에 종양을 제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베렌버그은행의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리먼브러더스 사타와 같은 위험은 현재로선 제로라고 잘라 말했다.

 


<참고한 자료>

Forbes, Credit Suisse: What Exactly Is Going On At The Global Investment Giant? Have They Hit Bottom Yet?

AlJazeera, Why Credit Suisse is battling rumours of a Lehman-style crash

Wikipedia, Credit Suiss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