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가 스웨덴·핀란드 발목 잡는 까닭
헝가리가 스웨덴·핀란드 발목 잡는 까닭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1.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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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가입 비준안 지연…튀르키예에 우호적, 러시아에 중립,독자성 부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30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회원국 중 한 나라가 반대해도 신규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군사동맹은 회원국 1개국이 공격당할 경우 나머지 29개국이 자동으로 참전하는 집단방위체계이므로, 기존회원국은 신규회원이 가입원서를 제출하면 그 나라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신중하게 심사할 수밖에 없다.

연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의 이웃국가인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라는 집단안보체계에 가입신청을 냈다. 러시아가 스칸디니비아 국가를 침공한다면 미국과 서유럽이 자동개입할 것이므로, 전쟁억지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토 가맹국 30국중 28개국이 비준했다. 그런데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아직 북유럽 두 나라의 가입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111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에서 헝가리와 튀르키예가 이른 시일 내에 의회에서 우리의 나토 가입 신청안을 비준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7월에 가입신청서를 냈는데, 3개월이 지나도록 두 나라가 의회에 비준안을 상정조차 않고 있다. 이러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가입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변덕이 어디로 튈지 모르므로, 서둘러 나토에 가입해야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헝가리의 위치 /위키피디아
헝가리의 위치 /위키피디아

 

튀르키예는 일찍부터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쿠르드 테러리스트의 은닉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게다가 북유럽 두 나라는 2019년 터키의 시리아내 쿠르드지역 침공을 규탄하며 공격용 무기의 수출금지조치(엠바고)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노르딕 국가들은 튀르키예 외교관과 비밀접촉을 갖고 쿠르드 테러리스트의 암약을 제한하고 무기통제도 풀겠다고 약속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두 나라의 가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하나 10월초 튀르키예 의회의 심의가 시작되기 전에 에르도안은 북유럽 두 나라가 튀르키예의 안보와 테러리스트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에르도안의 심기를 살피던 튀르키예 의회는 비준안 처리를 연기했다. 목마른 자가 찾아 와서 우물을 파라는 얘기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신임 총리는 에르도안을 만날 약속을 잡았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헝가리다.

헝가리의 외교관들은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에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누누이 밝혔다. 다만 헝가리 의회는 비준안 처리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의원들이 비준안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유로뉴스는 헝가리 의회의 비준안 처리 지연의 이유를 세가지로 꼽았다.

첫째, 헝가리는 전통적으로 튀르키예와 우호적이다. 튀르키예의 EU 가입이 좌절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승인해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EU 비회원국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EU 회원국이지만 나토엔 가입하지 않았다. 헝가리 의원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비준함과 동시에 터키의 EU 가입을 허용해주어야 한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둘째는 이 기회에 헝가리의 존재를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그동안 헝가리는 EU와 나토에서도 독자적 의견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헝가리가 무사통과하는 나라가 아님을 보여주려 한다는 해석이다.

셋째는 헝가리가 EU 내에서 가장 친러시아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16년째 집권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있다. 오르반 총리는 최근 미하일 고르바쵸프 장례식을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기도 했고,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줄이는 와중에 헝가리만 수입을 늘리는 정책을 취해 눈총을 샀다.

미국의 인터넷 언론인 폴리티코는 헝가리는 친러도, 반러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헝가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분명히 반대한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 오르반 총리는 EU 내에서도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헝가리는 동서냉전 시기에 소련의 위성국으로 공산주의를 경험했다. 오르반은 공산체제에서 자유주의 운동을 한 인물로, 소련을 싫어하고 그 계승자인 러시아에도 호의적이지 않다. 우크라이나도 믿지 않는다. 1~2차 대전 사이에 헝가리는 동부 트란스카르파티아를 구소련에 빼앗겼는데, 그 영토가 우크라이나의 자카르파티아(Zakarpattia) 주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국경 건너편 자카라프티아 내 헝가리인들의 문제를 놓고 우크라이나와 분쟁을 일으켰다.

헝가리의 비준안 지연에 대해 스웨덴과 핀란드가 헝가리를 설득하기 위해 특별하게 제시할 것도 없는 여건이다. 다만 헝가리가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부각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참고한 자료>

Euronews, Hungary and Turkey are the last two roadblocks to NATO membership for Finland and Sweden

Politico, Hungary’s ‘pro-Russia’ stance was inevi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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